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분할' 요구…엘리엇 속셈은?

등록 2016-10-10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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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측 "삼성전자 주가 30~70% 저평가돼 있다" 주장 이재용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계기 지배구조 속도 낼 듯 작년 삼성물산 상대로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신청' 패소  

【서울=뉴시스】이연춘 기자 =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 분할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오후 엘리엇측의 요구를 서신으로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주주가치 증대 제안서'라고 이름 붙인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홀딩스-삼성전자 사업회사)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 합병 ▲30조원의 특수배당(혹은 1주당 24만5000원의 배당 지급)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한국거래소·나스닥 공동상장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선임 ▲금산분리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측은 "삼성전자가 선도적인 기술 기업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보통주 주가가 30~70%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의 2개 펀드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약 0.62%다.

 엘리엇의 핵심요구는 30조원의 특수배당이다. 엘리엇 요구는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삼성전자가 가진 현금을 나눠 갖겠다는 노림수로 재계에서는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보유현금은 올 6월 말 기준 77조원으로 차입금을 뺀 순현금은 65조원 가량된다. 엘리엇은 배당수익률 15%에 해당하는 주당 24만5000원을 배당으로 요구하고 있다.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76만218주) 주식수를 고려하면 대략 1860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배당 받을 수 있게 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0조원 배당 요구 등은 다소 과해 보인다"면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위해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할 것인만큼 결국 삼성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아닌 엘리엇이 화두를 던졌지만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 지배구조 투명성, 오너 일가 지배력 확대라는 명분은 충분하다"며 "이것이 갈등 요인이 되기 보다는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인적분할 할 가능성 높을 듯

 엘리엇은 삼성전자의 분할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해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시킬 것, 또한 이 지주회사를 나스닥에도 상장시킬 것, 그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명 추가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 등이다.

 삼성전자를 나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시키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는 구조다. 이 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추가된 3명의 사외이사에 선임될 경우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미치는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능력에 대한 자질이 입증된 만큼 오는 27일 등기이사 선임 등의 절차를 거쳐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등기이사 선임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도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환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삼성전자 인적분할 및 삼성물산과 삼성전자투자부문 합병의 단계를 거쳐 마무리 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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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 지분율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은 사업부문이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하게 되면 삼성전자투자부문의 가치는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게 되면, 현재 삼성전가 보유하고 있는 12.2% 자사주는 인적분할로 설립된 삼성전자투자회사가 그만큼 삼성전자사업회사 지분을 보유하게 되는 구조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엣 제안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인적분할의 명분을 갖추게 됐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이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분의 과정이 엘리엇 제안에 포함돼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번 엘리엇 제안을 보면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오너 일가의 업적을 지지하는 것 같다"며 "또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신중한 검토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주라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해 회사는 관련 내용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1977년 설립 두 개 펀드 약 260억달러 자산운용

 엘리엇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과의 전쟁'을 이어가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회사 성격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 폴 싱어(Paul Elliott Singer)가 1977년 설립했으며 엘리엇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개 펀드, 약 260억달러(한화 29조원) 가량의 자산운용 규모를 자랑한다.

 엘리엇은 그간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하고 자산 매각,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주로 활용해왔다. 부도 위기에 있는 불량 채무를 싸게 매입해 높은 가격에 되파는 투자 전략도 사용한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 당시 삼성물산 측을 상대로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과 '주식매수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이 엘리엇이 낸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항고심에서도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어 마무리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은 약 2개월 남짓 지분 다툼을 이어오다가 임시주주총회에서 가결되며 일단락됐다.

 그 후에도 엘리엇은 합병을 막는데 실패하자, 법원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올려달라는 조정신청을 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그룹은 엘리엇의 공격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가 간신히 상황을 봉합했으나, 엘리엇 사태로 인해 투기자본의 위험성과 허술한 지배구조 등에 대한 반성이 뒤따랐다. 이는 삼성그룹이 배당성향을 30%로 높이고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하는 등의 주주친화 정책에 나선 배경이 되기도 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이번 엘리엇 이벤트는 삼성전자의 비영업자산 가치인식 측면에서 긍정적인 관점을 재확인시켜줬다고 해석된다"며 "삼성전자가 점차 주주환원 정책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견조한 주가상승이 동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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