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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실험]기본소득이 뭐길래…세계는 실험중

등록 2017-11-15 11:00:00   최종수정 2017-11-27 09: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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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신화/뉴시스】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사람들이 모든 국민에게 무조건 기본 소득을 공여해주자는 제안 국민투표에 참가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16. 6. 5.
【세종=뉴시스】이인준 기자 = '중앙·지방정부 등 특정 정치집단이 모든 개인에게 자격·조건 없이 일정수준의 소득을 동일하게 제공한다.'

 500년전인 지난 1516년 토머스 모어가 발견하고, '유토피아'를 통해 소개한 '기본소득'의 개념은 이처럼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주류 복지영역의 외부에 있었다.

 '근로동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대 여론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기본소득 개념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미래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가 불씨가 됐다.

 ◇스위스發 기본소득 투표와 알파고 등 기술진보로 재조명
 
 기본소득과 관련해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사례는 지난해 6월 부결된 '스위스 헌법' 개정안이다.

 당시 스위스에서는 월 2500스위스프랑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권리를 헌법에 명시하자는 내용의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부결됐지만, 유권자의 23%가 지지의사를 나타내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세계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핀란드가 올해부터 국민 2000명에 무작위로 월 560유로(약 74만5000원)씩 2년간 지급하고, 소비행태와 생활의 변화를 관찰하기로 한 데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오클랜드, 아프리카 나미비아, 인도 마디야 프라데시 등도 기본소득과 관계된 파일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기본소득 실험에 참가하는 대열은 더 길게 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기본소득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은 세계적으로 빈곤이 늘고,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등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OECD의 소득불평등 동향 자료에 따르면 ▲1980년대는 상위 10%와 하위 10%의 소득 비율이 7대 1 ▲1990년대는 8대1 ▲2000년대는 9대 1▲2010년 대는 9.5대 1 수준으로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의 진보가 결과적으로는 기계가 사람를 뺏는 암울한 대신하는 미래상을 떠오르게 하는 단초로 제공하면서 생긴 새로운 복지 체제에 대한 고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만 해도 알파고와 이세돌 9단간의 바둑 대결 이후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현상이 장기화되면 신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빈곤과 빈부격차를 키울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가 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저변에 자리잡고 있다.

 ◇기본소득이 생기면 사람들은 일하지 않을까…찬반 논쟁도 팽팽

 하지만 기본소득 논쟁에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반대 논리가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
 
 이른바 '일하지 않는 사람이 일하는 사람을 착취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짜돈'은 탕진하기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선심성 복지', '복지 포퓰리즘', '복지 과잉' 등의 꼬리표가 붙어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경우 공공재정에 부담이 실리고 결과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뒤따른다.

 다만 이부분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찮다.

 일반적으로 기본소득 제도를 설계할 때 거액의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본적인' 소득을 보전하는 방식이라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다.

 또 공짜라고 무조건 유흥에 탕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근거가 없다는 반대 의견도 있다. 앞서 지난 1974~1979년 캐나다 매니토바주의 도핀(dauphin)시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시범운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매니토바주에 있는 한 대학의 경제학자가 기본소득 도입 이후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일하는 사람의 숫자가 줄지 않았고, 학생 입학률이 높아지는 등 생활수준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보고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소득이 아직 한국 현실에서 논의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세계가 기본소득 실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기본소득'에 대한 검토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지지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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