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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우여곡절 끝에 '리우행 티켓' 손에 넣기까지

등록 2016-07-08 18:37:44   최종수정 2016-12-28 17: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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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한국 수영의 '기둥' 박태환(27)이 우여곡절 끝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우여곡절'이라는 단어로는 박태환의 마음 고생을 온전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박태환은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된 2014년 10월부터 21개월 동안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박태환이 도핑 테스트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1월26일이지만, 박태환 약물 파동의 모든 시작은 2014년 7월29일이었다.

 2014년 7월29일 박태환은 서울 중구 T병원에서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포함된 네비도(Nebido)를 투여했다.

 박태환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2014년 9월3일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당시 채취한 소변샘플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인천아시안게임이 개최됐고, 박태환은 자유형 100m 은메달과 자유형 200m·400m,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 동메달 등 총 6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태환이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실을 국제수영연맹(FINA)이 대한수영연맹과 박태환 측에 통보한 것은 인천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인 2014년 10월30일이다.

 당시 박태환은 제주 전국체전에 출전 중이었다. 박태환은 전국체전에서 4관왕에 올랐다.

 박태환 측의 반발로 같은 해 12월 B샘플에 관한 검사가 이뤄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박태환은 임시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박태환은 지난해 1월20일 서울중앙지검에 T병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일주일 뒤 박태환의 약물 파동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박태환 측은 이후 대한체육회, 대한수영연맹과 함께 FINA 청문회를 준비했다. 동시에 검찰 조사도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해 2월6일 "T병원 김모 병원장이 네비도에 관한 충분한 설명이나 부작용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리고 김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태환의 FINA 청문회가 열린 것은 지난해 3월23일이었다. 당초 2월27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박태환 측이 소명 자료 준비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했고 FINA가 이를 받아들였다.

 FINA는 지난해 3월23일 청문회에서 18개월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 9월3일 이후 거둔 국제대회 성적을 모두 무효 처리하기로 결정해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을 모두 박탈당했다.

 청문회를 마치고 귀국한 박태환은 "남성 호르몬 주사인 줄 몰랐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박태환은 징계 중에도 옛 스승인 노민상(60) 감독의 지도 아래 훈련을 이어가며 선수 생활 연장 의지를 불태웠다.

 박태환에게 네비도를 주사한 T병원 김 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당시 법원은 김 원장이 박태환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FINA가 내린 징계가 올해 3월2일 만료되면서 박태환은 하나의 큰 산을 넘은 듯 했지만 대한체육회의 규정에 발목을 잡혔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는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대표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대한체육회는 4월 초에도 이 규정을 손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은 불발되는 듯 했다.

 그럼에도 박태환은 지난 4월말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해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에 출전, 자유형 100m·200m·400m·1500m에서 모두 올림픽 A기준기록을 충족해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체육회의 입장이 바뀌지 않자 박태환 측은 지난 4월26일 CAS에 중재를 요청했다.

 그 사이인 5월11일 대한수영연맹이 발표한 경영 국가대표 22명 명단에는 박태환의 이름이 빠졌다.

 이에 CAS는 '지난 4월7일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이 대한체육회의 최종 의견인지 여부' 등에 대해 대한체육회에 답변을 요구했다. 대한체육회는 5월17일 "박태환으로부터 규정을 개정해달라는 공식적인 의견을 받지 않았고,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참가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 바 없다"고 답했다.

 박태환은 리우행 의지를 불태우면서 지난달 3일 호주로 떠나 훈련했다.

 6월16일 대한체육회는 이사회를 열어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유지하고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불허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박태환 측은 CAS 중재 절차를 신속히 재개하는 한편 서울동부지법에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을 상대로 국가대표 선발 규정 결격 사유 부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지난 1일 가처분 신청을 전부 인용해 "대한체육회와 대한수영연맹의 올림픽 대표 선발 기준을 만족한 항소인 박태환이 리우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로서 자격이 있다"고 전하면서 박태환의 리우행 길이 열렸다.

 당초 "CAS의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던 대한체육회는 법원의 판결 이후에는 "CAS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며 CAS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대한체육회는 CAS 결과가 7일 밤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8일 오전 이사회를 열기로 했지만, CAS는 판단을 하루 늦췄다.

 대한체육회는 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CAS가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라는 취지의 결론을 내리면 박태환을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예비 엔트리에 포함해 FINA에 제출하고, 예비 엔트리 제출 마감 시한(한국시간 9일 오전 7시)까지 CAS의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내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일단은 박태환을 예비 엔트리에 포함하기로 했다.

 CAS가 같은 날 오후 6시께 박태환이 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이 있다고 대한체육회에 통보하면서 박태환은 길었던 마음 고생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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