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담합의 늪' 빠진 건설사, 입찰 사유서 글자 크기까지 일치

등록 2016-04-21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16:56:4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검찰이 평창올림픽을 위한 '원주-강릉' 철도 공사 입찰 담합과 관련해 현대건설과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4개사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선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와 용산구 한진중공업 건설부문 본사, 서초구 KCC건설 본사, 서초구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 등에 수사관 등 60여명을 보내 당시 입찰 관련 자료들을 확보하고 있다. 2016.04.19.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입찰금액 사유서를 4개 업체가 제출했는데 사유서 내용이 모두 똑같았습니다."(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

 건설업계가 담합으로 얼룩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담합을 할 수밖에 없는 입찰 제도의 한계와 그간의 관행을 내세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각사가 발주처에 제출한 입찰 사유서의 설명 부분과 글자 크기, 띄어쓰기 등 금액을 제외한 문서 내용·양식이 완벽하게 똑같아 담합이 오래된 고질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이준식)는 지난 19일 평창 동계올림픽 기반시설인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담합 혐의를 잡고 현대건설·한진중공업·두산중공업·KCC건설 등 4곳을 압수 수색했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수도권과 강원권 58.8㎞를 잇는 고속철도망 사업이다. 사업비만 1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초 철도공단이 발주한 철도 건설 사업에 참여하면서 각 업체가 공사 구간을 나눠 수주할 수 있도록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입찰금액 사유서를 4개 업체가 제출했는데 내용과 양식이 동일했고 입찰담합을 의심할만한 투찰 패턴이 나타났다"면서 "당시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계약 체결 여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계약심의위원회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건설사들과 소송을 벌어져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고려해 계약을 체결키로 합의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건설사들 임원을 불러 담합 여부에 관해 물었으나 모두 부인했다"면서 "심증은 있었지만, 발주처 입장에서는 조사권이 없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에 공정위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입찰 사유서 내용과 양식이 같았던 이유에 관해 "일종의 관행"이라고 반박했다. 입찰금액 사유서라는 것이 수십 쪽에 달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한두 쪽 정도 간단한 내용을 담는 것이라 건설사들이 서로 참고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검찰이 평창올림픽을 위한 '원주-강릉; 철도 공사 입찰 담합과 관련해 19일 철도공사에 참여한 한진중공업과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KCC건설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 사옥의 모습. 2016.04.19.  park7691@newsis.com
 A건설사는 "사유서를 낼 때 건설사들끼리 서로 어떻게 냈는지 물어보고 대충 맞춰서 낸 것이지 어떤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문제는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인데 글자와 내용이 좀 같다고 담합이라고 하기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철도공단은 "그런 것을 관행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동안 담합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강력히 비판했다.

 철도공단 한 관계자는 "사유서 내용이 똑같았음에도 관행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그전에도 이러한 담합 행위가 꾸준히 있었다는 것을 의마한다"며 "호남고속철도 때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렇고 그 시점에 건설사들이 그런 행동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부터 국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는 최저낙찰제 대신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된다.

 건설사가 담합을 하는 것은 턴키(설계·시공 일괄계약)와 최저가 낙찰 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처럼 건설사들의 낡은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종심제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조만간 공사 3건을 발주하는데 올해 처음으로 종심제를 통해 입찰한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없어지지 않으면 종심제를 한다 해서 담합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긴 힘들다"고 전했다.

 kmk@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최신 포커스

텝진으로 위클리 기사를 읽어보세요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