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인터뷰]무대미술가 여신동 "우리 일상이 더 드라마틱"

등록 2020-07-16 09:04:48   최종수정 2020-07-27 09:15:5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pan123me1', 17일부터 8월9일까지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무대미술가 여신동. 2020.07.16. (사진 = 두산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상을 피하고 싶을 때 극장으로 피신한다. 간신히 유지해온 삶의 질서가 불협화음으로 굴절될 때, 보호를 위한 피난처다.

무대미술가 여신동이 무대를 맡은 연극 '목란언니' '헤다 가블러' '소설가 구보씨의 1일', 뮤지컬 '빨래' '모비딕', 그가 연출한 '사보이 사우나' '봉천동 카우보이' '비행소년 KW4839' '오렌지 북극곰' 등이 그 굴절의 음모로부터 해방감을 안겼다.

머리와 마음을 일상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극한 덕이다. 여신동이 빚어내는 영감과 상상력은 편견과 게으름이 점거한 일상의 무채색을 무지갯빛으로 만들어준다.  

여신동이 오는 17일부터 8월9일(매주 금토)까지 더줌아트센터에서 펼치는 프로젝트 'pan123me1'은 이런 흐름들과 달리 공연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일상을 좀 더 들여다보고자 한 작품이다.
 
최근 더줌아트센터에서 만난 여신동은 "드라마틱한 극적인 미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작업을 하다 보면, '내 이야기'가 아닌 걸 감상하는 느낌도 들었어요. 조금은 가짜를 만들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좀 더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중은 영화, TV 드라마, 연극, 미술관 등 자신을 둘러싼 문화를 접하면서 '이상적인 모델'을 떠올린다. '완전한 사랑', '아름다운 이별'처럼 일상에서는 존재하기 힘든 완벽한 것에 함몰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정작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들이 없어지고 있죠. 연극성과 일상성의 차이는 개인의 사적인 삶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개인의 삶을 명상처럼 한번 들여다보고자 했죠. 물론 그 삶이 다시 무대화되는 것은 아이러니에요. 그것을 바라보면서 각자의 삶 속에 닮은 모습들을 찾으셨으면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 제목 'pan123mE1'은 여신동이 이메일, 인스타그램 등에 사용하는 아이디 'pan123m'에 '에피소드1(E1)'을 더한 것이다.
 
"처음에는 타이틀을 '무제'로 정할까 생각했어요. '아침' 등도 떠올랐는데 시간적 제약을 두는 것 같기도 했죠. 그 제약을 열어두고 싶었는데 제 일상이 녹아있기도 한 'pan123m'이 생각났습니다."

이번 'pan123mE1'은 식사를 주제로 삼는다. "그간 인식을 못 했는데 제가 밥을 먹으면서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하더라고요. 갑자기 청소를 하고, 창문을 닦고. 전화 통화를 하기도 하고. 다른 음식을 또 만들기도 하고. 저도 모르는 의식의 흐름이잖아요. 그것이 흥미로웠어요.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pan123me1' 포스터. 2020.07.15. (사진 = 사보이 제공) photo@newsis.com
향후 선보일 두 번째 에피소드는 대중교통이다. 학창 시절에 실연을 당한 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매일 보던 풍경이 전혀 다르게 보인 것에서 착안했다. "일상에 나만의 드라마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또 뒷날 이어질 세 번째 에피소드는 빈소에서 유족들이 쉬는 뒷방이다. 올해 초 상을 치른 여신동은 뒷방에서 쉬다가 조문객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마냥 슬픈 이야기만 오가지 않음을 듣고, 빈소라는 곳에 '죽음과 삶이 공존'한다는 걸 깨달았다.

독창적인 공간을 창조하는 여신동은 동아연극상 무대미술상, 17회 한국뮤지컬대상 무대미술상, 대한민국 연극대상 무대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받았다. 그의 작업은 국한되지 않는다. 혁오, 장기하와얼굴들, 정재일 같은 뮤지션들과도 작업했다.

특히 지난 2월15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펼쳐진 정재일 단독 콘서트의 무대, 연출 미학은 여신동 표 무대미학이 줄 수 있는 또 다른 감흥치였다. 공연장 벽을 활용한 정재일의 드럼 연주의 그림자 연출, '트루스'가 연주될 때 무대를 종으로 가로질렀던 조명의 눈금들이 하나씩 없어질 때의 여운이 오래도록 짙었다.

여신동의 연출 데뷔작인 연극 '사보이 사우나'에 정재일이 참여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존중하는 친구가 됐다. "재일씨랑은 좋은 친구라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잖아요. 재일씨가 음악을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했고, 스펙트럼이 광활한 우주를 떠올렸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힘을 싣는다. 여신동과 꾸준히 작업을 해온 '양손프로젝트'의 양조아, '사보이사우나'에서 함께 작업했던 강말금, 여신동이 총감독을 맡은 국립극단 70주년 기념 전시 '연극의 얼굴'에서 만나 신뢰를 쌓은 김신록, 크리에이티브 바키(Creative VaQi)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작년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에서 '젊은연극상'을 받은 성수연이 함께 한다. 여신동은 "제가 좋아하는 좋은 배우분들이라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연극의 얼굴' 전시가 잠정 중단되는 등 모든 영역에서 피해를 주는 코로나19에 대해서 여신동도 고민이 많다. "많은 상상을 해봤어요. 혼자서 즐기는 방법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죠. 같이 모이는 것이 추억이 되고, 예술 은 개인적으로 즐기는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닐까 등의 생각이요."

자신만의 리듬과 박자로 주변의 특별함을 스케치해가는 여신동은 무책임, 무기력에 맞선 일상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pan123mE1'도 우리 삶의 리얼리티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물론 연극을 기반으로 하지만 전시 등 다양한 장르가 '라이브'로 녹아들어가 있는 '여신동표 장르'는 이번에도 이어진다.

"미술적 기술 또는 기술적인 미술로만은 저의 메시지나 생각을 전달하기 힘들더라고요. 제게는 이야기를 하고, 소통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거든요. 그런 이야기와 소통을 통해 우리 일상의 드라마틱함을 발견했으면 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텝진으로 위클리 기사를 읽어보세요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