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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②]대한민국을 강타한 ‘면세점 대란’ 후폭풍

등록 2015-12-09 10:00:53   최종수정 2016-12-28 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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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지난달 14일 정부가 새로운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두산과 신세계DF를 선정했다. 결과가 나온 지 적잖은 시간이 흘렀지만,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기존 면세점 사업자가 특허를 잃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탓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와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난 10월4일 서울의 한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2015-12-22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지난달 14일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를 발표한 뒤 특허권을 놓고 경쟁한 대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잃게 된 롯데그룹과 SK네트워크 워커힐면세점을 내놓게 된 SK그룹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망연자실해 하고 있지만, 숙원이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따낸 신세계그룹과 사업 다각화를 위한 면세점 사업 진출에 성공한 두산그룹은 표정관리에 한창이다.

 흥미로운 것은 면세점 사업자 발표 전까지만 해도 “특정 대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운영 특혜를 계속 누리는 것이 옳지 않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국민 중 상당수가 ‘동정론’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이다.

 기존 면세점 중 두 곳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면서 일어나게 될 후폭풍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탓이다.

◇첫째 후폭풍

 가장 큰 사태는 면세점 수성에 실패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 면세점 직원들이 겪게 되는 ‘고용 불안’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는 정규직, 계약직 등 1300여 명,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에는 정규직, 계약직 등 900여명이 그간 각각 일해왔다. 얼핏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를 이어받은 두산과 SK네트워크 워커힐면세점의 특허를 넘겨받은 신세계DF가 각각 이들을 고용 승계하면 되겠구나 싶으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총 규모에 450여 개 매장을 운영해왔으나 을지로 6가 두타에 들어설 두산 면세점은 370여개 매장이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이 그대로 두산 면세점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나 워커힐면세점에 있던 일부 해외명품 브랜드의 두산이나 신세계DF 면세점 입점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 밖에도 연봉 등 처우 문제, 거주지와 출퇴근 문제 등 난파선이 된 두 면세점 직원들이 새로운 배에 옮겨 타기 위해 넘어야 할 파도는 너무 크고 높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면세점 사업자 발표 바로 다음 날인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면세점은 협력업체 포함 3000명을 고용하는데 그분들의 고용 안정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밝혀 직원들이 처하게 된 고용불안을 방증했다.

 롯데그룹은 다시 하루 뒤인 16일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주재로 제2롯데월드에 입점한 계열사 대표 8명, 롯데그룹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후속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 고용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롯데그룹은 이들 직원을 다른 롯데면세점에 분산 배치하되 수용하지 못하는 인원은 잠실 롯데월드몰 내 그룹 운영사(백화점, 마트, 하이마트, 쇼핑몰 등)에 배치해 전원을 고용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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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특허가 취소된 서울 송파구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kkssmm99@newsis.com
 워커힐면세점은 3000명 이상 인력이 필요한 신세계DF와 고용승계를 타진 중이나 아직 두드러진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둘째 후폭풍

 불거진 문제는 또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이 안고 있는 재고 문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약 1200억원(매입가 기준) 상당의 재고를 11월말 현재 보유하고 있고, 내년 1월부터 입고될 2016년도 봄·여름(S/S) 신상품도 4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워커힐 면세점은 그보다 적지만 약 700억원대로 추산된다. 결국 두 면세점이 떠안게 된 재고는 2000억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 재고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면세품은 관세법상 출국 내외국인에게만 판매할 수 있다. 이중 내국인은 구매 한도가 1회 600달러로 제한된다. 결국 고가 명품의 경우 외국인에게 판매해야 하는데 두 면세점에는 시간이 없다. 관세청이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각기 유예기간 6개월씩을 주지만, 그때까지 못 판 재고의 경우 고스란히 면세점 손실이 된다.

 백화점의 경우 제조사로부터 상품을 위탁받아 판매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판매방식이어서 안 팔리면 반품해 버리면 되지만, 면세점은 제조사로부터 물건을 사입한 뒤 이윤을 붙여 파는 방식인 탓이다. 게다가 고가인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정책상 할인 판매를 허용하지도 않아 더 큰 문제다.  신세계 DF나 두산, 올 7월 신규 특허를 취득한 한화갤러리아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등에 넘기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으나 여건상 역시 쉽지 않다. 결국 손해를 감수하고 멸각해야 한다.  

 롯데면세점은 월드타워점 재고를 다른 6개 면세점(소공점, 코엑스점, 인천공항점, 김포공항점 등)에서 나눠 판매할 수 있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러나 면세점이 하나뿐이던 SK네트워크는 워커힐면세점 안에서 최대한 빨리 팔아치우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결국 워커힐면세점은 지난달 말부터 50~80%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기간은 재고 소진 시까지여서 재고 처리 할인임을 짐작하게 한다. 유예기간은 내년 5월16일까지인데 얼마나 팔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셋째 후폭풍

 이것들로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면세점이 들어있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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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뉴시스】강종민 기자= 서울 면세점 특허 심사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특허심사 참여 기업 관계자 차량이 14일 오전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을 빠져 나오고 있다.  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 신세계디에프, 두산 등은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특허심사위원회 위원을 상대로 서울 면세점 특허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2015.11.14 ppkjm@newsis.com
 롯데면세점은 기존 (제1)롯데월드에 있던 롯데면세점 잠실점을 길 건너 123층 롯데타워의 부속건물인 쇼핑몰 동으로 확장 이전하기 위해 5개월이라는 시간과 비용 3000억원을 들였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면세점이 빠지게 되면서 시간과 비용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게 됐다.

 면세점이 빠진 뒤 공간을 방치할 수도 없는데 그만큼 넓고 화려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는 선뜻 생각하기 쉽지 않다. 이를 두고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약 4820억원으로 지난해 약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코엑스보다 3배가량 규모가 크기 때문에 롯데그룹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난제가 많다. 일단 같은 송파구 잠실에서 길 하나를 건너는 데도 관세청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는데 강남구 삼성동에서 송파구 잠실동으로 옮긴다는 것은 절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용케 옮겨 온다고 해도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특허 만료가 2년 뒤인 2017년 12월이어서 이전 작업 등을 감안하면 월드타워점 자리로 이전한다고 해도 영업 가능 기간이 1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힘들게 옮겨도 특허권을 지킨다는 보장도 없으니 또다시 시간과 비용 문제가 불거진다.

 225개 브랜드가 입점한 롯데백화점 월드타워점 명품관 에비뉴엘을 확장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기되나 이 또한 앞으로 특허제도가 다시 바뀌어 면세점 허가를 다시 받을 것을 생각한다면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 몰려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극장, 아쿠아리움 등이 자리한 쇼핑몰 동이 아닌 면세점이 있는 에비뉴엘관에 입점한 레스토랑 등 기타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무엇이든 공간을 활용해야 할 처지다. 

 워커힐 면세점은 최근 8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매장을 확장하고, 시설을 개보수하는 등 리뉴얼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헛돈 쓴 꼴이 됐다. 컨벤션 센터로 용도 변경도 거론되고 있으나 서울 동부 지역이라는 지역적인 한계가 있어 활용도가 그리 높지 않아 보여 고민이 깊어만 가고 있다.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이승창(유통학) 교수는 “수십년 동안 면세점을 운영해오다 특허권을 놓친 업체는 그간 쌓은 노하우를 써먹을 데가 없어져 버렸다. 사회적 자산을 잃은 것이다”면서도 “그렇다고 특정 업체에 계속 특허권을 보장해준다면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해결책에 관해 “간단하다. 면세점을 늘리면 된다. 대신에 서울 도심이 아니라 부도심이나 외곽으로 빼는 것이다. 수년 내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만 1000만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니 일정 조건을 갖춘 사업자를 대상으로 면세점을 3~5개 더 내주고 알아서 경쟁하게끔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며 “정부가 이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짚었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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