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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스크리닝]난 한효주 덕에 '해어화'를 잘 봤다 싶었다

등록 2016-04-26 13:20:20   최종수정 2016-12-28 16: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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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해어화’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배우는 연기로, 영화는 작품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요즘 극장가에서 이런 당연함이 실종돼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바로 지난 13일 개봉한 멜로 ‘해어화’(감독 박흥식) 얘기다.

 이 영화는 일제 강점기 말엽인 1943~1945년을 배경으로 조선의 마지막 기생으로 둘도 없는 단짝인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 그리고 천재 작곡가 ’윤우‘(유연석)의 우정과 사랑, 질투와 분노와 질투를 그린다. 

 빼어난 미모에 조선 최고의 ‘정가’ 실력까지 갖춘 소율은 윤우와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사이다.

 인정받는 가요 작곡가인 윤우는 소율이 자신이 작곡한 노래 ‘조선의 마음’을 불러주기를 바라지만, 소율은 선뜻 가수가 되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못한다.

 그러다 윤우는 우연히 연희의 노래를 듣고 매료돼 버리고, 윤우가 소율을 제쳐놓고 연희에게 곡을 불러달라고 요청하면서 세 사람의 사랑과 우정은 뒤틀어져 버린다.  

 이 영화는 개봉 당일 7만4085명을 모으는 데 그쳐 함께 막을 올린 국산 판타지 스릴러 ‘시간이탈자’(감독 곽재용)와 할리우드 판타지 ‘헌츠맨:윈터스워’는 물론 2월17일 개봉해 3개월째 상영 중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7일 개봉해 2주째에 들어선 국산 스릴러 ‘날 보러와요’(감독 이철하) 등 ‘구작(舊作)’들에게까지 밀려 5위로 부진하게 출발했다.

 3~5위를 오가던 이 영화는 19일 ‘시간이탈자’에 이어 2위에 올라서며 반전의 기회를 잡는 듯했으나 20일 다시 3위로 내려앉았다. 이어 21일 국산 코미디 ‘위대한 소원’(감독 남대중)이 개봉한 뒤에는 4~5위에 그치고 있다. 25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41만4780명이다.

 물론 여주인공 투 톱, 1940년대 배경,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당시 노래, 지난해 여름을 달군 1000만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같은 액션물이 아니라 멜로물 등 흥행에 그다지 보탬이 될 수 없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대박이 났다면 오히려 뉴스거리가 됐을 것으로 생각할 정도다.

 그러나 초반 다소 느렸던 스토리 전개는 중반 소율과 연희. 치민의 삼각관계가 본격화하면서부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게다가 우정과 사랑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주인공들의 관계는 안타까움을 넘어 충분히 공감하게끔 한다. 흥행하지 못 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관객에게 인정받을 만한 작품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엄청난 부담중량을 이고 지고 들어야 했다.

 바로 주연 여배우 한효주 때문이다. 이 영화와 관련한 뉴스나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는 일부 네티즌의 한효주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이 반드시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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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해어화’의 한 장면.
 연기력이 부족한 데도 매니지먼트사 후광으로 여주인공이 됐다는 비판도,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라면 차라리 낫겠다. 바로 한효주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연관됐다는 어떤 사건에 관한 비방이라서 문제다.

 그런 비방은 지난해 2월 개봉한 한효주의 전작 ‘쎄시봉’(감독 김현석) 때 피크를 이루다 8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에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다. 이 작품에서 다시 불붙었다.

 심지어 함께 연기한 배우들의 인터뷰 등에는 댓글로 “왜 한효주와 작품을 했느냐”고 힐난하기까지 했다.

 악플러들은 '쎄시봉'이 한효주 사태 여파로 흥행에 실패했던 일이 '해어화'에서도 재현되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쎄시봉'은 겨울방학 기간인 2월5일 개봉하고도 약 171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대세 배우’였던 정우가 남자 주인공이었던 것만 봐도 부진한 성적이었다.

 기자는 한효주를 평소 크게 좋아하지 않았다. 또한 소시오패스를 연상시키는 극 중 소율 캐릭터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해어화’를 지켜보는 120분 내내 ‘한효주 정말 잘하네’ ‘인생 연기네’라고 고개를 끄덕였을 정도로 매혹적인 열연과 캐릭터와의 일체성만큼은 높이 사고 싶다.

 그런 재능있는 배우가 계속되는 댓글 만행과 별점 테러에 상처를 입어 연기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면 그 얼마나 아까운 일이겠는가.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그 누구도 결백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더군다나 연좌제도 없는 나라에서 당사자도 아닌 사람은 정말 그렇다.

 이 영화 말미에 회한이 가득한 소율의 대사로 나오지 않는가.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그 말을 현실에서 일부 네티즌이 하게 될지, 한효주가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연기는 연기, 영화는 영화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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