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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대로]軍 위문열차가 살린 브레이브걸스, 위문공연의 재평가

등록 2021-03-28 09:00:00   최종수정 2021-04-05 09: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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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기로 걸그룹, 위문열차 영상 덕 부활
현역·예비역 남성 팬덤 영향력 입증 사례
여성계, 軍위문공연 성차별적 성격 비판
제작진 "여군 간부 함성 소리 들어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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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공군3훈비 무대. 2021.03.28. (사진=국방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군인들 사이에서만 인기를 누렸던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공중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고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군 위문공연에서 브레이브걸스의 노래 '롤린(Rollin')'를 함께 부르는 군인들의 모습, 그리고 군 시절을 추억하는 군인들의 댓글 등이 합쳐진 유튜브 영상이 인기를 누리면서 일반 네티즌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덕분에 은퇴 기로에 서있던 브레이브걸스는 가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을 이끈 것은 국방TV 방송 '위문열차'다. 브레이브걸스가 위문열차에서 한 공연, 그리고 끼 많은 군 장병들이 위문열차 무대에서 브레이브걸스의 안무를 따라한 것 등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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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공군3훈비 무대. 2021.03.28. (사진=국방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방TV 관계자는 브레이브걸스 역주행 소식에 "브레이브걸스는 데뷔 때부터 위문열차에 많이 출연했다. 기본적으로 야외 공연인데다가 부대를 찾아다니는 식으로 공연하다보니 거리도 멀고 힘든데 브레이브걸스는 항상 웃는 얼굴로 찾아와 장병들과 잘 어울렸다"며 "그동안 브레이브걸스가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못 받아 안타까웠는데 이번 역주행으로 사랑을 받으니 기쁘다"고 소회를 밝혔다.

역주행의 출발점 역할을 한 2019년 8월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의 롤린 공연 역시 위문열차가 마련한 무대였다. 해병대원들이 해병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브레이브걸스의 춤을 따라 췄고, 무대 막바지에 브레이브걸스가 무대에 깜짝 등장해 함께 공연을 펼쳤다.

당시 원조가수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춤추던 장병들은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국방TV 관계자는 "리허설 때 보니 이 친구들이 준비를 많이 했더라. 그래서 브레이브걸스와 콜라보를 하게 되면 이 친구들이 군 생활을 하면서 큰 선물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브레이브걸스에게 장병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해줄 수 있겠냐 하니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고 내막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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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해병대-브레이브걸스 합동 무대. 2021.03.26. (사진=국방TV 유튜브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브레이브걸스 역주행을 이끈 위문열차는 국방부 주관 방송인 '국방TV'가 방영하는 군 장병 대상 음악 방송이다. 위문열차는 전후방 각지 군부대를 찾아가 가수들의 공연으로 장병들에게 활력을 준다. 위문열차는 민군(民軍) 화합을 목적으로 열리기도 한다. 매년 진해 군항제, 국군의 날, 지상군 페스티벌 등 민과 군이 함께하는 행사에서 위문열차 공연이 펼쳐진다.

알고 보면 위문열차는 1961년 10월 첫 방송 이후 60년째 방송 중인 최장수 공개방송이다. 위문열차는 한국기록원에 '최장수 라디오 공개방송 프로그램'으로 등재돼있다. TV방송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위문열차는 1961년 10월23일부터 2010년 9월30일까지 2500회 공개방송을 하는 기록을 세웠다.

위문열차는 스타들의 등용문이었다. 위문열차는 지상파 못지않게 많은 인기 스타들이 출연했다. 송해, 최희준, 패티김, 현미, 현철, 설운도, 인순이, 혜은이, 소방차, 조용필, 민해경, 신효범, 박진영, 엄정화, 김현정, 이수영, 쥬얼리, 아이비, 원더걸스, 소녀시대, 시야, 배슬기, 카라, 이효리 등이 위문열차 무대에 올랐다.

사회자 면면도 화려하다. 후라이보이 곽규석을 시작으로 송해, 이상용, 이하원, 박상규 등이 위문열차 사회자 출신이다. 1990년대부터는 이훈, 서경석, 이민우, 홍경인, 박광현, 지성, 클릭비 김태형, NRG 노유민, 김재원, 손은아, 붐 등이 사회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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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해병대 1사단 무대. 2021.03.28. (사진=국방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0년대 들어서는 걸그룹이 위문열차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걸그룹은 이른바 '군통령'으로 불리며 장병들을 열광시켰다.

이번 역주행으로 가요계 최정상에 선 브레이브걸스 외에 '라붐'이 위문열차 무대에 자주 섰다. 라붐은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 근처에 있는 일반전초(GOP)에서 열린 위문열차 무대까지 섭렵했다. 이 외에 달샤벳, 나인뮤지스, 크레용팝, 라니아, 걸스데이 등이 위문열차 무대에 출연했다.

최정상급 걸그룹이 위문열차 무대에 오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 출연료와 일정 상 인기 절정인 걸그룹을 섭외하기 어렵다고 제작진은 설명한다. 국방TV 관계자는 "부대가 멀어서 스케줄을 맞추기 어렵고 출연료를 맞추기 어렵다"며 "위문열차도 방송이긴 하지만 출연료를 맞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브레이브걸스 역주행은 현역과 예비역 장병들이 중심이 된 팬덤이 대중문화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 위문공연 자체가 갖고 있는 성차별적 성격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앞서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상품화로 가득 찬 군대 위문공연을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랐다. 청원 게시자는 "여성을 사람으로 보는 건지 그저 진열대의 상품으로 보는 건지 기괴할 따름"이라며 "군인을 위한 여성의 헐벗은 위문공연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성계는 걸그룹의 신체가 볼거리로 여겨질 때 성을 매개로 하는 착취적인 권력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군 위문공연이 국가를 지키는 남성과 이들을 위문하는 여성이라는 성 역할을 부여하고 재생산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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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37사단 무대. 2021.03.28. (사진=국방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지적에 국방TV는 반론을 내놨다. 국방TV 관계자는 "위문열차에는 걸그룹만 올 것이라 여기는데 사실 위문열차는 걸그룹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힙합, 밴드, 발라드로 구성한다"고 설명했다.

위문공연에서는 남자 가수들도 환영 받는다. 국방TV 관계자는 "처음 출연한 발라드, 힙합 남자가수들이 '제가 출연해도 될까요'라고 얘기하는데 막상 출연하면 장병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호응에 놀란다"며 "어떤 남자 힙합 가수는 장병들의 함성 소리 때문에 전주를 놓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군 내 여군 비율이 높아지면서 위문공연의 성격이 바뀌는 측면도 있다. 국방TV 관계자는 "몇 년 전 여군 간부들이 포함된 부사관 학교에서 공연을 했는데 남성 발라드 가수와 힙합 가수도 왔다"며 "여군은 3분의 1에 조금 못 미쳤는데 함성은 남군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제작진은 위문공연이 성차별적이라는 지적에 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방TV 관계자는 "장병들은 20대 장병이고 아들이고 친구다. 이들이 군 밖에서 공연을 즐기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군 내부에서 공연을 즐기면 색안경을 끼는 분들이 많다"며 "(위문공연이 성차별적이라는 주장에) 장병들이 상처를 받는다. 이 친구들에게 위문공연은 즐기는 것이자 추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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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브레이브걸스-37사단 무대. 2021.03.28. (사진=국방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브레이브걸스와 같은 걸그룹이 군 위문공연을 통해 직업인으로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측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김은경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유희로서의 노동, 노동으로서의 유희: 미8군 쇼단 여가수의 경험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미8군 쇼 공연은 TV방송이나 라디오 방송, 또는 레코드를 발매해 자기 노래를 알리는 것과 달리 직접 관객을 만나고 교감하는 과정에서 수행됐기 때문에 현장성이 강하다"며 "관객의 반응에 따라서 부르는 노래의 수가 달라지기도 하고 더 신나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관객의 반응이 공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한명숙(가수)의 구술은 이들의 공연노동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공연 당시의 현장 분위기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들의 노동이 한편으로 위문일지라도 고립된 노동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환호 속에서 이뤄진다는 사실은 노동을 즐거운 놀이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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