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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진중권 딜레마…"독설 더 못 참아" vs "긁어 부스럼"

등록 2020-10-14 19:28:13   최종수정 2020-10-19 09: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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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 네티즌'이 아니라 '빅마우스'의 여론전
"진중권은 예형" 첫 공식 논평에 논란 본격화
"지속적·반복적 독설에 의원들 평소 문제의식"
진중권발 보도 홍수, 피로감을 넘어 노이로제
역풍 우려도…"대응해봐야 키워줄 뿐, 무시해야"
'민주당만 빼고' 칼럼 사태 교훈 환기해야 지적
"누워서 침 뱉기…언론 자유 침해하는 인상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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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20.07.02.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일개 네티즌'이 아니라 대표적 '빅마우스'로 꼽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잇단 독설을 두고 여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한 진 전 교수의 끊임없는 비난이 부당하고 과도하다는 데 당 내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직업 정치인도 아닌 민간 논객을 상대로 일일이 대응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외면하고만 있기에는 진 전 교수가 언론과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적으로 상당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그런 상황에서 진 전 교수에 대해 민주당 차원에서 첫 공식 논평을 내자 논란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모양새다. 앞서 일부 의원이 진 전 교수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건 행위를 놓고도 당 안팎에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에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언론이 다 받아써주고, 매일매일 포털의 메인뉴스에 랭킹되고 하니 살 맛 나나. 신이 나나. 내 세상 같나"라며 진 전 교수를 정조준했다.

그간 개별 의원들이 진 전 교수와 설전을 주고받은 적은 간혹 있지만 당 차원의 공식 반응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부대변인은 "진중권씨의 조롱이 도를 넘어서 이제는 광기에 이른 듯하다"며 "과대포장 된 진 교수의 함량에 싫증낼 시기가 멀지 않아 보인다. 품격은 기대하지도 않겠다. '예형'의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리 하라"고 주장했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예형'은 권력자인 조조에게 독설을 퍼부어 또다른 군웅인 유표에게 보내졌다가 그 부하인 황조에게 처형당한 인물이다.

이에 진 전 교수는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약하게 해석하면 '그냥 진중권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밉다'는 얘기일 테고, 강하게 해석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아예 목줄을 끊어놓겠다'는 협박의 중의적 표현"이라며 "아무튼 공당에서 일개 네티즌의 페북질에까지 논평을 하는 것은 해괴한 일"이라고 발끈했다.

민주당은 일단 개별 부대변인 수준의 논평이었을 뿐 진 전 교수에 대한 공식 대응을 본격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무게 있게 볼 내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영배 당대표 정무실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이 개인 논평가에 대해서 이렇게 평하는 것이 썩 바람직하다고 보진 않는다"며 "앞으로 가능하다면 언론과 비판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많이 듣는 방향으로 가는 게 어떤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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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영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페이스북. (사진=박 부대변인 페이스북 캡처) 2020.10.14

그러나 지도부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내 의원들을 중심으로 우리당에 대한 과도한 폄하나 독설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하는 행태에 대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그런 분위기를 반영한 부대변인의 반응"이라고 밝혔다.

박 부대변인도 자신의 논평을 향한 문제 제기를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진 전 교수와의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진 전 교수를 친일 전력의 '이광수'에 빗대며 "겨 묻은 민주진보가 미워서 수구의 스피커가 되겠다는 것이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선 진 전 교수의 공격적 '촌평'과 이를 근거로 한 언론 보도에 대해 피로감을 넘어 노이로제 반응까지 보여왔다. 여당 의원들이 사석에서 "언론이 왜 진 전 교수 발언을 자꾸 써주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드러내는 일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다.

여기에 민주당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정조준하는 발언이 이어지자 부대변인 논평이란 형태로 그간의 '무대응 기조'에 변화를 주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미 김용민 의원이 진 전 교수가 자신에 대해 '조국 똘마니'라고 한 발언을 문제삼으며 1000만원의 민사소송을 걸었다.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이 일자 이재정 의원 등 율사 출신 동료 의원들이 엄호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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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0.06.24.  photocdj@newsis.com

당내에서도 소송까지는 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보수 정권 시절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민주당의 행보에 맞지 않아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 지도부 인사는 뉴시스에 "민주국가에서는 반대하는 사람도 다 안고 가는 것"이라며 "소송을 하면 서로 치사해지는 것이다. 법으로 자꾸 끌고 들어가서 정치의 사법화가 되는 건 좋지 않다. 누워서 침뱉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무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진 전 교수를 키워주고 있지 않나"라며 "당 차원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선 '민주당만 빼고' 칼럼 사태의 확대 재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경향신문에 해당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이해찬 대표 명의로 고발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아 취하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당시 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던 이낙연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성 발언을 하고 사태를 수습했다.

이 대표는 당시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부터 더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하겠다. 당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에 대해서도 집권여당이 필요 이상 공식 대응해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단 결국 '더 스스로 경계하고 주의하겠다'는 기조의 낮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 전 교수의 여태까지의 발언이 수위가 높으니 집권세력이 기분이 좋을 수는 없다"면서 "그래도 공당이 개인을 공격해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게 긍정적이거나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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