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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슈퍼스타 오사카 나오미는 우울하다

등록 2021-08-26 05:30:00   최종수정 2021-09-06 1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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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넷플릭스 다큐 '오사카 나오미:정상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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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내티=AP/뉴시스] 오사카 나오미. 2021.08.20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2018년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결승. 21살의 오사카 나오미가 세리나 윌리엄스를 이기고 우승한다. 10여년 간 여자 테니스계 정점에 있던 윌리엄스를 이긴 오사카는 어린 무명 선수였다.

그는 승리를 확정짓는 서비스 에이스를 날린 뒤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눈물 흘린다. 그리고나서 어색한 표정으로 웃으며 트로피를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오사카는 흔한 환호 한 번 하지 않았다.

이 내성적인 선수는 아시아인 최초 그랜드슬램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이후 3년 간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세 차례 더 우승했다. 여성 선수 연간 소득액 신기록도 세웠다. 그렇게 오사카는 테니스를 넘어 전 세계 스포츠를 대표하는 슈퍼스타가 됐다. 그의 에이전트 겸 매니저 스튜어 두구드는 말한다. "번개처럼 나타났죠. 말 그대로 벼락스타인 겁니다."

그럼 이 스타 플레이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오사카의 천재성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가 이 거대한 성공을 위해 재능을 뛰어넘는 노력을 해왔다는 걸 보여준다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오사카 나오미:정상에 서서'는 스포츠 스타 다큐멘터리의 이런 클리셰엔 관심이 없다. 대신 차분하게, 그리고 골똘히 오사카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마치 오사카 나오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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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하다는 생각이 종종 들어요." 이 다큐멘터리는 오사카의 말로 시작한다. 이건 밑바닥에서 기어올라와 성공을 쟁취한다는 자수성가 드라마가 아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삶의 정점에 가까운 곳에 서있는 한 인간에 대한 관찰기다.

이 작품은 시작하고나서 2분만에 오사카가 2018년 US오픈을 우승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나서는 이 우승과 스포트라이트가 오사카에게 가져온 혼란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한다. 그래서 부제가 '정상을 향해'가 아니라 '정상에 서서'다. 오사카는 말한다. "저한테 쏟아지는 관심이 가끔은 너무 이상하게(ridiculous) 느껴져요. 전혀 준비 못한 일이잖아요."

'오사카 나오미:정상에 서서'를 보고나면 그를 둘러싼 최근 논란을 일정 부분 이해하게 된다. 오사카는 최근 기자회견을 거부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5월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프랑스 오픈에 출전한 뒤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했고, 실제로 경기 직후 짧은 TV 인터뷰에만 응하고 정식 기자회견엔 불참했다. "기자회견이 선수들의 정신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이뤄지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랜드슬램 대회 주최 측은 오사카가 미디어 관련 계약을 어겼다며 1만5000달러 벌금을 부과하자 오사카는 이에 반발해 프랑스 오픈에서 기권했다. 이후 일본 대표로 참가한 도쿄올림픽에선 딱 한 가지 질문만 받았고, 올림픽 직후 참가한 대회에선 프랑스 오픈 기권 후 약 3개월 만에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받은 뒤 울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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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 35~45분 3회 분량으로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말하자면 오사카의 우울에 관한 기록이다(그는 실제로 우울증을 고백했다). 거렛 블래들리 감독은 이 우울의 원인을 아직 완성되지 못한 정체성과 자아에서 찾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났지만 미국에서 자랐다. 국적은 일본이지만 영어 밖에 할 줄 모른다. 오사카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말한다. "난 흑인이면서 일본인이다."

오사카는 3살 때부터 테니스를 쳤고, 오직 목표를 향해 달렸다. 끝없는 훈련과 연습으로 이기는 법을 배웠다. 문제는 승리에 세금처럼 따라오는 유명세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이제 슈퍼스타 오사카의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테니스 선수가 아닌 인간으로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자아를 가진 오사카에게 이 상황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오사카는 이제 질문을 던진다. '난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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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는 오사카가 2020년 US오픈에서 두 번째 우승을 하지하는 모습으로 끝이 난다. 2018년 이 대회 우승 이후 슬럼프를 겪던 그는 다시 한 번 정상에 선다.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오사카의 우승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오사카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외부로 표출하기 시작하자 그가 실력을 되찾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오사카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강력히 지지하며, 공권력에 희생된 흑인의 이름이 적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회에 나타났다. 오사카는 말했다. "이런 위치에 있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것 같아요. 중요한 일에 사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나서 그는 2018년에 그랬던 것처럼 수줍은 미소와 함께 트로피를 다시 들어올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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