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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뚝심, 트럼프 돌풍 꺾나

등록 2016-08-21 08:00:00   최종수정 2016-12-28 17: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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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랜턴=AP/뉴시스】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1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2016.8.16.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차기 대통령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자책골을 넣는 사이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정식 후보로 추대된 뒤에도 러시아에 클린턴 이메일 해킹 요청, 무슬림 전사자 부모 비하, 클린턴 암살 교사 발언 등으로 입을 열 때마다 논란을 자처했다.

 트럼프는 지지율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뒤늦게 선거캠프 개편을 단행했지만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막무가내 행보를 계속하면 지지율 하락분을 만회할 수 없을 거란 우려가 크다.

◇ 힐러리 승률 최대 90% …트럼프 '내 탓이오'

 지난 일주일새 클린턴의 당선을 점치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판세가 계속되면 클린턴의 당선 확률이 최대 90%에 육박한다고 입을 모았다.

 뉴욕타임스(NYT)와 선거분석기관 업샷은 클린턴의 승률이 88%라고 내다봤다. 파이브서티에이트(538), 프린스턴 일렉션 콘소시엄, 프리딕트 와이즈 등도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81~89%로 예상했다

 크리스토퍼 블레지언 텍사스대학 교수는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현대적 선거가 시작된 1952년 이래 16번의 대선에서 전당대회 직후 지지율 우위를 점한 후보가 패배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돌풍이 꺾인 가장 큰 원인은 트럼프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본선 게임이 시작됐는 데도 자제는커녕 기상천외한 막말 행보를 계속하자 유권자들은 그의 자질에 진지하게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내분과 비난 여론으로 좌충우돌하는 사이 클린턴은 경합주를 중심으로 착착 유세를 진행 중이다. '준비된 대통령'의 모습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며 트럼프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 힐러리, 경합주 접수하고 텃밭 지키고

 클린턴은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되는 경합주들도 속속 접수하고 있다. 러스트벨트(제조업 쇠락지역)에 속한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표심을 사실상 선점했다.

 클린턴은 인구 비중 증가로 대선의 캐스팅 보트로 떠오른 히스패닉 유권자들로부터도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히스패닉이 밀집된 플로리다에서 트럼프와 지지율 격차를 최대 9%p까지 벌렸다.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묶인 지역들에서도 순항 중이다. 뉴욕, 뉴저지, 워싱턴, 델라웨어,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등은 이미 클린턴의 손을 들어주고도 남았다.

 트럼프는 붉은색(공화당 상징색) 주에서조차 위태위태하다. 캔자스, 루이지애나, 몬태나 등에서는 일단 우세다. 텍사스, 조지아, 애리조나를 방어 중이지만 클린턴과의 지지율 차이를 속시원하게 벌리지 못하고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종합 통계를 보면 19일 기준 선거인단 판세는 클린턴쪽으로 기울었다. 현 지지율대로라면 클린턴은 선거인단 272명을 확보한다.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총 538명의 과반)을 눈앞에 뒀다. 트럼프는 154명에 불과하다.

◇ '못참겠다' 트럼프 떠나는 골수 공화당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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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라이즈=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1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선라이즈 선거 유세 도중 생각에 잠겨있다. 2016.8.11.
 트럼프를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아예 클린턴을 지지하는 공화당 골수 당원들도 줄을 잇고 있다. 클린턴 리퍼블리컨(Clinton Republicans), 힐러리를 위한 공화당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다.

 출발선은 공화당 3선 하원의원 리처드 해나(뉴욕)가 끊었다. 이후 메그 휘트먼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등마저 등을 돌렸다.

 전현직 공화당 관계자 120여 명은 트럼프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고 대선과 함께 실시되는 상하원 선거에 집중하자고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역대 공화당 정부의 안보분야 종사자 50인도 뜻을 같이 했다.

 트럼프의 막말 행보가 정도를 넘자 핵심 지지층인 백인 남성들조차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여성, 소수인종 지지율은 이미 클린턴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다.

 클린턴 진영은 자신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을 환영했다. 이들을 발빠르게 포섭하기 위한 작전반까지 갖춰놨다는 후문이다. 클린턴 측은 공화당 주요 인사들의 결단이 평당원의 선택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가운데 보수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의 공동 설립자 스티븐 배넌을 선거캠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미 정치권의 '싸움꾼'으로 불리는 배넌을 통해 자신의 반기득권 색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인데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릴지 역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 힐러리는 '차악'일 뿐 '방심은 금물'

 이 기세라면 클린턴은 무리없이 백악관에 입성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을 전망이다. 결전의 날(11월 8일 선거일)은 8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의 앞길도 평탄하지는 않다. 정치판에서 닳고닳은 클린턴은 유권자들 사이 트럼프 못지 않게 비호감 이미지가 강하다. 클린턴 지지자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차악'을 택하는 셈이라는 뜻이다.

 퀴니피악대학의 여론조사 전문가 피터 브라운은 "클린턴 지지자들이 그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라며 "단지 트럼프를 경멸하는 것보다 그를 덜 싫어할 뿐"이라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트럼프가 막말 행보를 멈추고 진지한 자세를 보이면 회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남아 있다. 반대로 그가 결국 스스로 중도 사퇴하고 공화당 지도부가 새 후보를 추대할 거란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로부터 아예 거리를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9월부터는 논쟁을 일삼는 트럼프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상·하원 승리로 의회 과반이라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 주류 대 비주류, 여성 대 남성, 인종 대결 등 역사상 유례없는 선거라고 불리는 이번 대선에서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 또 어떤 사건사고가 터져나올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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