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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는 외로운 광대가 됐다

등록 2020-08-17 06:00:00   최종수정 2020-08-24 10: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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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서 최신작 첫 공개
9월2일부터 'April Fool 2020''(2020 만우절)
인간 나약함 주제…직접 출연 쓸쓸한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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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April fool 2020', 어윈 올라프, April Fool_2020_9.45am ⓒErwin Olaf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2020년 우리는 코로나(Covid-19)라는 초현실적인 악몽에서 깨어났습니다. 두려움과 무력감이 몇 주간 저를 지배해왔습니다. 지금 나는 마치 결말을 알 수 없는 공포영화 속의 중요치 않은 엑스트라가 된 것 같습니다. 'April Fool 2020'은 이 때 나를 마비 시켰던 감정과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한 것 입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가 '외로운 광대'로 변신했다. 세상에 홀로 남은 '나 혼자 산다' 모드로 살고 있다.

아침 9시 15분부터 11시 30분. 하얀 얼굴 마스크를 쓰고 하얀 위생 장갑을 낀 어윈 올라프는 텅 빈 주차장에서 카트를 끌고 슈퍼마켓에 장을 보러 간다.

마켓에 도착한 그는 절망과 공포를 느낀다. 상품 진열대는 사재기로 텅 비어버렸다. 계산대에 혼자 앉아 있는 직원은 투명 아크릴로 된 차단 막 뒤에서 손님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오전 10시 15분, 텅 빈 암스테르담의 한 공원 벤치 의자에 앉은 그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풍경을 바라본다.

11시 15분, 작업실로 돌아와 스스로 사진촬영을 진행했다.
  
코로나 시대, 공포감과 무력감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 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사진기를 들고 직접 광대가 됐다. 이전에도 셀프 초상화를 종종 작업해 왔지만 이번에는 작업의 주인공으로 출연, 감정의 표현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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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April Fool 2020_9.55am(좌)   _9.50am(우)  2020. ⓒErwin Olaf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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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April Fool_2020_10.15am ⓒErwin Olaf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이렇게 만든 사진 작품 최신작을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전 세계 처음으로 공개한다. 오는 9월2일 서울에서 전시를 개막한 후 파리, 뉴욕, 런던 갤러리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시 제목은 'April fool 2020'(만우절). 영문 타이틀 그대로 "코로나 사태가 4월 1일, 만우절에 장난을 치는 거짓말이었으면"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겼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사재기로 텅 비어버린 상점의 선반을 보면서, 모든 것이 항상 그렇게 유지되어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생각이 깨지더군요.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진실에서 멀어질 수 없습니다."

선천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작가 어윈 올라프에게 코로나19는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이번 작품 하나 하나는 작가 내면의 개인적인 기록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사진 작품 '2020년 만우절' 연작은 시간 순으로 흘러간다. 암스테르담의 한 공원 벤치에 어깨를 늘어뜨리고 쓸쓸히 홀로 앉아 있는 작가의 뒷모습은 코로나로 격리 되어 버린 지금 우리들 모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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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April Fool_2020_11.15am ⓒErwin Olaf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이번 작품들은 특히 인간의 나약함을 주제로 한 작가의 시각이 더욱 돋보인다. 초현실적인 상황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영원할 것 같았던 평화는 무너지고 늘 안정적으로 흘러 가리라고 믿었던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속에 인간의 유한성이 드러난다.

이번 연작의 전체 색감을 지배하고 있는 검푸른 빛은 외출을 금지 당하고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린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비추며 모두가 겪고 있는 코로나 블루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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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April Fool_2020_video ⓒErwin Olaf 사진제공 공근혜갤러리

이번 전시에는 10여 점의 사진작품과 함께 20분 분량의 3개의 패널로 이루어진 비디오 영상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집안에 홀로 갇혀 창 밖을 통해 텅 빈 거리를 바라보는 불안한 작가의 모습이 지금 우리 모두의 현실을 잘 대변한다.
      
"보이지 않으며 느낄 수 없는 적을 두려워하고, 철저히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을 기다리면서 텅 빈 곳을 걸어 다닙니다.  카드로 만든 집은 무너졌고 우리는 모두가 조커입니다.” (암스테르담에서 어윈 올라프)

어윈 올라프 최신작은 공근혜갤러리 홈페이지(www.konggallery.com)에서도 VR과 3D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9월3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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