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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면 사지 마" 신용카드 포인트몰 소비자는 '호갱'

등록 2016-04-18 12:38:20   최종수정 2016-12-28 16: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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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 주부 이모(56)씨는 최근 '카드 포인트 통합 조회 시스템'을 통해 그동안 열심히 긁은 H카드에 3만 포인트가 적립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때마침 생활용품이 필요했던 그는 이때다 싶어 'H카드 M포인트몰'에 접속했다. 그런데 가격이 평소 다니던 대형마트보다 비쌌다.

 차선책으로 카드사 제휴 가맹점인 외식업체에서 포인트를 사용할까도 생각했지만, "결제대금의 10%만 포인트로 쓸 수 있다"는 안내 글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포인트 유효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이씨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M포인트몰에서 남은 포인트를 한 번에 소진했다.

 #2. 대학원생 김모(30)씨는 얼마 전 H카드 홈페이지를 통해 롯데닷컴에 접속하면 전액 포인트 결제가 가능하다는 공지글을 보고 평소 갖고 싶었던 블루투스 미니 스피커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가 2만9700원짜리 스피커를 4만4550포인트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가격에 구매하면 '호갱'이 되는 느낌이라 도저히 결제할 수 없었다. 포인트도 돈인데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처럼 신용카드 포인트 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가격이 시중보다 비싸 소비자 원성을 사고 있다.

 1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포인트는 카드사가 회원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로 회원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카드 사용액과 사용처 등에 따라 일정액(최저 0.1% 이상)을 쌓는다.

 적립한 신용카드 포인트는 보통 1포인트 당 1원으로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 제휴 가맹점과 쇼핑몰 물품구매, 세금과 공과금 납부, 마일리지 전환, 연회비와 SMS 문자서비스 결제, 캐시백 전환, 기부 등으로 전액 사용할 수 있다.

 단, H카드는 예외다. 1포인트당 1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H카드 M포인트몰, G마켓·CJ몰·신세계몰, 현대·기아 자동차 구매, 일상사용처 등으로 한정된다.

 포인트 전액 사용처인 온라인쇼핑 제휴몰 롯데닷컴이나 H카드 기프트카드·상품권·연회비 결제 시 1포인트의 가치는 0.67원으로 떨어진다. 10만원짜리 상품을 사려면 15만 포인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H카드 가입자는 소멸 시점이 임박한 포인트를 소진하려면 바가지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실제 H카드 M포인트몰에서 인기리에 판매하는 '이마트' 전용상품 중 'A사 3겹 두루마리 화장지(35mx24롤)' 가격은 2만6800포인트다. '이마트 몰'에서 1만9900원(할인쿠폰·카드청구할인 미적용)에 판매 중인 동일 제품보다 무려 6900원 비싸다. 다른 카드사 쇼핑몰에서도 2만원에 판다. 

 M포인트몰에서 '할인 상품'이라며 판매하는 국내 유명 브랜드 홍삼 제품 가격은 18만8100포인트다. 정가 19만8000원에서 9900원 할인된 가격이지만, 일반 온라인 쇼핑몰 최저가 17만5000원 대비 1만3100원 비싸다.

 이 같은 상황은 삼성카드, 하나SK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가 운영하는 포인트몰에서도 비슷하나 H카드가 특히 심하다. 일부 카드사에서는 청구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의 방법으로 손해금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H카드 관계자는 "카드사는 유통업을 할 수 없으므로 유통점들과 제휴를 맺어 쇼핑몰을 운영한다"며 "어떤 상품은 수급 사정 등에 따라 가격이 조금 더 비쌀 수 있는 반면, 재고가 많은 상품은 오픈마켓보다 더 싸게 팔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0% 포인트 결제가 가능한 롯데닷컴의 경우 5%밖에 포인트 결제가 안 되는 다른 오픈마켓보다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소비자가 더 많은 포인트를 사용해서라도 구매하는 것"이라며 "상품 가격이 비싸든, 싸든 결국 소비자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중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9310만장, 체크카드 발급장수는 1억1536만장이다. 국민 한 사람당 신용카드 1.8장, 체크카드 2.3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소비자 지급 결제 수단 비중은 신용카드 39.7%, 현금 36%, 체크·직불카드 14.1% 등으로 나타났다. 일평균 카드 사용액은 신용카드 1조5120억원, 체크카드 3680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카드가 지급결제 수단으로 현금을 대체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카드사가 제공하는 포인트 적립 헤택이다. 하지만 정작 카드 이용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카드의 포인트 적립률이나 사용처 등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많은 포인트가 쌓여있더라도 사용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신용카드 포인트 유효기간은 보통 5년이다. 지난 5년간 소멸한 포인트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5121억원에 달한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포인트도 돈이다. 소비자는 공짜로 포인트를 받았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며 "포인트몰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다양하지 않을 뿐더러 굉장히 오래된 모델인 경우도 있다.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소비자 단체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카드사의 이 같은 행태가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업의 윤리적인 부분이다"면서 "카드사는 소비자가 정당한 권리를 받는 것을 마치 인심이라도 쓰듯 편법을 동원한다. 카드사들이 자진 개선하도록 소비자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 역시 "신용카드 포인트 사용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포인트몰이 상품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도 "인터넷 쇼핑몰마다 상품 판매 가격이 다른 것처럼 신용카드 포인트 몰에서 100원짜리 상품을 150원에 판다 해도 문제로 삼거나 지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법률적으로 규제하긴 힘들 것 같으나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에서 시정 조치를 내리면 개선될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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