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덮친 지진공포]②'규모 5.8' 지진 경주 강타…정부는 갈팡질팡

등록 2016-09-26 10:39:27   최종수정 2016-12-28 1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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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김동민 기자 =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일대에 규모 5.1과 5.8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경주시 석잔동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과 학교 관계자 수백명이 학교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2016.09.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9월12일 오후 8시 32분 54초,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진도 5.8.

 '대지진'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미흡한 수치지만 우리나라 관측 사상 역대 최강 지진이다. '지진의 본고장' 일본이 보기엔 코웃음 칠 만한 위력의 지진이겠지만 우리나라가 받은 충격은 여느 대지진 못지않았다.

 이후 일주일 동안 경주 인근에서는 여진이 400여 차례나 일어났다. 특히 19일에는 진도 4.5 규모의 강력한 여진이 발생해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이 기간 이 지역 여진 발생 횟수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일어난 지진 396회를 넘어선 수치다.

 여진의 강도를 보면 진도 1.5∼3.0이 385회로 가장 많았고, 3.0∼4.0 14회, 4.0∼5.0이 2회였다. 일주일 사이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지진이 수백 회가 일어났던 셈이다.

 ◇역대 최강 지진, 와르르 무너지고…문화재도 '휘청'  

 역대 최강 지진이 부른 피해는 상당한 편이다. 우리나라가 지진에 대한 대비가 잘 돼 있지 않은 편이어서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산 피해액은 약 1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지진으로 경북에서 48명이 다쳤고 집계된 재산 피해가 4438건에 달한다. 특히 경주는 재산 피해 4086건이 집중됐다. 한옥 기와가 떨어진 것이 2031건이고, 벽에 균열이 생긴 것이 1011곳이다. 주택 담장이 무너지거나 차량이 파손되는 일도 많았다.

 경주시는 17일까지 지진으로 한옥 기와 파손 등 재산 피해액이 약 75억원,  문화재 등 공공시설 피해액이 32억원 이상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주의 한 15층 아파트는 곳곳에 금이 가고 틈이 벌어져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2차 피해도 만만찮다. 19일 경주 지역에는 순간 최대 풍속 11.8m/s의 강풍이 불면서 파손된 지붕에 덮어뒀던 비닐 가림막이 날아가고 기와가 떨어지는 등 2차 피해가 이어졌다.

 피해 신고를 받아 응급 복구 작업을 하고는 있지만, 본격적인 보수는 시작도 못 한 실정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경주 지역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상당수가 천장이 무너지거나 벽, 계단 등에 금이 가는 등 시설 피해를 봤다.

 그러나 경주 지역 학교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진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3일 시설담당자가 육안으로 1차 점검만 한 뒤 진앙지 인근 고등학교 한 곳을 제외한 경주 지역 모든 학교에 정상 등교를 결정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학교 시설이 파손되고 심지어 비까지 새는 학교가 있는 데도 제대로 된 안전진단 없이 수업을 진행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천년고도 경주에 밀집한 한옥 마을과 문화재 피해도 심각하다. 특히 첨성대는 기우는 속도가 20년 이상 빨라졌다고 한다. 매년 1㎜씩 기울던 첨성대가 이번 지진으로 20㎜나 기울었다. 이 밖에도 국보급 문화재 등 피해도 60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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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뉴시스】박진희 기자 = 21일 오전 경북 경주시 월성동에 위치한 첨성대가 경주 지진 피해로 기울기 2㎝ 변이와 상부 정자석 5㎝가 벌어졌다.  문화재청은 지난 12, 19일 지진으로 경주 일대 문화재 80건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었지만,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복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09.21.  [email protected]
 추석 연휴를 맞아 신라 천년 고도 경주를 찾을 예정이던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진 발생 이후 경주에 위치한 숙박업소 65%가 해약을 겪었고, 관광객은 60% 이상 줄었다. 간접적인 재산 피해로 볼 수 있다. 

 ◇고질적인 안전불감증…불안한 시민들

 무엇보다 문제는 지진이 남긴 일상적인 공포와 다시 한 번 확인된 안전불감증이었다. 대부분 시민은 갑자기 세상이 흔들리는 지진을 처음 경험했다.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나왔고,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특히 이 같은 지진 상황에서 나온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은 치명적이었다. 특히 꽃다운 수백 생명을 앗아간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 당시 나왔던 '가만히 있으라'는 명령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일부 학교는 불안에 떠는 학생들에게 늘 그렇듯이 '가만히 있으라'고 지시해 빈축을 샀다. 대부분 학교가 지진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안전하니 야간자율학습을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어떤 학교는 학생들을 일찍 귀가시킨 교사가 교장에게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모 여자고등학교 기숙사에서는 지진 발생 직후 "괜찮으니까 건물에 가만히 있으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학생들이 따르지 않았다. 학생들은 학교 측 지시를 어기고 스스로 안전한 공터로 대피했다.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할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도 지진을 처음 경험했기 때문일까. 학교 운동장으로 피신한 시민들은 방치됐고, 공무원 조직은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현재 상황은 어떤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안내하는 공무원은 보이지 않았다.

 안전불감증 '몸통'으로 지적된 곳은 다름 아닌 국민안전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설립된 국가기관이 오히려 가장 안전에 무감각한 기관으로 질타받고 있다.

 안전처는 12일 지진에도 9분이나 지나 문자를 보냈으며, 이마저도 일부 지역에만 발송했다. 지진 발생 이후 홈페이지는 셧다운 되는 먹통, 불통 부서가 됐다.

 이처럼 공황과 공포를 겪은 시민들은 우왕좌왕하는 공무원과 국가기관보다 스스로 대처를 준비하기도 한다. 일부 시민은 스스로 대피용 비상 배낭을 싸거나 대피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전투식량을 사는 시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 높은 여진이 일어난 19일 직후 경북 경주시 윤모(32·여)씨는 "가족끼리 야시장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땅이 흔들리고 야시장 전시품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일주일 전에 있었던 강진보다는 강도가 약했지만 잇따른 지진으로 너무 무섭다"고 호소했다.

 광주에 사는 안모(29)씨는 "지난주 지진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나랑은 크게 관계 없겠구나 했는데 바로 또 지진이 발생하니 심각한 상황으로 와 닿는다"며 "6~7 규모의 더 큰 지진이 발생해서 건물이 다 무너질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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