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덮친 지진공포]③지진 집중 지역에 원전 '밀집'…안전 어쩌나

등록 2016-09-26 10:39:36   최종수정 2016-12-28 17:41:2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최근 경북 경주에 발생한 지진으로 영남 지역에 밀집한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7시44분께와 8시32분께 규모 5.1과 5.8짜리 지진이 각각 발생했다. 두 번째 지진은 한반도 내륙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진앙지는 경주시 내남면으로 월성 원자력 발전소, 방폐장 등과는 약 25㎞ 거리에 불과한 곳이었다.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만큼 노후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진 집중 발생지역, 하필이면 원전 '밀집'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은 말이 됐다. 문제는 지진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지역과 원자력 발전소가 밀집된 곳이 겹친다는 사실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현재 국내 상업운전 중인 원전은 24기다. 이 가운데 12일 발생한 지진 진앙 반경 50㎞ 이내에 운영 중인 원전은 12기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최근 10년간 규모 2.0 이상의 지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일어난 지진 총 491건 중 32%에 해당하는 157건이 국내 원전 밀집 지역인 경북, 울산, 부산에서 발생했다.

 특히 월성 1~4호기(경주), 신월성 1~2호기(경주), 한울 1~6호기(울진), 신한울 1~2호기(울진) 등 14개의 원전이 들어선 경북의 경우 10년 동안 124건(25%)의 지진이 발생해 전국 15개 시도 중 지진발생도 1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 울산, 부산의 지진 발생 현황을 보면 원전 시설이 있는 경북에서는 경주시 15회, 영덕군 23회, 울진군 21회가 각각 발생했고 울산에서는 동구 28회가 일어났다.

 신용현 의원은 "정부가 그동안 지진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을 기가 막히게 골라 지은 꼴"이라며 "그동안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정밀한 활성 단층 지도도 없이 원전을 마구잡이로 지어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야당 "원전 정책 재검토"…정부 "전면 재점검"

 지진 발생 이후 야당을 중심으로 원전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와 새누리당도 원전 관련 안전 대책을 세우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진에 따른 원전 위험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3일 오후 고리원전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지진에 취약한 지대에 우리가 세계 최고의 원전 단지를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의 원전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정부와 원자력 관계자들은 '양산단층이 활동성 단층이 아니다' 이렇게 강변해왔다. 그러나 어제 지진으로 양산 단층은 활동성 단층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언제 진도 6.0을 넘는 또는 진도 7.0을 넘는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대한민국에서 지진에 가장 취약한 지대"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대표도 나섰다. 추 대표는 같은 날 오전 용산역 회의실에서 최고위원 현장간담회를 열고 주형환 산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원전 나사 하나까지 조사하라"고 강도 높은 전면 조사를 요구했다.

associate_pic
 추 대표는 "지진으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고 특히 원전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원전안전점검특위를 구성해 원전 안전을 점검할 예정이다. 장관께서도 지진으로 인한 원전 시설에 대해 정밀한 점검과 조사를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의 공세와 괴담에는 휘둘리지 않겠지만 안전 문제에 대해 필요한 조치는 취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지진을 거울삼아 원자력 발전소, 방폐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한 지진 방재 대책을 전면 재점검함으로써 앞으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더 큰 규모의 지진에도 철저히 대비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누리당은 19일 원자력안전위원장, 기상청장, 지질연구원장 등 원전·지질 관련 다양한 기관장들과 정부 관계자를 모아 사전 점검회의를 열고, 주민 대표, 해당 지역 시장·군수를 포함해 최고위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수원 "원전 가동 이상 없다"

 원전을 직접 운영하는 한수원은 지진 이후 "원전 가동에는 이상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수원은 "경주에 위치한 월성·신월성 원전은 원자로에서 수직으로 지하 10㎞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각각 진도 6.5, 7까지 견디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12일 지진 발생 직후 한수원은 이날 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국내 원전은 모두 지진 응답 스펙트럼에 나타나는 지진 계측값이 0.1g 이상이 되면 수동으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설계 기준 지진 값인 0.2g보다는 작지만 정지 기준인 지진 분석값 0.1g을 초과해 월성 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고 말했다. 원전은 가동이 중단되면 최소 3~4일은 가동하지 못한다. 월성 원전 4기에 대한 재가동 여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에 따라 이뤄진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이번 지진으로 원전 운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원전 건설은 안전성이 요구되는 시설이기 때문에 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고 설명한다.

 한수원 관계자는 "활동성 단층 등 지질학적 환경과 지진 위험도를 철저히 조사해 설계에 반영했다"며 "우리나라 원전 내진설계 값은 0.2~0.3g 수준으로 규모 6.5~7.0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이어 "지진으로 피해가 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외부에 누출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부지 선정과 설계·건설·운영 등 각 단계에서 지진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리·월성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를 내년 말까지 조기 실시하고, 국내 원전 핵심 설비도 진도 7.0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성능을 보강하기로 했다. 현재 내진 성능 규모는 6.5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