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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전시 내각', 한반도 대화국면에 미칠 영향은?

등록 2018-04-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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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슨힐=AP/뉴시스】22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됐다. 사진은 지난해 2월 24일 메릴랜드 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연설 중인 볼턴 전 대사 모습. 2018.03.23.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내정하면서 이른바 '전쟁 내각(war cabinet)'을 완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대북 대화론자'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하고 '대북 매파'인 마이크 폼페이 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데 이어 백악관 안보사령탑에 볼턴 전 대사를 낙점했다.

 볼턴 전 대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대표적인 네오콘으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미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 2005~2006년 유엔주재 미 대사로 활동했다. 폼페이오에 이어 볼턴까지 백악관 입성에 성공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완화되는 듯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 NSC 보좌관 강경파 내정에 우려 확산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트럼프 전시내각은 완성됐다' 제하의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볼턴 전 대사를 NSC 보좌관에 내정한 것을 신랄히 비판했다. WP의 외교전문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부처 간 엇박자로 행정부가 그 기능을 상실한 가운데 대통령과 비슷한 호전적인 성향의 인물이 NSC 보좌관이 된 것에 사람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칼럼에서 "볼턴은 일반적으로 성공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평가받는 '성실한 중개자(honest broker)'가 아니다"라며 "볼턴은 오히려 '도발자'나 '관료사회 비판자' '무서운 아이'와 같은 이미지를 심어줬다. 그는 정책을 수용하기 보다는 이를 뒤집는 모습을 보여왔다"라고 전했다. 

 신문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볼턴에 맡겨진 3대 과제는 북한, 이란, 러시아가 있다며 북한에 대한 강경책은 이미 예고됐다고 전했다. WP는 "볼턴은 과거 북한이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나 북핵 6자회담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는지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이 제재에서 벗어나도록 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면서 그가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기류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볼턴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볼턴 내정자는 뉴욕 라디오 방송 AM970 '캣츠 라운드테이블'에 출연해 "북한은 핵탄두를 실제로 미국 내 목표물에 쏘아 올리는 데 필요한 것들을 제한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을 더 벌기 위해 협상을 늦추고 싶어 한다. 이는 그들이 지난 25년 동안 꾸준히 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경고가 허풍이 아니라는 점을 북한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같은 스탠스는 강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지만 분쟁 위험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전임인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타결한 이란 핵협정 파기를 시사했다며 볼턴 내정자의 영입으로 미국이 이 협정에서 탈톼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WP는 내다봤다. 그러나 이란 핵협정을 파기한다고 해서 미국과 이스라엘 간 안보 협력이 강화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 국무부 "올 것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것에 충격을 받은 미 국무부는 분주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무부의 외교관들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선제 타격 등 초강경 해법을 내놓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볼턴의 등장에 불안함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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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자신의 경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3.14.
볼턴은 관직에서 물러난 후 TV 프로그램이나 저서를 통해 국무부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볼턴은 과거 유럽연합(EU)이 미 국무부와 마찬가지로 관료주의와 형식주의에 빠져 있다고 규정하고, '이유로이드(EUroid)'라고 비꼬기도 했다.

 14개월 만에 물러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장관도 국무부를 비대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며 조직의 사이즈를 줄이고 재편성하는 데 주력했다.

 차이점은 틸러슨이 국무부에 변화를 가져오려고 했다면 볼턴은 국무부를 NSC의 방침을 이행하는 기관 정도로 인식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무부와 유엔에서 오랜 기간 볼턴의 자문가로 활동했던 마크 그룸브릿지는 "그는 NSC를 제왕적으로 이끌면서 국무부와 국방부를 백악관의 정책을 집행하는 조직 정도로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앞으로 NSC 보좌관으로서 국무부를 감독할 뿐만 아니라 국무부의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볼턴은 숙련된 관료적 전술가로서 미국의 이라크 점령을 정당화했으며 다자기구와 국제조약을 강하게 공격했다.
 
◇매티스, 볼턴과 불화 가능성 차단 주력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 이란 등의 문제를 놓고 볼턴과 대립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AP통신에 의하면 매티스 장관은 지난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그(볼턴)와 함께 일하기를 기대해 왔다"며 "지난 번 그도 한 사람의 미국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금도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금까지 볼턴과 일한 적은 없지만 그가 국방부를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볼턴과 달리 매티스 장관은 북한, 이란 문제에서 틸러슨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일각에서는 매파인 볼턴과 폼페이오의 결합으로 매티스가 고립될 위기에 놓였다고 봤지만 매티스 장관은 활발한 토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매티스 장관은 볼턴과 세계관이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우리가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기를 희망한다"며 "우리가 집단적 사고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게 정상이다. 우리는 앞으로 잘 지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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