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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무엇이 문제]은행은 가해자? 피해자?…책임 어디까지

등록 2020-06-27 06:00:00   최종수정 2020-07-06 09: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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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환매 중단 줄줄이

운용사보다 판매사 책임 독려하는 분위기

투자자들 "판매사 믿고 투자한 건데" 반발

전문가 "감시·감독 의무 강화 등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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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금융시장이 들썩이면서 '여느 때와 같다면 그냥 넘어갈 일도 수면 위로 드러난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잇따르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이 대표적이다. 펀드 설정·판매·운용 등 일련의 과정에 개입한 각 금융회사의 책임은 어디까지일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되고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 등 책임이 지금보다 더 명확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팝펀딩 펀드 투자자들은 오는 29일 오전 11시 한국투자증권, 자비스자산운용, 헤이스팅스자산운용, 팝펀딩 관계자들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부당 권유의 금지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옵티머스자산운용, 하나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은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건으로 지난 25일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라임자산운용 펀드,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영국 루프톱 펀드 등 사태에서 각종 금융사가 운용사, 판매사 등으로 등장한다.

◇"규제 완화할 땐 언제고 책임지라니"…판매사 부글부글
개별 사건의 특수성이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규모 손실에 대한 판매사 책임이 강조되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때 판매사를 앞세우고 있다. 투자할 때 믿고 돈을 맡긴 건 판매사인데, 약속대로 투자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펀드 운용 과정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운용사가 변제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런 까닭에 금융당국도 신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판매사의 선지급을 장려하고 있다. 일단 재정 여력이 있는 은행이 피해를 구제하고 향후 운용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자본금으로 운영해온 운용사가 이를 갚을 능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판매사들의 불만이 튀어나온다.

한 금융사 임원은 "약속대로 상품이 운용되지 않았을 때 판매사도 피해자인데 모든 책임을 떠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운용사, 판매사, 수탁사 책임을 엄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회사가 판매에 나서겠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다른 고객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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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규정으로 살펴보더라도 판매사들은 억울할 만하다. 4~5년 전 저금리 시대에 유용한 투자수단을 제공하겠다는 명목으로 사모펀드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판매사 책임을 상당수 면제하는 등 규제가 완화됐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품 설명자료에 위험성에 대한 고지가 누락되거나 거짓 기재돼 있더라도 판매사가 이를 조사해서 확인할 의무까지는 없다. 다만 예외적으로 설명이 부족한 걸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되면 펀드 설정에 관여했다고 본다.

◇"운용·판매·수탁 책임 명확해야…법 개정 필요"
이런 이유로 소송을 내는 투자자들은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 원칙, 부당 권유 등 크게 3가지 이유를 들어 판매사에게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사례에서 배상비율을 살펴보면 운용사, 판매사의 공동 불법책임이 인정되거나 운용사의 책임을 더 묻는 경우, 판매사의 책임을 더 묻는 경우 등 케이스가 다양하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펀드의 경우 판매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운용사보다 판매사 책임이 더 크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수탁사의 역할 비중에 대한 이견도 팽팽하다. 수탁사의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들어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향후 다툼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금융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A변호사는 "수탁사는 보통 책임질 일이 별로 없다"며 "수탁사의 의무는 운용사의 지시대로 맡겨진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고 위법한 게 아닌 이상 원래 정한 규칙대로 금고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B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운용사, 판매사 사이에 수탁사를 두는 이유는 약관이나 투자설명대로 운용되는지 감시·감독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판매사에 투자자의 돈이 들어오면 판매사 계정이 아니라 수탁사 계정에 넣고 운용사의 지시를 받아 적절한지 확인하고 집행한다"며 "투자처에서 들어온 돈도 수탁사를 거쳐 판매사로 갔다가 고객에게 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의무 또한 사모펀드에서는 면제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책임 정도나 배상 비율이 달라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지금도 근거규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B변호사는 "고객이 믿은 건 운용사나 수탁사가 아닌 판매사"라며 "판매사의 감시감독 의무를 법제화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아무리 사모펀드라고 해도 운용사의 재정건정성 등에 관한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본시장 생태계가 소멸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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