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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친문당 對 도로영남당…정국, 강대강 국면으로?

등록 2021-05-02 05:00:00   최종수정 2021-05-03 09: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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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바뀐 야권 권력지형, 對與·대선정국 후폭풍 불 듯

영남권 건재 재확인…차기 당권주자에도 영향 불가피

'울산선거 피해자' 김기현 원내사령탑…對與정국 경색?

자강론 중시…윤석열 등 당밖 잠룡 당분간 거리 둘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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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을 확정짓고 두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의 새 원내사령탑에 영남권 중진 4선 김기현 의원이 선출됨에 따라 당내 역학관계 변화는 물론 대선을 앞둔 야권 전반의 권력구도가 재정립될 가능성이 높아 정국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대여(對與) 관계 설정에서도 날카롭게 각을 세울 공산이 커 보인다.
 
야권이 다가오는 대선정국에서 반문(반문재인)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에 김 원내대표가 제1야당의 구심력을 강화할지, 반대로 김 원내대표가 주창하는 자강론이 오히려 권력분화를 불러일으키지는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정계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대여(對與) 정국 측면에서 볼 때, 김기현 원내대표의 당선은 여야 협치를 복원하는 정국 반전의 모멘텀보다는 정국 냉각기가 연장되는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우선 당내 권력지도에서 주호영 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에 이어 김기현 의원이 새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영남권의 건재가 재확인됐지만, 역으로 '탈(脫)영남당'을 바라는 의원들의 원심력도 커질 수 있게 된다. 김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전당대회를 앞두고 '도로영남당' 논란도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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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에서 김진표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9. [email protected]
김기현 원내대표가 당의 개혁과 쇄신을 약속했지만 당의 좌표를 지금보다 더 왼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의지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 의원의 당선은 영남권의 세(勢)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증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만큼, 만약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더라도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이 족쇄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대선 체제로 전환하기 전까지 대대적인 쇄신작업을 마쳐야 하지만 동력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의원 시절 소장파 그룹 '새정치수요모임' 출신인 점을 들어 개혁과 혁신의 적임자라고 내세웠지만 울산시장을 거치면서 정치적으로 무색무취해진데다, 개혁보수로 평가할만한 행적은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원내사령탑이 동시 교체되면서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도 주목된다. 강성친문에 속하는 윤호중 의원이 민주당 원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김기현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정국 경색이 고조될 수도 있다.

김 원내대표가 강경 보수에 속하는 건 아니지만,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사건'의 피해당사자로 현 정권·여당과 내내 각을 세운 만큼 민주당이 원내 협상파트너로서 상대하기에는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공수처법 개정 반대 필리버스터 당시 "저는 청와대 울산시장 개입사건 피해당사자"라며 "청와대가 진두지휘한 불법선거로 저는 서슬 퍼런 정치공작 피해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제 개인적인 모든 삶이 망가졌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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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4.29. [email protected]
양당의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청문정국이 펼쳐지지만 상임위 재분배 협상이 정국 주도권 싸움의 첫 충돌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선 지난해 원(院) 구성의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을 관례대로 야당 몫으로 돌려받아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 결국 법사위원장 자리가 여야 협치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차기 법사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태세지만 국민의힘과 다시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 내년 대선까지 재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여당으로선 상임위를 독식해 대선정국에서 야권의 '일당 독재' 프레임에 말려들어 정국을 대치국면으로 끌고 갈 이유가 실리적으로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선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원내사령탑 교체는 대선정국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지금 시점에 선출된 원내대표는 당권 헤게모니 싸움은 물론 향후 불어닥칠 대선정국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 원내대표가 차기 당 대표가 결정되기 전까지 한 달여 동안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임하면서 전당대회 일정과 선출 방식 등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선 당권레이스 지형을 흔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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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야권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 유승민 전 의원(가운데), 홍준표 무소속 의원(오른쪽).
김 원내대표의 당선은 같은 영남권인 TK 출신 주호영 의원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전당대회 내내 '도로 영남당' 논란을 가열시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지적이다. 당권을 노리는 영남권 후보에겐 불리한 정치 지형이 펼쳐지는 반면 나경원 전 의원 등 비영남권 인사들의 당권 도전에는 물꼬가 트일 수도 있다.

원내대표 선거가 끝난 만큼 다음 주부터는 당권 레이스가 펼쳐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고심 중인 후보군은 5선 주호영·조경태 의원, 4선 홍문표·권영세 의원, 3선 조해진·윤영석 의원, 초선 김웅 의원으로, 원외에선 나경원 전 의원이 자주 거론된다. 재보궐선거 압승으로 상승세를 탄 만큼 전당대회 일정이 공고되면 출마 후보만 10여명 안팎에 달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예비경선 단계에서 최소한 절반은 컷오프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당권 경쟁이 가열되면 이합집산과 권력투쟁이 본격화되면서 계파 갈등이 재연돼 당이 내홍에 빠져들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유승민계가 당내 단일·최대계파로 부상하자 당권 경쟁에도 입김을 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대두된다.

원내지도부 진용 구축으로 당의 골격이 갖춰지고 안정을 찾은 만큼 대권 주자들의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내년 대선시계가 10개월밖에 안 남은 데다, 늦어도 6월에 전당대회를 치르고 나면 정국은 곧바로 대선국면에 진입한다. 오래전부터 대권 담금질을 해온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야권 잠룡들의 대선 채비가 본격화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 행보도 이 시기에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홍준표 무소속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등도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김 원내대표가 당의 쇄신 관점에서 자강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윤 전 총장이나 안 대표를 서둘러 영입하는데 매달리기보다는 당내 대권주자를 키우는 데 당분간 전력을 쏟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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