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년' 주희정, 1000일 동안 날았다

등록 2016-12-27 10:00:00   최종수정 2016-12-28 18: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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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뉴시스】홍효식 기자 = 23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삼성 주희정이 KBL 최초 1,000경기 출장 기념으로 가족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16.12.23.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프로농구 주희정(39·삼성)이 정규리그 통산 10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997년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에 데뷔해 무려 20년 동안 코트를 누볐다. 한국 나이로 마흔이다. 주희정의 출전 기록은 서장훈(42·방송인)이 가지고 있는 정규리그 통산 최다 득점 1만3231점만큼이나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주희정 다음으로 많은 출전 경기 수는 추승균(42·KCC 감독)의 738경기다. 현역 중에서는 김주성(37·동부)이 655경기다. 한 시즌에 54경기를 치르는 일정을 고려하면 1000경기 출전은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다. 철저한 몸 관리와 성실함으로 20년을 달려온 주희정이다.

 ▲할머니 위해서 뛰었다

 주희정은 부산에서 할머니(김한옥씨) 손에서 자랐다. 때로는 아버지이자 어머니 같은 존재다.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환경미화원, 목욕탕 청소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월세 단칸방에서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었지만 주희정은 ‘좋아하는’ 농구를 하며 꿈을 키웠다. 부산동아고에서 기대주로 주목받으며 고려대에 입학했다. 금방 스타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말 냉혹했다. 1년 선배 신기성(41·신한은행 감독)이 독보적이었다. 경기 출전은 남의 일이었다. 대학교 2학년까지 아예 12인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이 무렵 할머니의 건강까지 좋지 않아졌다. 주희정은 적잖게 들어가는 약값을 벌어야 했다. 결국 주희정은 치열한 주전 경쟁과 ‘당장의 생계’를 위해 대학을 중퇴했다.

 1997년 나래(현 동부)에 입단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대학 주전 경쟁에서도 밀린 그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가 많지 않았지만 주희정은 1997~1998시즌에 평생 한 번 뿐인 신인상을 수상하며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주희정은 “처음으로 농구를 그만둘까 고민했던 시기다. 지금은 웃으면서 기억하지만 당시만 해도 앞이 캄캄했다. TV에서만 보던 엄청난 선배들과 함께 경기하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하며 자신감을 상실했던 적이 많았다”고 했다. 누구보다 할머니에게 값진 선물을 안긴 것 같아 뿌듯했다. 할머니도 남몰래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할머니 김한옥씨는 2002년에 세상을 떠났다.  

 ▲20년 동안 결장은 12번뿐

 주희정은 지독한 연습벌레다. 팀 훈련 후나 아예 훈련이 없는 날에도 빠짐없이 개인훈련을 한다. 함께 한 지도자나 동료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금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가장 늦게까지 개인훈련을 하는 이는 주희정이다. 20년 동안 12번밖에 결장하지 않은 원동력이다. 철인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주희정도 다른 선수들처럼 아픈 곳이 많다. 주희정은 “내가 잘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니 주위에서 철인으로 알지만 목, 어깨, 양쪽 무릎에 모두 칼을 댔다”며 “나도 아픈 곳이 많은 평범한 사람이다. 웬만하면 결장을 피하기 위해 수술을 비시즌으로 잡았을 뿐이다. 딱히 표현할 말이 생각나지 않지만 그냥 깡, 독기, 근성으로 버텼던 것 같다.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농구공을 잡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고 했다.

 20년 동안 쉬지 않고 뛰었으니 가진 기록도 많다. 주희정은 정규리그 통산 어시스트, 스틸 부문에서 부동의 1위다. 센터들의 기록인 리바운드 부문서도 4위에 올라 있다. 리바운드 부문 상위 10걸에 가드 포지션은 주희정뿐이다. 또 통산 8차례 트리플더블(득점·리바운드·어시스트·블록슛·스틸 중 세 가지 부문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을 작성해 국내선수 중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KT&G(현 KGC인삼공사) 소속이었던 2008~2009시즌에는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에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았다. 플레이오프 탈락 팀 선수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것은 주희정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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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뉴시스】홍효식 기자 = 23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주희정(왼쪽)이 이시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12.23.  yesphoto@newsis.com
 ▲세 차례 은퇴 기로 섰지만

 20년 동안 은퇴도 여러 번 고민했다. 주희정은 “대학교를 그만둘 때, 무릎 수술을 받을 때, SK에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을 때에 3번 은퇴를 고민했다”고 했다. 농구선수에게 무릎 수술을 치명적이다. 특히 주희정처럼 가드 포지션인 선수들은 많은 활동량과 불규칙적인 움직임 때문에 더욱 그렇다. 양쪽 무릎을 모두 수술했다. 지난해 5월 SK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기 전까지도 진지하게 ‘제2의 인생’을 고민했다. SK를 선수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봤다. 그러나 이상민(44) 삼성 감독은 어린 가드진이 의지할 수 있는 베테랑 선수를 원했고, 주희정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주희정은 “여전히 독기, 깡으로 버티고 있다. 농구만 잘할 수 있다면 뭐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농구로 버티고 있다”고 더했다.

 주희정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삼성과 계약이 끝난다.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주희정은 ‘1000번째 경기를 치르면 어떤 기분일 것 같으냐’는 질문에 “특별한 건 없을 것 같다. 그냥 1001번째 경기를 준비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삼성은 내가 첫 우승(2000~2001시즌)을 경험한 팀이다. 친정 같은 이곳에서 한 번 더 우승반지를 끼는 게 목표다. 이번 시즌에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최고 아빠가 되고 싶어”

 주희정은 아내 박서인(38)씨와 사이에 세 딸(서희·서정·서우)과 아들(지우)을 키운다. 다른 아버지들처럼 자식 얘기만 나오면 집중한다. 최근에는 딸이 본격적으로 테니스 선수를 하겠다고 해 동분서주하며 수소문하고 다녔다. 딸의 초등학교 운동회에 참석해 학부모 달리기에도 참여하는 등 집에서는 가장의 역할에 충실했다. 할머니 손에 어렵게 자란 주희정은 “할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은 손자가 되고 싶었듯이 이제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는 “훌륭한 사람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최고 아빠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fgl7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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