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형제, 그 영원한 애증

등록 2016-12-27 10:00:00   최종수정 2016-12-30 17: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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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부모 유전자를 똑같이 물려받은 극소수 존재, 가장 가까운 동지인 동시에 가장 먼 호적수, 최고의 은인이거나 최악의 원수. 누굴까. 형제(자매, 남매)다.

 부모의 자녀 사랑, 부부의 사랑, 자녀의 부모 사랑을 그린 영화는 많지만 형제, 자매, 남매의 우애를 그린 영화는 의외로 적다. 부모에게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한국인이 형제끼리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쩌면 반려견이 말하는 것을 기다리기보다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형제애를 그렸다고 광고하는 이 영화가 한 편으로는 낯설고 한 편으로는 뻔하게 느껴졌나 보다.     

 연기력으로나 인간미로나 마냥 좋아할 수밖에 만드는 배우 조정석과 본업이 가수(한류 그룹 '엑소' 멤버)라는 것을 깜빡깜빡 잊게 할 정도로 연기력까지 출중한 도경수가 형제로 나온 이 영화이지만 바로 달려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정도로….

 지난 11월23일 개봉해 현재 극장과 IPTV 등에서 동시 상영 중인 코미디 '형'(감독 권수경) 얘기다.

 줄거리는 이렇다.

 "금메달 유망주인 유도 국가대표 '두영'(도경수)는 경기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는다. 사기전과 10범인 '두식'(조정석)은 교도소 수감 중 이 소식을 듣는다.

 두 사람은 배다른 형제다. 그러나 15년 전 두식이 가출한 이후 단 한 번도 집에 들르지 않아 그나마 몸속 절반인 아버지 피마저도 물보다 흐려진 사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 한 가석방 심사관들은 부모가 이미 사망해 동생의 보호자가 돼줘야 한다는 두식의 눈물 연기에 속아 1년간 가석방 기회를 준다.

 두영과의 어린 시절 추억이 서렸지만 결코 다시 오고 싶지 않았던 집. 그 집에 돌아온 두식 앞의 두영은 그야말로 폐인이다. 게다가 두영은 두식에게 엄청난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두영은 “형은 개뿔, 제발 내 인생에서 꺼져!” "원하는 것은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는 내 사인이잖아. 해줄 테니 그만 사라져!"라고 두식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만한 말만 외친다.

 두식도 사기꾼 기질을 버리지 못 한다. 밥을 안 먹겠다고 투정하는 두영을 아예 방치하다시피 해 영양실조 일보 직전까지 가게 하면서도 부모의 봉안당을 옮겨야 한다고 두영을 속여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기극을 벌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친형제가 아닌 아버지가 같고 어머니는 다른 이복형제 이야기다.

 친형제보다 이복형제가 갈등을 극대화하기가 좀 더 편해서였는지 그렇게 설정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다소 아쉽다.

 역사를 봐도 친형제가 왕위를 놓고 골육상쟁한 것보다 이복형제끼리 한 경우가 많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도 친형제라면 부모가 떠올라서였을까.

 조선 제3대 태종(이방원)이 제1차 왕자의 난(1398)을 일으켜 이복동생인 방석, 방번 형제를 참살해놓고도 정작 자신을 겨냥해 제2차 왕자의 난(1340)을 발발한 친형 방간은 죽이지 않고 유배를 보낸 것이 좋은 예다.  

 그러나 요즘 현실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서로 죽이지 않을 뿐이지 친형제끼리 추한 싸움을 벌이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숱한 재벌가 형제 간 피 말리는 후계 계승 분쟁부터 일반 가정의 유산 다툼까지 허다하다.

 이런 모습을 보는 대다수 국민은 '만일 부모가 돈이 없고 오히려 빚을 대신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때도 저들이 서로 내가 빚을 더 갚겠다며 저렇게 싸울까'라고 생각하며 냉소한다.  

 그래서일까. 결말이 어떨지를 손쉽게 예상할 수 있고 실제로도 거의 그렇게 흘러가는 이 영화가 지난 23일까지 한 달 남짓 상영하는 동안 약 297만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공감을 얻고 있다.  

 a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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