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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적합업종 폐지?…사람부터 살아야"

등록 2020-07-30 10:14:59   최종수정 2020-08-05 10: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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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짓밟기만 하면 경쟁서 이길 수 없어"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제법 줄어"
"사용자 부담 전가 최저임금만이 능사아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新공화주의 득세"
"노무현 대통령, 좌파도 우파도 아닌 합리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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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키콕스벤처센터 동반성장위원회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대기업이 자기 생태계의 새끼들을 짓밟기만 하면 기업 생태계간 경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71)은 참여정부의 초대 노동부 장관 출신이다. 사회적 경제의 산실인 독일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시장의 효율을 중시하는 미국 출신 학자들과는 구사하는 단어부터 확연히 달랐다. “새로운 공화주의” “임금격차 해소” “생태계의 새끼들” 등 낯선 용어들이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 동반성장위원회 집무실에서 만난 그의 입에서 술술 나왔다. 

권 위원장은 이날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새로운 공화주의가 득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판 ‘붉은 깃발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중소기업·생계형 적합업종을 놓고도 “수없이 많은 사람이 지금 내몰리면 굶어 죽을 판인데, 어느 정부가 그것을 방치할 수 있겠나”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책은 이론이 아니고 현실”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2월 동반성장위원장 부임 후 대기업-중소기업간 임금격차 해소를 주요 과제로 삼아 추진해왔다. 

다음은 권 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노무현 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내 현 정부와는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위원장이 요즘 잘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반위원회가 하는 일은 어떤 구체적인 일을 집행해서 성과를 내기보다는 상생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 일반의 인식을 증진하고 동반성장의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 단독으로 몇 가지 액션을 통해 (기업생태계가) 확 달라진다든지 이럴 수 있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부임 이후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 운동을 벌여 왔는데, 그게 결국 자충수가 된 건 아닌가. 여전히 노동부 장관의 시각에서 현안을 바라보는 건 아닌가.

"지난 2018년이었다. 4월에 위원회에서 내가 그 문제(임금격차 해소)를 상정했고, 상당한 반론에 부딪혔다. 특히 공익위원들이 반론을 제기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기업간 관계를 다루는 기관인데 임금 문제는 노사문제가 아니냐는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임금 격차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들, 특히 저출산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사회 양극화 문제의 가장 본질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뜻하는) 대명사로서 임금 격차 해소를 얘기한 것이다."

-심지어 중소기업들도 위원장이 깃발을 들어올린 임금격차 해소 아젠다에 반발하지 않았나.

"공익위원들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반론을 제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대기업들의 지원을 끌어낼 방법을 얘기해야 하는데, 자꾸 임금 격차를 거론하니 뒷골이 당기기도 한다고 중소기업쪽 참가위원들은 얘기했다. 하지만 그 때 그런 반응을 보이던 중기 하시는 분들도 요즘은 그렇지 않은 거 같다."

-혹시 임금격차 해소를 내세운 게 진보 정부 원죄 때문은 아니었을까. DJ정부가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처방전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급격히 무너졌고, 임금 격차도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적 물결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 처방이 극단적인 신자유주의적 처방이었고, 그것을 우리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IMF가 돈(구제금융)을 줄 때 아직은 당선인 신분인 DJ를 만나 당신이 서명하지 않으면 못 빌려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지금에 와서 진보정부 원죄로 몰고 가는 건 다분히 의도적인 진영 논리의 산물이라고 본다."

-하지만 참여정부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오죽했으면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내달린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나.

"(참여정부가) 왼쪽 깜빡이를 켜고 실제로는 우회전한다는 얘기가 당시에 많이 회자됐다. (하지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태풍이 부는데 차가 오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다. (노 대통령의) 지향점이 설사 왼쪽이라고 해도 그렇다. 왼쪽 깜빡이를 넣는다고 왼쪽으로 갈 수 있었겠나"

-달리는 자동차를 오른쪽으로 기울게 할 정도의 강력한 태풍이라면.

"거대한 흐름이, 신자유주의적인 흐름이 그 시대를 풍미했다. 그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적극 지지층으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면서까지 추진했다. "

-지금도 지지자들 가운데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시 한미 FTA를 왜 추진했나. 이라크 파병과 더불어 민심의 이반을 부른 양대 정책인데.

"고(故) 노 대통령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었다. 내가 모시고 있던 분이어서 칭찬하는 것은 낯간지럽지만, 그분은 합리파였다. 돌아가신 분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뭐하겠나. 그 얘기는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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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8일 오후 4시 서울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혁신주도형 임금 격차 해소 협약식'에서 포즈를 취한 정준희 현대패션 대표,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최운식 이랜드월드 대표(왼쪽부터)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과 협력기업간 임금 격차는 많이 줄었나.

"(2008년 2월 이후) 53개 기업과 임금 격차 해소 협약을 맺었다. 이들 기업이 약속한 게 11조30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직접 지원도 있고, 금융지원도 있고, 생산성 향상 지원도 있다. 이들 대기업이 협력기업을 상대로 3년간 지원하기로 약속한 총액이 이 정도 규모다. 올해 들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상대적으로 (협약 체결이) 부진하지만, 그래도 2~3개 기업은 더 (협약에) 참여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기업들이 대부분 임금 격차해소 협약에 참여했는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포스코, LG화학, SK하이닉스, SK텔레콤, 포스코, LG전자, KT, 한국토지주택공사(LH), 농심, 롯데마트, LG생활건강, CJ ENM, 대상 등이다. 53개 기업이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반위가 굳이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이들 대기업이 대부분 협력사를 알아서 챙길 곳이 아니냐는 쥐진데.
   
"(이들 대기업 가운데 ) 70% 정도는 그렇다고 본다. 우리가 독려하지 않았어도 (협력사 지원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기업들이) 망하니까. 지금은 대·중소기업 생태계 차원에서 세계적 경쟁이 일어나는 때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생태계의 새끼들을 짓밟기만 하면 공동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개별 기업이 혁신을 디자인하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 (임금 격차 해소가) 공개적 약속의 형태가 되고, 그 이행을 (우리가) 점검하는 것까지 (이들 기업이) 약속하면 강제력이 훨씬 높아진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까지 많이 냈는데 협약까지 맺어 더 지원하라고 하면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 전에 누군가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뭐 그러지 않았나. 그랬다가 쫓겨나고 난리가 나지 않았나. (대기업들은) ‘우리가 돈을 벌어서 세금을 내지 않냐’고 한다. 그거 가지고 그 사람들 지원하면 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것도 이론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다. (하지만)(정부가 다 하기에는 재원이) 모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는 신자유주의에만 매몰돼서는 경제적 성과 자체도 안 일어난다. 결코 도덕적 당위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대기업의 성공이 중소기업의 일정한 희생의 바탕 위에 서 있다면 그걸로는 계속 갈 수 없다. 지속가능할 수 없다."

-그래서 임금 격차는 많이 줄었나.

"제법 줄었다. 우리는 그때(IMF이전)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78% 정도였다. (해외에서도) 중소기업 임금이 대체로 대기업의 80% 수준이다. 하지만 이게 (외환위기 이후) 사십 몇퍼센트 수준까지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기업 정규직을 100이라고 볼 때 중소기업 정규직이 몇 퍼센트인지가 기준이다. 하지만 임금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지난 2015년 49.7%에서 다음 해인 2016년에 이게 52.7%로 확대됐다. 이어 2017년 54.3%로 커졌다. 2019년에는 57.0%에 달했다."

-동반위가 한몫을 한 것인가.   

"이게 우리 때문에 줄었다고 하면 아마도 난센스일 것이다. 다만 임금 격차가 줄어가는 과정에 우리도 같이 있었다고 본다. 또 이런 조약돌들이 모여 이 정도 임금 격차 완화가 이뤄져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효과가 전혀 없다고 여긴다면 중소기업이나 협력기업들이 무엇 때문에 참여하겠나."

-소득 주도 성장이 중소기업 임금 상승의 효자 노릇을 한 건 아닐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고, 중기 임금도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

"분명히 긍정적 효과를 줬을 것이다. 평균임금 자체를 이야기하면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당연히 올라간다. 대기업은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노동자가 적거나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최저임금 (인상의) 수혜자로 볼 수 있다. 최저임금은 이제 (임금격차 해소에) 일정 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으로가 문제다. 최저임금이 더는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대기업이 마냥 호주머니를 열거 같지도 않다.

"영세 자영업자 중 대부분이 고용 없는 자영업자다. 이분들은 최저임금을 올려도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고용 있는 자영업자는 전체 자영업자의 3분의 1이 안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상황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저임 노동자가 더 힘든지, 하루하루 벌어 먹고살기도 힘든 자영업자가 더 힘든지 알기 힘든 지점들이 많다. 그 부담을 사용자 쪽에 일방적으로 전가하는 최저임금만이 능사일까. 최저임금 방식이 유일한 것인지 반성은 당연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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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18.04.12. photocdj@newsis.com
-해법은 무엇인가.

"최저임금 자체를 대폭 올리는 건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이런 시점에 저임금 근로자 소득을 높여준다면 그것은 전 국민이 부담하는 재정 정책적인 방법으로 이전해주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사업주들에게 미루지 말고, 부담을 전국민이 골고루 나눠서 지자는 건가. 기본소득이나 재난소득 같은 거를 말하는 건가.

"임금소득자들이 임금 외 다른 소득이 있다면 임금 낮은 게 무슨 문제겠는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만~3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면 굉장히 파괴력 있는 공약이 될 것 같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그 이전 시대와 엄청나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자유주의가 쇠퇴하고 공회주의가 재발견될 것이다."

-하지만 변종 바이러스가 자취를 감추면, 세상도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까. 옛말에 곳간이 차야 인심도 난다고 하지 않았나.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기업 관계의 민주화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등장할 것이다.이러한 경향이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각국이 코로나와 맞서 싸우면서) 공동체의 공존을 위해서는, 또 공공선의 추구를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개인의 자유가 제한되는 게 맞는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공유됐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탄력을 받는 것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인가. 

"절차적 민주주의는 확보됐는데 빵 못먹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이것을 확보하자는 게 경제 민주화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얘기하는 물질적 자유가 그것이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빵이 있는데도 사먹을 돈이 없다면 그게 무슨 자유인가. 사 먹을 수 있어야 그게 자유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게 물질적 또는 경제적 민주주의다. 4차산업 혁명이 진행되면서 이미 시작된 현상이고, 앞으로 (그 흐름이) 더 빨라질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도 빵 먹을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인가. 영국의 붉은 깃발법에 빗대 이런 정책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정책은 이론이 아니고 현실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지금 내몰리면 굶어 죽을 판인데, 어느 정부가 그것을 방치할 수 있겠나. 우리에게는 지나치게 취약한 생계형 자영업자들, 소상공인들이 너무 많다.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인가. 이 사람들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모든 정책에는 명과 암이 있다. 정부도 이게 지고지순한 정책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대기업들이 (이 영역에) 진출하는 거 조금 자제하고, 조금 같이 부담하자는 것이다. 궁여지책이다."

-유럽연합(EU)도 한국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문제 삼고 있지 않은가.

"이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디 대기업 때문에 못 살게 된 것인가 묻는다. (영세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것을 줄여야지 왜 대기업이 못 들어가게 하냐고 한다. 맞다. 누가 모르나.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근본적으로는 우리 자영업 비중이 너무 높다. OECD평균에 비해 그렇다. 자영업 비중이 이렇게 높은 나라가 어디 있나. 그리고 우리와 그들은 진입장벽을 치는 길목이 다를 뿐이다. 우리는 빵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묶여 있다. 유럽은 빵 장인이 아니면 집 계약을 못하게 돼 있다. 대기업이 진출을 못 한다. 중산층의 핵심이 그런 사람들이다. 사람이 살아야 할 거 아닌가. 국가의 최대 임무가 뭔가. 국민들을 살게 하는 것이다."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해소 운동을 하면서도, 정규직·비정규직간 임금격차 문제에는 왜 침묵하나. 또 남은 임기동안 대·중소기업 임금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줄이는 게 목표인가.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도 여러 가지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동반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과 협력업체 등 기업 간 문제를 다룬다. 비정규직 문제는 기업 내부의 문제다. 이 문제를 놓고 접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 데 그 접점이 없다. 동반위가 남북 동반성장하자며 통일 문제를 제기하면 되겠나. 그리고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는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게 현실적 목표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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