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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라이프①]소유에서 경험으로…소비 방식이 변화한다

등록 2020-01-09 06:00:00   최종수정 2020-01-28 09: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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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비해 부족한 자원 탓에 합리적 소비방식 생겨나
車·집·와인·책·꽃·그림 등 다양한 분야서 '구독경제' 발달
밀레니얼세대 중심으로 확산…소유 대신 경험 중시 풍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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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티모어=AP/뉴시스】 넷플릭스 로고.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책 '소유의 종말'에서 더 이상 소유는 필요하지 않으며, 접속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최근 그의 말대로 소유가 아닌 경험을 추구하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구독경제라는 하나의 경제모델도 생겨났다. '스트리밍 라이프'다. 뉴시스는 올해 소비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는 '스트리밍 라이프'에 대해 앞으로 3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 94년생 회사원 한나경(가명) 씨는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보며 출근한다. 앱을 켜면 나경씨의 취향이 묻어나는 장르의 영화들이 큐레이션(정보 수집과 선별 및 전파) 돼 있어 영화를 고르는 데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사무실은 서울 강남역에 있는 공유오피스인 '패스트파이브'. 팀원들 각각이 자신들의 공간에서 일을 하다 의견을 나눠야 할 일이 생기면 회의실에서 잠깐 만난다. 점심시간엔 GS홈쇼핑에서 정기 배송 받은 제철과일을 먹으며, '밀리의 서재'의 종이책 정기구독을 통해 받은 책을 읽는다. 퇴근 후 저녁엔 공유주방 '위쿡'에 입점한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과 '퍼플독'에서 취향에 맞게 엄선해 준 와인을 마시며 피로를 푼다. 요즘 나경씨에겐 발리에서 '한 달 살기'를 상상하는 게 가장 즐거운 일이다.

소비의 트렌드가 소유보다는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른바 '스트리밍 라이프'(streaming life)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 제안한 개념으로 소유 대신 경험을 더욱 중시하는 삶의 풍조를 뜻한다.

김난도 교수는 책에서 "이제 누가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경험을 해보았는가가 인생의 풍요로움을 평가하는 새로운 척도가 된다"고 설명했다.

본래 스트리밍은 음성이나 영상 등을 다운로드 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재생하는 걸 말한다.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데이터가 처리된다고 해서 스트리밍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스트리밍과 다운로드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소유다. 스트리밍은 소유하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때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렇다면 왜 '스트리밍 라이프'가 주목을 받게 됐을까.

◇적은 돈으로 다양한 경험할 수 있는 '합리성'

'스트리밍 라이프'를 주도하고 있는 건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최초의 세대라고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7년 생)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라난 밀레니얼 세대는 누구보다 물건에 대한 소비 욕구가 높다. 하지만 재원이 충분하지 못한 탓에 욕망껏 사들일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스트리밍 라이프'다. 돈을 주고 물건이 아닌 경험을 사는 것이다. 물건은 유한하지만 경험은 무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물건을 소유하는 건 곧 부담이다.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동반돼야 하는데 밀레니얼 세대에겐 갖고 싶은 모든 것을 놓아 둘 공간이 없다. 더욱이 정주하지 않고 노마드적 삶을 사는 이들에게 이고지고 다녀야 하는 물건들은 짐일 뿐이다.

물건에 대한 책임에서도 가볍다. 소유주가 된다는 건 물건에 대한 책임도 내포된다. 자동차나 주택을 소유하면 그에 맞는 세금을 내야한다. 하다못해 수명을 다 한 의자를 처분해야 할 때도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버려야 한다. 모든 게 비용이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밀레니얼 세대와 잘 맞는다.

스트리밍 되는 경험은 개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물건은 특정 개인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지만, 경험은 나의 취향이 온전히 반영돼 있다.

대표적인 게 '한 달 살기'다. 공간을 스트리밍 하는 방법 중 하나인 '한 달 살기'는 평소 살아보고 싶었던 도시나 주거형태에 가서 일상을 지내는 것이다. 잠깐 방문해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과는 다르다.

기술의 발전은 스트리밍 하는 삶으로의 이행을 가속화 시켰다. 대여나 일정기간 동안 비용을 지불하고 경험을 추천받는 구독·공유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배경이다.

월정액만 내면 마음에 드는 자동차를 바꿔 타고, 여러 제휴점에서 매일 술 한 잔을 마실 수 있다. 와인, 그림, 꽃 등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김난도 교수는 책에서 "소유 라이프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면 이후의 관리는 1차적으로 소비자의 몫이었다. 스트리밍 라이프에서는 소비자가 서비스에 접속하고 있는 기간 동안 어떠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기존의 틀을 깨는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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