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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 화려한싱글은없다]뜨겁게 만나 쿨하게 헤어졌다, 어떤 이혼 후

등록 2020-10-2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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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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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일러스트 jincat08@naver.com
[서울=뉴시스]  “차를 갖고 나온 걸 알았다면 맥주는 저 혼자 마실 걸 그랬어요.”
“그래도 술 한 잔 들어가야 마음이 좀 편해질 것 같아서요. 저, 오늘 면접보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면접이라뇨, 대화를 나눈 거죠.”

재혼 상담차 만난 47세 여성 A는 쾌활하고 솔직했다. 꽤 좋은 느낌이 들었다.

“제 차 운전해줄 사람 올 거예요.”
“그래요? 누구….”

그러던 중 여성은 마침 택시에서 내린 남성을 반갑게 불렀다. 잠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이혼한 전 남편이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여성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고, 남성은 싱가포르 국적으로 미국의 어느 대학 교수였다. 자녀를 둘 낳고, 원만하게 잘 살던 두 사람이 갈라진 것은 남편의 외도 때문이다. 남편의 배신을 견딜 수 없었던 A는 이혼을 요구했고, 이혼의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있는 걸 알고 있는 남편은 A의 이혼조건을 다 수락했다. 시어머니 또한 A를 지지해 줬다.

그래서 자칫 ‘장미의 전쟁’처럼 될 수도 있었던 두 사람의 이혼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놀라운 것은 이혼 후 두 사람의 관계다. 차로 15분 거리에 살면서 전 남편은 A가 출장을 가거나 바쁠 때 아이들을 돌보고, 가끔 집에 들러 반찬을 갖고 가거나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두 사람 다 싱글인데, 서로에게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격려해준다고 했다. A가 남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전 남편은 그 남성에게 골프채를 선물하면서 결혼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제가 재혼을 하면 아이들 새 아빠가 생기는 건데, 신경이 안 쓰일 리가 없죠. 엑스(ex·前)가 되는 건 부부일 뿐이고,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엄마아빠니까요. 저도 그 사람 행복을 빌어줘요.”

미국에서 이런 경우는 드물지 않다. 부부로서의 관계는 끝나도 부모의 역할이 있기에 이혼 후에도 연락을 하고, 연결될 수밖에 없다. 적대적인 관계는 자녀들에게 해를 끼친다.
  
한국도 이혼이 늘면서 과거처럼 이혼을 안 된다, 나쁘다 등으로 보지는 않는다. 함께 살기 싫어서 헤어지는 것이니 감정이 좋을 리 없고, 그래서 ‘좋은 이혼’은 어렵다. 그렇더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쿨한 이혼’은 가능하다.

그 편이 자신을 위해서 최선이다.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선 내 마음이 힘들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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