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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기안기금 지원 2호' 되나...LCC 업계 보릿고개

등록 2020-10-17 06:00:00   최종수정 2020-10-19 09: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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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공) 2020.10.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들이 40조원 규모로 조성된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의 지원을 받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기안기금 2호 기업으로 지정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지난 15일 회의를 열고, LCC 전반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논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안기금 운용심의회가 LCC 업계에 초점을 두고 전반적인 현황을 검토했다"며 "현재 기안기금 투입이 결정된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심의회가 열리기 전에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이날 제주항공은 기안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경영 위기에 빠진 만큼 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제주항공은 2분기 1006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이 기안기금을 신청하면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는 기금의 지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의 기안기금 신청 규모가 17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심의회의 기안기금 투입 결정도 발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안기금 운영실무를 맡고 있는 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제주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주항공은 LCC 중 기안기금 신청 요건을 충족하는 곳"이라며 "신청하면 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이 회장은 "제주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형식적 요건은 충족한다고 본다"며 "오늘 신청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님 다음주에 (신청)하면 심의회에서 검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국정감사에서 "제주항공은 기안기금 자격이 된다"고 밝힌 만큼 제주항공에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기안기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LCC들이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이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면 LCC 대부분이 무급휴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 미국 등 해외를 보면 항공업계에 어마어마한 돈이 풀리고 있다. 긴급자금을 대출해줄 때 적용하는 금리가 3%를 넘는 경우가 없다. 델타항공은 미국 정부로부터 16억 달러(약 1조8000억원)의 긴급자금을 10년 만기로 지원받았는데, 이자율이 초기 5년간 1%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안기금은 상환 기간이 짧고 대출금리가 너무 높다"며 "위험 프리미엄을 고려했다해도 지나치게 고금리다.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적시에 이뤄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큼 기안기금 대상 등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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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기금 지원 대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총 9개(항공·해운·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유·철강·항공제조) 업종으로, 총차입금 5000억원(2019년말 감사보고서 기준), 근로자수 300인 이상(2020년 5월1일 기준)인 조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 LCC 중에서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만 이같은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허 교수는 성실히 경영을 잘한 LCC들에게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에어부산은 자본잠식 상태인데, 경영을 잘 못해서 빚더미에 앉았다. 에어부산이 기안기금 지원대상이 되고, 에어부산보다 잘 경영한 티웨이항공·진에어에 기안기금 지원이 제외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범위를 재조정해야 한다. 기안기금 지원 원칙이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로 전례없는 위기를 맞은 항공업계에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산업구조도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빅딜'이 많이 이뤄졌다"며 "우량금융사의 부실금융사 인수·합병(M&A)을 통해 하나의 우량 금융기업으로 만든 케이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LCC를 놔둬서 도태되게 하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지원해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지원은 좋지 않다"며 "어느정도 기한을 두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해서 정책을 잘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안기금이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안기금 운용심의회를 비롯한 금융당국, 국토교통부(국토부)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토부는 소수의 플레이어가 항공운송업계에 남아있기를 원했다"며 "어떻게 보면 지금과 같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많은 플레이어가 있으면 안 좋다.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게 국토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안기금'이라는 지원금 같지 않은 지원금을 내놓았는데, 이것이 현재 국토부 등 정부가 항공운송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며 "최대한 진입장벽을 높여서 소수만 기안기금을 받게 하는 것이 그들의 속내가 아닌가 싶다. 기본적인 부채총액부터 시작해서 대출금리까지 소규모 LCC가 받을 수 없게 막아놓았다"고 부연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안기금이 코로나로 어려워진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하지만, 정부가 항공업을 기간산업이라고 안 보는 것 같다"며 "기간산업이라고 생각했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LCC 지원을 했을 것이다. 기안기금 지원 규모를 확대하거나 진입장벽을 낮췄을 것 같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기안기금은 고용안정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항공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많은 인력들이 요즘 주목받고 있는 특수고용직과 별 반 다를 게 없다. 평생 항공운송만 배워왔고 이 일에 집중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사 기장은 전문직으로 분류되지만, 전문직의 또다른 이면은 오로지 그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고용안정을 위해서라도 기안기금 개선에 전향적으로 접근할 것 같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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