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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대책' 불똥 튄 서울 전세시장…전세값 상승으로 옮아붙나

등록 2020-06-21 06:00:00   최종수정 2020-06-29 09: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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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보유세 부담·청약 대기 수요 등으로 전셋값 '불안'

갭투자 사전 차단 '필요'…갭투자 전세 매물 감소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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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2020.06.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청약 대기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50주 연속 전셋값이 상승한 데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전세대란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약 대기 수요 증가를 비롯해 ▲저금리 기조 장기화 ▲보유세 부담에 따른 월세 전환 가속화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전셋값 상승이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이번 대책 발표로 전셋값 급등이 우려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 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쏟아내면서 갭 투자자들이 공급하는 임대 매물이 줄면서 전세대란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거주요건 강화 규제가 전세 공급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0.04%) 대비 0.06% 올랐다. 지난해 7월 첫째 주(0.01%) 이후 50주 연속 상승세다. 송파구(0.16%), 강동구(0.12%), 강남·서초구(0.1%) 등 강남4구는 물론, 마포구(0.12%)와 용산구(0.7%) 등 강북지역까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금리 인하,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학군 및 교통 여건이 양호하거나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이주 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전세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정부가 발표한 '6·17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에는 갭 투자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이 담겼다. 무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 집값과 관계없이 6개월 안에 입주하도록 했다. 또 1주택자가 일시적인 2주택일 경우에도 6개월 안에 기존주택을 처분한 뒤 새로운 주택에 입주해야 한다.

갭투자자들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한 대출 규제 강화에도 나선다. 현재는 시세 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에 대해 전세대출보증이 제한됐지만,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는 경우로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보증기관의 보증 한도도 낮아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최대보증한도는 수도권이 최대 4억원에서 2억원으로 낮아진다. 이와 함께 내달 1일부터 모든 지역에서 개인과 법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가 전격 시행된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선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만 신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다. 정부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를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사전 차단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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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7일 정부가 최근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강력한 부동산대책을 내놨다. 다음은 주택 시장 과열요인을 차단을 위한 안정화 대책.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의 이번 대책은 투기세력을 차단하고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갭 투자자들이 공급한 전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세를 끼고 사놓은 집에 직접 입주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세 매물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불똥이 전세 시장으로 튈 수 있다는 말이다.

저금리와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 감소도 전세 시장의 불안요소다.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전세 대신 월세·반전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갈수록 전세 매물이 줄고 있는데 다 내년부터 신규 입주 물량마저 줄면서 전세 시장의 불안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아파트 기준 총 2만3217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 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 전세시장은 매물 부족 경고등이 켜졌다.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평균 158.3로, 지난해 같은 기간(111.7)에 비해 급등했다. 지수가 100 이상이고,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부족임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잇단 규제와 코로나19 등으로 매매시장의 약세가 임대시장의 수요를 유지시키고 있다"며 "시세차익을 노리는 청약 대기 수요가 임대시장에 머무르는 것도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 이자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전세보다 월세를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이번 대책으로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며 "당분간 전셋값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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