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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을 막아라]관성 버리고 과감한 조직개편…'게임체인저' 롯데

등록 2020-02-24 10:00:00   최종수정 2020-03-09 09: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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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조직개편 및 세대교체…인사결정 효율화
유통은 오프라인 크게 손보고 온라인 역량 강화
화학분야 생산거점에 국내외 대규모 설비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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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물산 제공.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갑자기 불어닥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경기 침체 및 소비심리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다중이용시설 방문을 꺼리면서 국내 유통·관광·문화 사업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은 물론,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들의 피해도 상당하다. 연초부터 예기치 못한 리스크의 등장으로 기업들은 연간 경영계획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유통·관광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그룹도 어려움을 겪는 곳 중 하나다. 롯데쇼핑의 경우 오프라인 유통이 급속도로 쪼그라드는 와중에 전염병마저 덮치며 점포가 개점휴업 중이고 호텔롯데는 호텔과 면세사업 모두 파리를 날리고 있다. 특히나 올 들어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지면서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더욱 아쉽다.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던 차였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열쇠라고 불린다.

다만 롯데는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오늘날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고 한 이슈의 파급력이 광범위해졌기 때문에 이전의 경영방식을 고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말이다.

올해 초, 국내 및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됨에 따라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한다고 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당부가 이를 나타낸다.

신 회장은 지난달 16일 진행된 2020 상반기 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체인저가 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신 회장은 이와 함께 모든 사업부문의 수익성과 미래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에 기반해 자원 배분과 투자를 진행해 달라고 했었다.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전략 재검토를 빠르게 진행하고,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한 가치에 주목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하라는 주문이다.

◇혁신 위해 과감한 조직개편 및 세대교체

롯데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젊은 리더들을 전진 배치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사업부문별 역량 강화를 위해 유통, 화학 등 그룹 주요 사업부문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주요 성장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에 대해서는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대수술을 감행했다. 우선 롯데쇼핑은 사업부간 시너지를 최대화하면서 일관성 있는 투자 및 사업전략 수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사업부문을 롯데쇼핑 원톱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HQ)으로 재편했다.

롯데쇼핑 통합법인은 쇼핑 내 전 사업부의 투자 및 전략, 인사를 아우르게 된다. 기존 각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되며 각 사업부장들은 사업부의 실질적인 사업운영을 담당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롯데쇼핑은 미래 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하고 의사결정단계 축소를 통해 빠른 실행력을 확보, 유통 분야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복안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알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 체제로 개편됐다. 고객과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해 양 체제로 운영된다. 두 사업분야의 특성이 상이한 만큼, 각 영역에서 핵심역량을 효과적으로 강화해 궁극적으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감한 조직개편과 세대교체를 시작으로 유통부문에서는 온라인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하고, 화학부문에서는 지속적 설비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한편 원가 경쟁력을 높여갈 방침이다.

◇적극적인 체질 개선 노력과 온라인 역량 강화

롯데쇼핑은 올해 강도 높은 다운사이징을 통해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모두 200여개의 비효율 점포를 향후 약 3~4년에 걸쳐 정리한다. 이는 700여개 점포 중 약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자산을 효율적으로 경량화하고 영업손실규모를 축소, 재무건전성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함께 롯데쇼핑의 핵심 역량을 '공간, MD, 데이터'라고 정의하고, 이를 활용한 체질 개선에 나선다. 넓은 매장 공간(총 100만 평), 지난 40여 년간 축적된 MD 노하우, 방대한 고객데이터(3900만 명)를 다각도로 활용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온라인 역량 강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도 오프라인 유통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넓은 오프라인 공간을 리셋하고 업태의 경계를 넘나드는 매장 개편으로 사업부 간 시너지도 창출할 계획이다. 중소형 백화점의 식품 매장은 신선식품 경쟁력을 갖춘 슈퍼로 대체하고, 마트의 패션존은 바잉파워를 갖춘 백화점 패션 바이어가 기획하는등 기존 매장 구성에서 벗어나 융합의 공간을 구현한다.

국내 유통사 최대 규모인 39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상품·행동 정보를 통합 분석하고 오프라인과 이커머스의 장점을 결합, 고객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서비스 회사'라는 긍정적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국내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3월 말에는 롯데그룹의 새로운 쇼핑앱 '롯데ON'을 선보인다. 계열사별로 운영되던 7개사(백화점/마트/닷컴/슈퍼/롭스/홈쇼핑/하이마트)의 온라인몰 상품이 롯데ON에 모인다. 롯데는 2023년까지 이커머스 취급 규모를 20조까지 3배 가량 늘릴 계획이다.

롯데 온라인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계열사간 백엔드(back end)가 통합 관리된다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4월부터 하나의 아이디로 7개사의 개별 앱에 로그인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상품 데이터베이스가 통합돼 훨씬 고도화된 검색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고객이 각 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상품과 검색 이력이 통합적으로 모니터링되기 때문에 롯데의 다른 쇼핑몰에 접속하더라도 필요한 상품을 추천받거나 이에 필요한 할인쿠폰 등을 받아볼 수 있다.

◇석유화학 생산거점에 대규모 설비투자

화학부문은 국내 생산거점인 여수, 울산, 대산 지역은 물론 해외에서도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5월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에탄크래커(ECC) 및 에틸렌글리콜(EG)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아시아 석유화학사로는 처음으로 북미지역 셰일가스 에탄크래커(ECC) 사업에 진출했고, 2016년 6월 착공해 3년 만에 준공했다. 총 사업비 31억 달러(약 3조6000억원)이 투자된 이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는 에틸렌 100만t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기존 원료인 납사(원유의 부산물)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고 가스원료 사용 비중을 높임으로써 유가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원료, 생산기지, 판매지역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도 집중 투자해 왔다. 2018년12월에는 인도네시아 자바 반텐주의 대규모 유화단지 공사에 착수했다. 롯데케미칼타이탄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영 철강회사인 '크라카타오 스틸'로부터 약 47만㎡ 면적의 부지사용권한을 매입해 토지 등기 이전을 완료했다. 이 곳에 납사 크래커와 하류부문 공장 등 대규모 유화단지를 건설해 2023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투자를 늘리고 생산설비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정밀화학, 비피화학은 울산지역에 내년까지 약 6900억원 규모의 신·증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롯데 화학부문은 거대 시장을 선점하고 동남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롯데 관계자는 "시장의 변화 속에서도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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