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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눈물①]욕설·폭행에 '종놈'까지...경비아저씨는 아프다

등록 2016-07-26 08:05:43   최종수정 2016-12-28 17: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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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1. 올해 5월26일 서울 강남의 입주자대표회장은 관리소장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입주자대표회장은 관리소장에게  "종놈 아니냐, 네가! 종놈이 내가 시키는데, 나는 주인이야! 너희 놈들은 월급을 받는 놈들이야"라고 소리쳤다. 공사업체 선정 문제로 아파트 관리원과 시비가 붙은 것이 욕설의 발단이었다고 한다.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이 아파트단지에서는 주택관리사들의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2. 지난해 12월15일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폭행당했다. 술에 취해 주민을 부축해 집에 데려다 주고 경비실로 돌아왔는데, 이 주민이 다시 내려와 멱살을 잡고 뺨을 때린 것이다. 주민이 70대 경비원을 때린 이유는 "왜 (아파트 주민인) 자신을 몰라보느냐"는 것이었다. 이 주민은 "네가 뭔데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근무하느냐"는 폭언도 퍼부었다.  

 #3. 경남 마산에서는 주차장 차량차단기를 열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30대 주민이 50대 경비원을 폭행했다. 경비원이 차량 출입카드 소지 여부를 묻자, 차에서 내려 "내가 누군지 모르냐"며 멱살을 잡고 욕설을 했다.

 아파트 경비원의 수난시대다. 잊을만 하면 경비원에게 욕설을 퍼붓거나,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네가 뭔데"와 "내가 누군지 알고"는 경비원에게 막말과 폭행을 저지르는 주민들이 단골메뉴처럼 내뱉는 말이다.

 경비원에게 막말과 폭행을 하는 사람들이 내 뱉는 "네가 뭔데"와 "내가 누군지 알고"는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신은 대우를 받아야하는 존재로, 상대는 자신을 떠받들어야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단순히 '다른' 것이 아니라 수직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는 "99% 민중은 개돼지"라고 말했다가 파면당한 고위공무원의 속내와 다르지 않다.

  서울시에서 설립하고 한국비정규직센터가 운영하는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12월 펴낸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중 21%는 '정해진 업무에서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연구는 서울시 25개구의 경비노동자 4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또 심층연구를 위해 아파트 관리조직 관계자 4명, 경비노동자 4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 및 집단 면접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의 욕설, 무시,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비원은 4.4%였으며, '근무지 변경 등 부당한 인사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4.2%였다.

 관리자보다 입주민이 가하는 부당대우가 훨씬 많았다. 입주민에게 욕설이나 무시,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22.0%가 "있다"고 응답했다. "없다"고 응답한 경비원은 78.0%였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에 그 빈도수는 월 2.69회였다. 경비원 중 5명 중 1명은 매월 2~3번 아파트 입주민에게 욕설이나 무시,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는 이야기다.

 다른 통계에서도 아파트 경비원이 상시적인 부당한 대우와 폭언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이 주택관리공단에 전수조사를 요청해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2014년 현재까지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과 경비근무자들이 일부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폭행이나 폭언을 당하는 사례가 71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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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한은 누리지만 책임은 못 느끼는 현실"

 이처럼 아파트경비원들이 주민들의 폭력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입주민이 그들의 고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갑'이기 때문이다. 폭언이나 폭행을 저지른 주민이 경찰서에 가더라도 경비원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적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조사에서 경비원들은 임금, 근무시간 등 근무 조건을 결정할 때,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와 영향력에 대해 36%가 '절대적'이라고, 27.7%는 '상당히 큰 편'이라고 응답했다. 63.7%의 경비원이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신의 고용에 직접적이고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다수 입주민들도 아파트 경비원을 고용관계를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다수의 사용자를 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입주민 하나하나가 모두 '사장님'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고용관계를 인식하면서도 정작 아파트 주민 개개인은 경비원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실질적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어도, 입주민 개인은 스스로를 책임 주체가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모두의 책임이어야 하는 일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가 사용자로서 권한을 지니고 있다면 권한과 함께 책임까지 부담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다수 사용자집단의 경우 자신들이 소유한 권리에 대한 의식은 명확하게 갖지만 책임은 회피하는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 센터장은 "입주민들이 경비원을 두고 어디 가서 이런 일자리 얻을 수 있겠느냐고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경비원도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인식확산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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