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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엔 탁 떠나는 거야!…가 볼 만한 '만추' 여행지 6곳

등록 2017-10-25 10:35:24   최종수정 2017-10-30 10: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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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로'. (사진=광진구청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단풍, 낙엽 그리고 억새…. 자연이 그린 그림이 자꾸 마음을 이끈다. 초록에서 노랗고 붉게 익어가는 풍경은 서늘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왠지 쓸쓸함이 감돌지만, 가을 풍경은 이를 정화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자꾸만 밖으로 밖으로 발길을 이끈다. 가을은 등산복이 어울리는 계절이다. 울긋불긋 등산복을 차려입고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국관광공사(사장 정창수)가 추천한 '11월에 가볼 만한 곳', '만추(晩秋) 여행지' 여섯 곳을 소개한다.

◇서울에 이런 단풍 명소가 있었다니…(서울 광진구 영화사로)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아차산(295.7m)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하며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도심 속 단풍 여행지다.

단풍이 아니라도 한강과 도시 전경이 어우러진 전망과 흥미로운 유적이 많아 사시사철 사람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야트막하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르기 쉽다. 등산로가 잘 닦여 자녀와 가기도 좋다. 코스는 여러 개인데 '아차산 생태공원'을 거치는 '아차산성길'과 '아차산정상길', 영화사 쪽에서 오르는 '고구려정길' 등을 많이 이용한다.
 
어느 길을 선택하든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금세 산등성이에 닿는다. 게다가 능선을 따라 전망 좋은 장소가 여럿 있어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정도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고층 건물이 빼곡한 시가지 전경은 그와 대비되는 아름다움이다.

 아차산은 삼국시대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각축전을 벌인 전략적 요충지다. 한창 복원 중인 '아차산성(사적 234호)' 등 당시 유물과 유적이 발굴됐다.

자녀와 함께라면 '아차산 생태공원'을 둘러보자. 연꽃과 수련이 자라는 습지원, 나비정원, 자생식물원 등 여러 가지 생태 체험 학습 공간을 무료로 운영한다. 공원 앞길부터 그랜드 워커힐 서울까지 1㎞ 남짓한 '워커힐로'는 단풍 명소로 꼽힌다. 천천히 걸으며 사색하는 것도,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다. 물론 드라이브할 때는 단풍에도 취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아차산을 올랐다면 '고구려 대장간 마을'을 꼭 들르자. 경기 구리시가 만든 고구려 전문 박물관이다. 아차산에서 출토된 고구려 유물을 전시한 아차산 고구려 유적전시관, 아차산 4보루에서 발견된 유적을 토대로 대장간 관련 시설을 재현한 야외전시관 등이 있다. 거대한 물레방아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MBC TV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SBS TV '신의' 등 드라마에 등장해 눈에 익다.

아차산 생태공원과 워커힐로를 함께 둘러봐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대장간 마을과 태조 이성계 등 조선 왕 7명과 왕비 10명이 안장된 국내 최대 왕릉군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동구릉'을 더해 하루 코스를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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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기 포천시 명성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 가볼까(경기 포천시 영북면 대회산리)

경기 북부 포천시와 연천군을 흐르는 한탄강 일대에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 캐니언을 닮은 현무암 협곡이 있다. '한탄강 협곡 지대'다. 강물이 수십만 년 동안 용암대지를 정성껏 깎아 만들어낸 거대한 협곡이다.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5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포천시는 오는 2019년까지 독특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를 엮는 총 30㎞ '지질 트레일'을 조성한다. 모두 4개 코스인 이 트레일은 현재 1코스가 개통했다. 2코스는 공사 중이고, 3·4코스는 일부 구간 통행이 가능하다.

 1코스는 '부소천 협곡'에서 '비둘기낭 폭포'까지 이어진다. '한탄강 벼룻길'이라 명명됐다. 벼룻길은 강이나 바닷가로 통하는 벼랑길을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길은 이름처럼 한탄강 옆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폭포와 협곡, 마을을 잇는다.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늦가을 푸른 하늘 아래 낙엽을 밟으며 걷는 맛이 특히 좋다.

공식 시작점인 부소천 협곡 대신 비둘기낭 폭포에서 출발하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비둘기낭 폭포 아래 짙푸른 소에도 낙엽이 수북하다. 높이 30m가 넘는 현무암 주상절리 협곡 아래 거대한 동굴을 품은 이 폭포는 신비한 풍경 덕에 드라마와 영화 촬영 명소가 됐다. KBS 2TV '추노', 영화 '늑대소년' 등이 대표적이다.

포천시에는 연간 150만여 명이 찾는 '산정호수'를 비롯해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든 인공 협곡 '포천아트밸리', 자연·과학·휴식 등이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으로 130m 서스펜션 브리지가 인상적인 '어메이징 파크 과학관' 등도 있으니 빠뜨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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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원 강릉시 안반데기 풍력발전기.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더라(강원 강릉시 왕산면)

노추산(1322m)은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여량면 사이 태백산 줄기에 있다. 동쪽 사달산을 비롯해 서쪽 상원산, 남동쪽 덕우산, 북쪽 조고봉 등 사방이 산으로 연결된다. 노나라 대표 인물인 공자, 추나라 대표 인물 맹자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름 지었다고 한다. 통일신라 시대 설총과 조선 시대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인데 그분들의 이름을 따야 하지 않나 싶다. 

가을빛 완연한 노추산에는 어머니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모정탑길'이 있다. '모정탑'을 지나는 길이다. 모정탑 이야기는 전설도, 설화도 아니다. 강릉에 사는 차순옥씨가 1986년부터 2011년까지 쌓은 탑 3000여 기와 관련한 이야기다. 두 아들을 잃는 등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던 중 꿈에 나타난 산신령의 말을 따라 25년간 산자락에 어른 키만 한 돌탑 3000여 기를 올렸다. 가족 평안을 기원하는 모정이 이룬 '기적'이다. 

가을에 물들며 노추산 정상에 오르면 파도처럼 물결치는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자연과 어머니의 넉넉함 때문일까. 마음이 편안해진다.   

노추산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개최 도시인 강릉시와 평창군, 정선군 등을 잇는 트레킹 코스로 최근 개통한 '올림픽아리바우길' 3코스에 속한다. 정선오일장에서 경포해변까지 9개 코스 131.7㎞에 이르는 역사 문화 생태 탐방로다.

노추산에서 내려와 해발 1100m 안반데기에서 거대한 바람개비(풍력발전기)들을 돌리는 바람도 맞아보고, 강릉 시내 ‘커피커퍼커피박물관’에 들러 세계 각국 커피 유물을 감상하면서 커피 한 잔도 즐겨보자. ‘대관령자연휴양림’ ‘강릉솔향수목원’ 등도 빠뜨리지 말고 방문해야 한다.


◇여기 왕도가 있었네(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속리산(1058m)은 통일신라 시대 고운 최치원의 '산은 사람을 떠나지 않는데 사람이 산을 떠나는구나(山非離俗 俗離山)'라는 시구가 전해오는 명산이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이 산은 우리 땅의 큰 산줄기 13개 중 한남금북정맥이 가지를 뻗어 내린 곳이다. 한강과 금강, 낙동강 물길이 나뉘는 분수령이다. 산세는 험준하다. 최고봉 천왕봉을 비롯해 문장대, 입석대 등 장대한 바위가 솟구쳤다.

그 안에 놓인 유순한 길이 ‘세조길’이다. 조선 제7대 세조가 요양하러 '복천암'에 온 역사적 사실에 착안해 명명했다. 법주사 매표소부터 세심정 갈림길까지 이어진다.

이 길에서 553년(신라 진흥왕 14)에 의신 대사가 창건한 '법주사'를 만난다. '호서 지방 제일가람'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경내와 암자에 팔상전(55호) 등 국보 3점, 보물 12점, 시도 유형문화재 22점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니 꼭 보고 가자.'

법주사에서 나와 다시 세조길을 걸으면 '목욕소'에 당도한다. 피부병으로 고통받던 세조가 꿈에서 약사여래를 모시는 월광태자를 만나 그의 조언에 따라 이곳에서 목욕하니 피부병이 깨끗하게 나았다는 전설이 흐른다.

세조길을 걸었다면 이번에는 1894년 12월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 최후를 맞은 '북실 전투'를 기리는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 들러 위령탑에 묵념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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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북 순창군 강천산. (사진=순창군청 제공)

◇고추장보다 빨간 단풍 여행(전북 순창군 팔덕면 강천산길)

용이 꼬리 치듯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용천산'이라 불리던 강천산(584m)은 산세가 수려하고 단풍이 아름답다. 평탄한 산책로를 따라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어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제격이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기도 편해 누구나 눈부신 단풍 숲을 즐길 수 있다.

산 위로 올라갈 것도 없다. 매표소에서 병풍폭포, 강천사, 현수교(구름다리), 구장군폭포까지 왕복 5㎞, 2시간 정도 걸리는 '맨발 산책로'만 걸어도 충분하다. 고추장의 고을 아니랄까 곱디고운 고추장 빛깔로 물든 단풍 덕이다. 걷다 만나는 '병풍폭포' '구장군폭포'는 세찬 물줄기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산수화처럼 어우러져 '인공폭포'라는 것을 전혀 눈치챌 수 없다.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강천사', 순창군수 김정 등 의인 3명이 조선 제11대 중종에게 조강지처인 폐비 신씨 복위를 청원하기로 맹세했다는 '의인대', 해마다 열매를 주렁주렁 매다는 수령 300년 넘은 '모과나무' 등도 챙겨 보자.

계단을 조금 오르면 강천산의 랜드마크인 '현수교(구름다리)'가 나온다. 지상 50m 지점에 놓인 길이 75m 다리다. 그 위에 서면 강천산 일대는 물론 전남 담양군 '금성산성'까지 보인다.

강천산에서 나와 '순창 전통 고추장 민속마을'로 이동하다 보면 '메타세쿼이아길'을 만난다. 10월 하순부터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메타세쿼이아는 11월이면 갈색으로 짙어져 가을이 끝나감을 알린다.

마을에서 고추장 담그기 체험하거나 마을 안쪽에 지난해 5월 문을 연 ‘발효 소스 토굴’에서 발효 과학 원리를 미디어 아트로 배울 수 있다. '순창 장류박물관' '순창 옹기체험관' '순창군 승마장' 등도 주변에 있어 함께 돌아볼 만하다. 읍내에 들어선 '금산여관' '방랑싸롱' '순창농부의부엌' '일우당' 등은 젊은 감성으로 인기 높다.

섬진강을 느끼려면 무지갯빛 조명으로 다리를 밝힌 '향가 유원지', 물길이 빚어낸 바위 작품이 즐비한 '장군목 유원지' 등을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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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남 밀양시 천황산. (사진=제공)

◇억새와 함께 춤을…(경남 밀양시 단장면 구천리)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운문산, 재약산, 천황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고봉이 이어달리기하듯 내달려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명명된 '영남 알프스'. 10월 중순부터 억새가 피기 시작하면 전국 각지에서 등산객이 운집한다. 

'사자평 고산 습지'는 영남 알프스의 중심부에 해당하는 재약산 남동쪽 사면 해발 750m 부근에 형성한 국내 최대 산지 습지다. 매, 삵, 하늘다람쥐 같은 멸종 위기 동물을 비롯해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해 2006년 12월 환경부가 '습지 보호 지역'으로 지정했다. 면적 58만 7000㎡로 전국 산지 습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사자평 습지에 오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표충사'를 들머리로 임도를 따라가는 평이한 코스부터 경관은 빼어나나 난도가 높은 코스까지 등산로가 다양하다. 울주군 쪽에서 올라갈 수도 있다. 표충사에서 층층폭포를 거쳐 올라가는 코스가 가장 아름답지만, 안전시설 설치를 포함한 정비 작업으로 내년 3월까지 출입이 제한된다.

산행이 서툰 사람에게는 '영남 알프스 얼음골 케이블카'를 이용해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 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해발 1020m 지점까지 10분 만에 올라 웅장한 영남 알프스 경관을 즐기며 비교적 여유 있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천황산에서 천황재, 재약산, 사자평습지로 이어지는 코스는 억새를 감상하며 가을 정취를 만끽하는 ‘영남 알프스 하늘억새길’ 3구간 '사자평 억새길'의 하이라이트다.

임진왜란 때 공을 세운 사명대사를 추모하는 유교식 사당이 있는 천년 고찰 '표충사', 진주 촉석루·평양 부벽루 등과 함께 ‘조선 시대 3대 누각’으로 꼽히는 '밀양 영남루(보물 147호)' 등도 꼭 찾아야 한다.

숙박은 수령 120년 소나무 9500여 그루가 울창한 '기회송림'에서 하자. 소나무 아래 텐트를 치고 하룻밤 묵거나 돗자리와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해 피크닉을 즐겨도 좋다. 조붓한 오솔길을 따라 행복하게 산책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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