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국제일반

'미 일자리 잠식 주범' 로봇…트럼프 시대 변화할까

등록 2016-11-13 06: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4:56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치 못하게 당선됐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은 불법이민 철퇴와 무역협정 폐기 또는 재협상이다. 그는 미국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멕시코와 중국 등 다른 나라와 교역 때문이라며 자유무역을 반대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미국 일자리 잠식의 주범은 자유무역이 아니라 '로봇'

 하지만 과연 트럼프의 주장이 맞는 것일까. 미국 제조업은 계속 호황을 누리는데  일자리는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가운데 공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계, 즉 바로 로봇이 너무 많이 일하고 있어 예전만큼 인력이 필요하지 않은 점을 일자리 감소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한 연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부문 일자리는 1979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700만개 넘게 줄었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 집계에 따르면, 2015년 원자재 등 여러 비용을 제외한 제조업 매출은 1조9100억 달러(약 2184조850억 원)로 2014년보다 2배 넘게 늘어났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바로 전 해인 2007년 세운 최고치에 약간 모자란 수준이며, 중국 다음으로 세계 2위 규모이다.   

 자유무역 반대파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미국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섬유업, 가구제조업 등 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의 일자리가 줄었고 생산성도 임금이 낮은 다른 나라들의 제조업에 밀린 것은 사실이다. 섬유업의 경우 생산성이 2000년에 비해 46% 떨어졌고 일자리도 62%가 감소해 36만6000개가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공장의 자동화가 무역보다 일자리 감소의 더 큰 원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볼(Ball) 주립대학교 산하 산업 및 경제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무역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전체 원인의 3%에 불과했고, 로봇 등 기타 자체 기술개발이 8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랜드연구소의 하워드 샤츠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상황에서 대해 "적은 수의 사람으로도 많은 양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으로 지적했다.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1970년대에는 직원이 60만명이 넘었다. 현재는 그 당시의 3분 1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그 때보다 승용차와 트럭을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 철강 등 기타 원자재 제조업을 보더라도 일자리는 1997년보다 42% 감소한 26만5000개가 사라졌지만, 생산성은 38% 급증했다.

 듀크 대학의 앨런 콜라-웩슬러 교수와 프린스턴대학의 얀 데 뢰커 교수 모두 일자리가 지난해 외국과의 경쟁이나 판매 부진으로 감소한 것이 아니고 신기술의 등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산업용 로봇 투자 매년 10% 성장

 로봇 혁명은 이제 막 시작됐다.

associate_pic
 미국 경영 컨설팅회사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5개 주요 수출국에서 최근 2~3% 성장하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투자가 2025년까지 매년 1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의 경제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회사는 상품을 교체 또는 업데이트를 할 때 로봇을 빠르게 다시 프로그램화해서 사람보다 더 쉽게 재교육할 수 있다. 비용도 적게 든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로봇 1대를 유지 보수 운영에 드는 비용이 지난 2005년 18만2000달러(약 2억802만원)이 들었지만, 2014년에는 13만3000달러(약 1억5201만원)로 줄었고 2025년에는 10만3000달러(약 1억1772만원)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에 인건비도 한국에서 33%, 미국에서 22%, 일본에서도 25% 줄 것으로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내다봤다. 

 세계적인 신소재개발회사 케나메탈의 미국 지사 최고경영자(CEO) 로널드 드 페오는 공장의 현대화에 2억~3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직원 1만2000명 중 1000명을 감원했다.  그는 “생산자동화로 일부 감원이 있었고 앞으로 추가 감원이 있을 수 있다”며 “회사가 바라는 자동화로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가 독일 케나메탈 지사 공장을 방문했을 때 직원이 일일이 제품을 포장하는 것을 보고  독일과 북미 공장들에 자동화 기계들을 1000만 달러를 들여 설치했다. 그는 이 같은 조치로 비용도 절감하고 인력 감소와 재배치가 같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인건비가 상승한데다가 로봇 기술을 이용한 공장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미국 근로자들이 일부 덕을 본 면도 있다. 즉, 미국의 대기업들이 1990~2000년대 세계 각지의 저임금 지역에 생산기지를 확대하던 사업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공장 자동화 기술은 미국에서 더 쉽게 이용할 수있는데 굳이 인건비가 싸지도 않은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지역까지 찾아가야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의 대기업들은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부품을 생산해 중국 등 저임금 국가에서 제품을 조립해왔다. 하지만 2011년 자동차 부품 공급에 차질을 줬던 동일본 대지진과 최근 여러 나라 항구에 화물이 묶여 있던 한국의 한진해운 부도 사태로 기업들이 멀리 떨어진 지역의 공급 라인에 의존해 발생하는 위험들이 드러났다. 

 이에 미국의 대기업들은 고객에 다가갈 수 있게 다시 본국으로 돌아와 로봇과 에너지 절감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섬유회사 유니파이의 경우, 6년 전부터 직원 200명이 더 늘어 현재 모두 1100명이 노스캘로라이나주(州)에 자동화된 공장에서 일한다. 페트병을 원료로 한 재활용 섬유 ‘리프리브(Repreve)’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는 예전에 사람이 했던 운반을 무인 카트가 하고 로봇 팔이 불량품을 골라내고 있다.  

 이 회사의 노마스 코들 사장은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면 갑자기 창고가 텅 비고 팔 물건이 없다”며 “이제 기업들은 더는 아시아라는 바구니에 달걀들을 한꺼번에 보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렇게 볼 때 트럼프가 자신의 주장처럼 미국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이미 대세가 되고 있는 로봇 기술과 인력 간의 공존을 얼마나 이루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있다. 이것이 과연 성공할지, 트럼프의 일자리 창출 공약이 말 그대로 공허한 약속으로 끝날지, 미국 국민들은 물론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이수지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