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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어가는 사회①]성인 10명중 3명, 각종 '정신적 질환' 시달려

등록 2016-03-27 05:00:00   최종수정 2016-12-28 16: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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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사회적 안전망 구축필요"

【서울=뉴시스】임종명 이혜원 기자 = #. 대학원생 A(28)씨는 지난 학기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석사 2년차였던 그는 학과와 논문 작업에 이어 과중한 연구실 업무로 시달리고 있었다. 평소 쾌활한 성격이었지만 늘 두통에 시달리고 사람 만나기도 꺼리게 됐다. 답답한 마음에 정신과 의료기관을 찾을까도 했지만, 일시적인 스트레스로 정신병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웠다. A씨는 결국 교내 학생상담센터를 찾았다.

 현대 사회의 시민들은 우울증, 조울증,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스스로도 모르게 떠안은 채 살고 있다.

 대부분은 각종 스트레스와 개별적 생활환경으로부터 유발되는 것이다.

 자살, 살인 등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더러 발생하며 최근 늘어난 난폭·보복운전, 데이트폭력 등도 각종 정신적 질환을 감추고 혼자서 앓다가 어긋난 방향으로 표출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2011년 기준, 성인 10명 중 3명이 정신적 질환 앓아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10명 중 3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복지부가 매 5년마다 추진한다. 올해 5년주기의 조사가 다시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2011년 조사는 만 18세부터 74세 이하 성인 602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 응답자 중 27.6%는 평생 동안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겪었다고 답변했다. 또 응답자 중 16%가 최근 1년 간 한 번 이상 알코올 중독, 기분장애 등 25개 정신질환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알코올·담배로 인한 정신장애를 제외한 질환을 겪은 확률도 14.4%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조사 시점인 2006년(12.6%)보다 1.8%p 증가한 수치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토대로 추산해보면 만 18세 이상 74세 이하 성인 중 알코올과 니코틴으로 인한 장애를 제외한 정신장애를 경험한 사람은 총 368만1943명이다.

 뇌의 기분을 조절하는 부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기분장애를 평생 동안 한 번이라도 겪어봤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5% 수준이었다.

 이 중에서도 우울증, 조울증 등 우울장애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6.7%가 우울장애를 겪은 바 있다고 답했다.

 또 전체의 6.9%가 병적인 불안으로 인해 과도한 심리적 고통을 느끼거나 현실적인 적응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불안장애를 경험한 적 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평생 자살을 생각해본 사람은 15.6%, 자살을 계획한 경우는 3.3%,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3.2% 수준이었다. 즉 일반 성인의 15.6%가 평생 한 번 이상 진지하게 자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1년 한 해 동안 자살기도를 한 사람은 10만8000명에 달했으며, 이들 4명 중 3명은 한 가지 이상 정신장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 겪어도 병원 찾는 사람은 10명 중 1명

 복지부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 15.3%만이 의료기관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방문한 사람은 10명 중 1명(11.9%)에 그쳤다.

 2011년 기준 정신병적 장애로 입원한 한자는 총 4만2027명. 연구팀은 사회적 편견이나 낙인 때문에 숨기려는 경향을 고려할 때 환자 수는 7만2195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지난 23일 뉴시스가 직접 만난 직장인 B(30·여)씨는 "지금은 아니지만 20대 초반 스스로 우울증이라고 생각될 만큼 어려웠던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불 꺼진 집에 들어오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이 외로워졌다"면서도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지는 않았다. 친구들에겐 늘 밝은 모습을 보여 우울한 면을 감췄었다"고 고백했다.

 B씨의 경우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 박윤옥 의원이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건보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간 Z코드로 진료를 받은 환자가 8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Z코드는 세계보건기구 국제질병분류에서 단순 상담 등의 보건 서비스에 해당하는 코드를 말한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정신과 상담 시 진료 기록이 남지 않도록 기존 F코드(정신과 질환) 대신 Z코드(보건일반상담)로 대체하도록 했다.

 건보원 분석에 따르면 2010년 4만4219명이었던 Z코드 환자는 2011년 4만5699명으로 증가했다. 이어 2012년에는 5만1681명, 2013년 6만5785명, 2014년 8만360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건보원 분석결과처럼 2011년 이후 재조사 시점까지의 공백기에 발생한 정신질환 환자 수는 과거보다 늘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신질환 실태조사 연구팀은 "서구 선진국과 비슷한 양상으로 한국에서도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우울증 등을 겪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며 "노후 대책, 직업 안정성 보장 등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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