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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벌]"결별 여친이 키스 허락"…법원 "못 믿어" 유죄

등록 2020-05-10 05:01:00   최종수정 2020-05-19 0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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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등 혐의…징역 2년6월·집유 3년

평소 알던 비밀번호 눌러 공동현관 통과

피해자, 택배기사인 줄 알고 현관문 열어

"소리 지르겠다"고 하자 문 닫고 입맞춤

재판부 "피해자 진술 구체적이고 신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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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헤어진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은 남성이 1심 재판 내내 "합의 행위"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성 있고 헤어진지 수개월이 지난 상황이어서 주장의 개연성도 없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주거침입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모씨에게 지난 8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했다.

2018년 초부터 약 1년 동안 피해자 A씨와 교제해오다 지난해 4월께 헤어진 전씨는 같은 해 7월 A씨의 집에 침입한 뒤 입을 맞추고 A씨 바지를 벗기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헤어진 이후 같은 해 5월까지 약 한 달 간 A씨가 집에 있는 화요일과 토요일마다 매주 찾아가 벨을 누르고, A씨가 다니던 학원까지 쫓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6월 한 달 동안 A씨를 안 찾아갔던 전씨는 같은 해 7월 사전 연락 없이 평소에 알던 비밀번호를 눌러 A씨가 사는 거주지의 공동현관을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로 6층까지 간 뒤 계단을 통해 A씨가 사는 7층으로 걸어 올라갔다.

'택배가 올 예정'이라는 택배기사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상태였던 A씨는 전씨가 초인종을 누를 때 택배기사인 줄 알고 문을 열었고, 전씨는 깜짝 놀란 A씨를 껴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문이 조금 열린 상황에서 A씨가 "소리 지르겠다"고 하자 전씨는 현관문을 닫고 강제로 입을 맞추면서 A씨를 눕히고 바지를 벗기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갔고 합의 하에 입을 맞췄다. 피해자를 바닥에 눕히거나 하의를 벗긴 적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법정 진술에 임하는 모습이나 태도에 비춰봐도 이같은 진술을 거짓으로 꾸며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과 피해자는 결별한 지 3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피해자가 피고인과의 접촉을 명백히 거부했던 만큼, 연락도 없이 찾아온 피고인을 집 안에 들였다는 내용은 개연성이 높지 않고 두루뭉술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조사 증거를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집 안에 들어간 다음 피해자를 바닥에 강제로 눕혀 입을 맞추고 하의를 벗기는 등의 추행을 시도한 것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죄질이 가볍지 않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피고인에게 성폭력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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