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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박정자 "'해롤드와 모드' 90세까지? 더 욕심 없어요"

등록 2021-03-22 16:07:43   최종수정 2021-03-29 09: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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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해롤드와 모드' 7번째 무대
배역속 80세 '모드'역할 다시 맡아
절친 배우 윤석화 연출...5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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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기자간담회 _ 박정자. 2021.03.22.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80세요? 다를 거 같은데, 다르지 않아요. 팔십세라는 구실로 이번 무대를 올린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네요."

올해 팔순을 맞이한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79)가 자신의 나이와 같은 배역을 맡는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연기한다.

국내에서는 1987년 김혜자, 김주승 주연으로 초연했다. 박정자 버전의 해롤드와 모드(옛 제목 '19 그리고 80')는 2003년 첫 선을 보였다. 2008년 뮤지컬로 옮겨지기도 했다. 이번이 7번째 무대다. 박정자는 초연부터 이 작품에서 모두 모드를 연기해왔는데, 진짜 배역 속의 나이인 80세가 됐다.

박정자는 22일 오후 열린 '해롤드와 모드' 간담회에서 "80세를 기다렸는지 아니었는지 모르겠는데, 이제 만나게 됐어요. 오늘 아침에 눈을 뜨면서 이 장소로 오면서 '아 참 감사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든 시간에, 모든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까지요"라고 말했다.

'해롤드와 모드'는 작가 콜린 히긴스의 시나리오가 바탕이다. 동명 영화(1971)로 먼저 알려졌고 이후 다시 히긴스에 의해 연극으로 만들어져(1973) 무대에 올랐다. 자살을 꿈꾸는 19세의 소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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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기자간담회 _ 박정자 배우_윤석화 연출. 2021.03.22.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박정자는 모드의 매력에 대해 "정말 무공해"라고 했다.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요. 소유한 게, 아무 것도 없죠. 물론 극중 마지막 부분에는 그야말로 80의 생일날, 스스로 삶을 선택하죠. 그 선택이 제게는 도전인데, 그 용기가 또 부럽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제 인생의 롤모델이 모드예요. 이런 모드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라면, 환경을 걱정할 일도 아니죠. 네 것 내 것 싸울 일도 없고 욕심 부릴 일도 없습니다."

박정자는 2003년 초연 당시 "한해 공연하고 끝날 줄 알았다"고 돌아봤다. "그런데 저보다 관객분들이 더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공연 80세까지 해야 해'라고 스스로에게 약속했고, 주변, 관객분들에게도 이야기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이 나이까지 하는데, 기네스북 같은 데 안 오르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데 이번이 박정자의 마지막 모드다.  "어떤 분들은 '90세까지 하지'라고 얘기하시는데, 이제 더 이상 욕심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벼울수록 좋잖아요. 사뿐하게, 가뿐하게 해롤드는 이쯤에서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이,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요. 다음에 윤석화 씨가 하면 객석으로 즐겁게 바라보고 싶어요. 하하."

평소 박정자와 절친한 후배인 배우 윤석화가 연출자로 나선다. 윤석화는 2003년 박정자의 '19 그리고 80' 첫 공연에 제작자로서 참여했다. 10년 전 이 공연의 마지막 연출을 맡아달라고 박정자가 윤석화에게 부탁했고, 약속을 지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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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기자간담회 _ 박정자 배우_윤석화 연출_오승훈 배우. 2021.03.22.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1975년 민중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윤석화는 박정자를 잇는 우리 공연계를 대표하는 배우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1987), 뮤지컬 '사의 찬미'(1990), 뮤지컬 '명성황후'(1996), 연극 '신의 아그네스'(1999), 연극 '세 자매'(2000),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2003) 등에 출연했다. 특히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을 제작하며 공연계의 대모로도 발돋움했다.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 '나는 너다'로 연출력도 증명했다.

윤석화는 "이번이 7번째여서 어떤 디렉션을 드린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의미하다"라고 했다. "여섯 번의 공연을 다 봤는데 반추를 해보면, 첫 무대의 모드가 제 느낌에는 가장 밝고 사랑스럽고 비워 있었어요. 이번에 무대가 미니멀하고 모던한데, 배우들의 연기가 오롯이 보일 수 있으면 합니다. 행간이 '시'가 돼주기를 바랍니다"라고 했다.

윤석화는 자신이 연출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도 있지만, 부담은 내려놓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박정자 선배님과 같이 하는 이유는 연극이라는 길 위에서의 '동지애' 때문이에요. 연극 외에는 어떤 이물질이 없다"고 했다.

박정자와 윤석화는 평소에 서로롤 잘 챙기고 존중하는 돈독한 사이로 잘 알려져 있다. 상대방이 연극을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공연을 관람한다. 특히 2016년 10월 윤석화가 갈비뼈 6대가 부러진 중상의 후유증에도 휠체어를 타고 무대에 오른 연극 '마스터 클래스' 첫 공연이 끝난 뒤 얼싸안고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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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해롤드와 모드' 기자간담회 . 2021.03.22.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박정자는 "둘 사이가 매번 좋은 것은 아닌데 전생에 어떤 인연일까라고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석화 씨랑 저는 너무 똑같은데, 또 너무 달라요. 그게 장점이죠. 둘이 똑같으면 발전이 없어요. 그래서 항상 긴장감이 감돌죠."

1962년 이화여대 문리대 연극반 시절 '페드라'로 데뷔한 박정자는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쉼 없이 연극무대에 섰다. '키 큰 세 여자', '나는 너다', '햄릿', '오이디푸스', '피의 결혼', '위기의 여자', '신의 아그네스',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이 대표작이다. 내년이 데뷔 60주년이다. 박정자는 "일어날 때, 계단을 오를 때마다 감사하다"고 했다.

이번 연극 제작은 평소 박정자와 인연이 깊었던 박명성 신시컴퍼니 프로듀서가 제작을 맡았다. 박 프로듀서와 신시컴퍼니는 2008년 뮤지컬 '19 그리고 80'으로 '해롤드와 모드'와 첫 인연을 맺었다. 박 프로듀서는 "코로나19로 공연 환경이 엄중한 시기지만 좋은 연극을 준비한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박정자 선생의 팔순을 기념하는 공연이자 마지막 '해롤드와 모드'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모드의 상대역 19세 해롤드 역은 그동안 박정자라는 대 배우를 상대, 성장하는 '별들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종혁, 윤태웅, 김영민, 강하늘 등이 배출됐다. 올해에는 한국 연극계의 유망주 임준혁, 오승훈이 번갈아 맡는다. 두 배우는 "연기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오는 5월 1일부터 23일까지 KT&G 상상무대 대치아트홀.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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