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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체험 여가'의 新풍속도…일상에서 즐기는 판타지

등록 2016-07-18 18:49:37   최종수정 2016-12-28 17: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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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김지현 인턴기자 = '포켓몬 고' 열풍이 하나의 새로운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에 출시되진 않았지만 우회 경로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만 해도 이미 100만명을 넘었다.

 정식 출시가 되면 이용자가 얼마나 대규모로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용 가능한 지역이라고 알려진 강원도 속초에서는 연일 게임을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고 있다. 속초행 버스가 매진 사례를 이루기도 한다.

 ◇가상공간에서 느끼는 현실감, 또는 현실 속에서 즐기는 판타지

 포켓몬 고 이용자들은 현실감을 인기의 비결로 꼽는다. 실재하는 거리에서 몬스터를 잡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 요소라는 것이다.

 포켓몬 고는 나이앤틱(Niantic, Inc.)사가 개발한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이용자의 위치 정보 등을 이용해 일본 닌텐도에서 제작한 게임에 나오는 가상의 동물인 포켓몬스터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포켓몬 고를 즐기는 이들은 "재미있다"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는 것 같다" "휴가를 내서라도 속초에 가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이들은 가상공간에서 게임을 하면서도 실제로 포켓몬을 잡는 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본인들이 유년시절 상상했던 포켓몬 잡이를 실제로 해볼 수 있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직장인 오모(33)씨는 18일 "포켓몬을 잡으러 다닌다는 상상을 현실 공간에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커피숍 다니면서 도장 찍듯이 이곳저곳에서 포켓몬을 모으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본인을 '피카츄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라고 밝힌 직장인 전모(25·여)씨는 "유년 시절 열광했던 만화를 가상 세계를 통해 즐길 수 있게 됐다"며 "가상 세계로 떠나는 휴가 같은 기분이 든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현실공간에서 가상의 포켓몬을 잡는 체험, 그 자체를 휴식 또는 여가라고 여겼다. 이는 체험을 중시하는 최근의 여가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포켓몬 고는 '체험'과 '여가'라는 욕구를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을 가상 세계에 구현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온라인 경계 흐릿…실재와 가상 구분 전복되나

 포켓몬 고는 현실 세계의 여가 활동을 가상공간에 끌어들였다. 이는 일상과 가상현실과의 경계가 보다 흐려졌음을 시사한다.

 가상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쇼핑, 금융 거래는 물론 인간관계까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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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세 이상 59세 이하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의 일평균 이용 시간은 1시간54분이다. 이는 매주 평균으로 환산하면 13시간16분에 달한다.

 만3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 공간에서 쓰는 시간은 매주 13시간36분에 이르렀다. 이용자의 20.8%는 21시간 넘게 온라인 접속 상태인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은 지난해 하루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59분이라고 밝혔다. 결국 매주 깨어있는 시간의 4분의 1은 온라인 또는 모바일 환경에서 보내고 있는 셈이다.

 포켓몬 고 열풍은 이 같은 흐름의 가속화를 보여준다. 여가의 즐거움을 누리는 공간까지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가 된 것이다.

 포켓몬 고 이전에도 닌텐도 위(wii)처럼 실재와 가상이 공존하는 여가 활동이 있긴 했다. 이 경우 테니스 공은 가상공간에서 오가더라도 실제 여가를 즐기는 공간은 현실 속 방이었다.

 포켓몬 고는 여가를 즐기는 곳 자체가 가상공간이다. 포켓몬을 잡으러 다니는 주된 여가 공간은 모바일, 실재는 지리 정보를 제공하는 부수적인 공간에 불과해졌다.

 전문가들은 포켓몬 고 열풍을 지켜보면서 현실과 가상공간이 전복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기존에는 현실에서 온라인에 '접속'했다. 앞으로는 가상현실에서 일상의 주된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일부 젊은 세대 가운데서는 이미 실재와 가상의 구분이 사라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견해도 있었다.

 오찬호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사회학 박사)은 "과거에는 현실과 온라인을 구분 지어 평가했지만 이젠 상당히 융화가 이뤄진 것 같다"며 "이미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 없이 삶 자체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오 연구원은 "최근에는 모바일 공간도 개인적인 삶의 장소로 여겨지면서 현실의 기준과 어긋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며 "가상공간 내에서의 익숙한 합의와 실제 사회 틀과의 간극이 향후 논쟁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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