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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알못] 우리나라도 디지털화폐가 있나요?

등록 2020-01-06 10:30:00   최종수정 2020-01-28 09: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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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우리나라도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나요? 최근 한국은행이 많이 받았던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한은의 기본 입장은 "당장 발행할 계획은 없다"입니다. 다만 "연구는 강화할 계획이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 추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BIS 등 국제기구의 관련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행 의사가 없다고 한 것에 비하면 다소 진전된 모습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으니 대응은 할 수 있게 준비하자는 태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별 다른 규제체계로 발생할 수 있는 규제차익 방지 등을 위해 국제공조도 필요하겠죠.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신년을 맞아 만난 기자들에게 "당장 가까운 시기에 발행할 것이라고 생각은 잘 안 한다"면서도 "기술혁신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빨라서 미리미리 늦지 않도록 대비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용어를 한 번 살펴볼까요? 디지털화폐를 이야기하려면 '스테이블코인' 개념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여타 암호자산에 비해 가격 변동성을 낮춘 암호자산으로 민간이 발행한 것을 말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일반적인 암호자산과 달리 지급수단, 가치저장수단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가 간 지급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셈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성공사례가 없고, 중앙은행에서 발행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신뢰성이 낮고 활용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대표적인 4개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암호자산 거래의 대금결제, 투자 목적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규제가 적절하게 마련되지 않으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금융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고, 발행자 등이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시장신뢰 저하로 대규모 스테이블코인 환매사태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는 등 잠재리스크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세계 규제당국, 국제기구 등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관련 위험이 충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운영돼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입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6월 리브라 발행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금융안정위원회(FSB), 주요 7개국(G7),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죠. FSB는 올해 7월까지 최종 규제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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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게 있을까요? 소액결제용으로는 테더(Tether), USD코인, 팍소스(PAXOS)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올해 계획하고 있는 리브라도 소액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이죠. JP모건이 추진 중인 JPM코인, 스위스 은행 UBS가 추진 중인 USC는 거액결제용입니다.

이들 코인은 이용자로부터 받은 자금에 대해 지급준비금 예치 등을 통해 청구권을 보장하는 '법화 담보형', 이용자의 상환 요구에 대비한 준비금을 기축통화, 국공채 등으로 구성된 자산 바스켓으로 운용하고 스테이블코인 가치를 이에 연동하는 방식을 취하는 '기초자산 담보형'이 있습니다.

또 이미 발행기관이 가진 신뢰에 기초해 발행기관에 대해 청구권을 갖는 방식으로 가격을 안전화한 '발행기관 신뢰 기반형' 코인도 있습니다. USC가 법화 담보형, 리브라가 기초자산 담보형, JPM코인이 신뢰 기반형의 예입니다.
 
그럼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면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라고 합니다. 생소한 단어죠. 그래서 기자들이 기사에 CBDC를 대신할만한 줄임말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디지털 법정화폐 정도로요.

한은이 기존에 하고 있던 CBDC 연구에 더 공을 들인다면 중국 영향이 큽니다. 기존에는 인구 규모가 크지 않고 현금 이용 감소에 따른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거나 금융포용 수준이 낮은 일부 국가들이 주로 검토했는데요.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CBDC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2014년 CBDC 연구팀을 꾸리고 3년 뒤 연구소로 확대 개편하는 등 CBDC 발행에 적극적인 편입니다. 지난해 9월까지 디지털화폐 관련 특허 84건을 출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화폐의 디지털화를 통해 화폐 발행·유통 비용 등을 절감하고, 화폐 위조나 자금세탁을 방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위챗이나 알리페이 같은 민간 지급결제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이 90%를 웃도는 등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구상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생각보다 이른 시기일지 아주 먼 훗날이 될지 모르지만 한은이 정말 디지털화폐를 발행한다면 어떨까요? 한은의 기능이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겠죠.

※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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