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인간 탐욕에 대한 경고, '콩'과 '신고질라'

등록 2017-03-21 13: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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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괴수 영화 두 편이 지난 8일 나란히 국내 개봉해 상영 중이다.

 하나는 할리우드 영화 '콩:스컬아일랜드'(감독 조던 복트-로버츠)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영화 '신 고질라'(감독 안노 히데아키, 히구치 신지)다.

 두 영화는 각각 1993년 '킹콩', 1954년 '고질라'라는 추억 속 괴수 영화의 '2017년판'이라는 공통점과 함께 현대인에게 신랄할 정도로 뼈아픈 메시지를 전한다.

 일단 줄거리를 살펴보자.

 먼저 '콩:스컬아일랜드'다.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5년 어느 날, 세상에 존재하는 괴생명체를 쫓는 미국의 비밀조직 ‘모나크’는 첩보위성이 전 세계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를 발견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모나크의 수장은 정부를 움직여 지질·생물학자뿐만 아니라 베트남전에서 뼈가 굵은 특수부대원들까지 망라한 대규모 탐험단을 꾸린다. 군 헬리콥터들에 나눠 타 폭풍우를 헤치고 간신히 섬에 도착한 이들 눈 앞에 펼쳐진 것은 파라다이스가 아니었다. 분노한 '콩'이었다. 거대한 고릴라 콩의 공격을 받은 헬리콥터들은 거의 파괴되고, 10여 명만 간신히 살아남아 탐험이 아닌 탈출에 나선다."

 다음은 '신 고질라'다.

 "동일본 앞바다에서 정체불명의 괴수 ‘고질라’가 출현한다. 육지에 상륙할 수 없고, 만일 상륙한다 해도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고질라는 진화를 거듭하며 일본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수도 도쿄까지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고질라가 일본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전 세계가 경악한다."

 괴수 영화가 주는 재미는 사실 '신 고질라'가 '콩:스컬아일랜드'를 결코 따라갈 수 없다. 특히 일부러 일본인의 추억을 되살리려고 조악한 CG를 택한 것이라고 하지만, 처음 고질라가 등장한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두 영화가 주는 메시지만큼은 엇비슷하게 충격적이다.

 '콩:스컬아일랜드'에서 탐험단 일부는 콩을 제거해 콩의 습격으로 죽은 동료들의 복수를 하려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이 섬 원주민들에게 콩이 왕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는 이유 때문이다.

 지하 깊은 곳에 숨어 사는 고대 괴수들이 지상으로 올라올 수 없도록 막는 '수문장' 역할을 콩이 하고 있는 것. 그 괴수들이 지상으로 올라오면 인류가 위기에 처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설정은 환경 파괴가 인류에게 어떤 재앙을 안겨줄지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신 고질라'의 제목 중 '신'이 한자로 '새로운 신(新)'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신'은 영어로 '죄'를 의미하는 'Shin'이다.

 이는 고질라가 수천 년 동안 심해에 서식하던 고대어였으나 일본이 심해에 몰래 버린 방사성 폐기물의 영향으로 괴수가 됐다는 설정에 따라 인간이 지은 죄업에 의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영화에서 고질라는 핵분열을 에너지원으로 해 가공할 힘을 발휘한다. 일본 자위대는 물론 주일미군의 그 어떤 군사적 공격도 거뜬히 이겨낸다.

 한 마디로 핵 개발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두 영화 모두 환경 파괴와 무분별한 핵 개발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위험을 안겨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단순히 괴수를 이겨내고, 퇴치해 인류를 지켜냈다는 뿌듯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괴수와의 공존'(콩:스컬 아일랜드) '괴수 탄생 예방'(신 고질라)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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