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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방탄소년단 빌보드200 1위, 그들만의 영예 아닌 K팝 전체의 '사건'

등록 2018-05-28 16:15:18   최종수정 2018-06-04 09: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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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가수는 자신의 음반 제목을 따라간다고 했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가 찾아오고 있다.

2013년 데뷔 당시 크게 주목 받지 못했음에도 '러브 유어셀프', 즉 스스로와 팬들을 아끼며 성장을 거듭한 끝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화양연화'는 2015년과 2016년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연작 앨범 제목이다. '러브 유어셀프'는 세계 팝 신을 휩쓸고 있는 이들이 내놓고 있는 연작 앨범 타이틀이다.

팝의 본고장 미국의 최고 권위인 '빌보드'의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정상에 등극했다. 미국 빌보드는 27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뉴스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빌보드200'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 어떻게 세계 정상에 올랐나

방탄소년단은 전작 '러브 유어셀프 승 '허''로 이 차트에서 세운 한국 가수 최고기록인 7위를 스스로 경신했다. 방탄소년단은 두 앨범 연속으로 '빌보드200' 톱10에 진입하는 기록도 썼다.

특히 한국어 앨범으로 따 낸 1위다. '빌보드 200'에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로 낸 앨범이 정상을 차지한 것은 12년 만이다. 2006년 영국의 팝페라 그룹 '일디보'가 스페인어, 이탈리어, 프랑스어, 그리고 일부 영어 등으로 부른 노래들이 실린 앨범 '앙코라'로 이 차트 1위에 올랐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빌보드에 있는 여러 차트들 중에서 '빌보드200'은 핵심 중의 핵심인 차트기 때문에 정말 대단한 성취"라고 평했다. "미국 주류시장에 진출하는 여러 단계의 목표들이 있다고 하면 그중 굉장히 높은 곳에 있는 것"이라고 봤다.

방탄소년단의 저력이 통했다는 의미다. 행운으로 차트에 깜짝 진입한 것이 아니다. 2015년 12월 '화양연화 pt.2'가 '빌보드 200'에 171위로 진입한 이후 2016년 5월 '화양연화 영 포에버' 107위, 2016년 10월 '윙스' 26위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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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은 차세대 K팝 기대주에 그쳤다.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2014년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상남자'로 1위 후보에도 오를 때까지만 해도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팀으로 인식됐다. '큰 한방'을 터뜨리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멤버들의 내공에 거는 기대는 처음부터 컸다. 특히 리더 RM(24)과 슈가(25) 등 프로듀싱 능력을 갖춘 멤버들에 대한 주목도가 상당했다. 막연하게 대중성을 좇기보다는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두 사람은 믹스테이프를 발표하며 힙합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자유분방한 스타일로 담아내는 것이 믹스테이프다. 발매자의 개별 기량이 날것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프로듀서 방시혁의 존재감

방탄소년단은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다. SM, YG, JYP 등 내로라하는 엔터테인먼트사 소속 아이돌그룹이 데뷔 즉시 주목을 받는데 반해, 이들은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작곡가 겸 프로듀서인 방시혁(46)이 있었다. JYP 등에서 활약한 방시혁은 자신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차리면서 야심차게 방탄소년단을 키우기 시작했다. 초반에 멤버들을 혹독하게 트레이닝시키기로 유명했다.

방시혁은 서울대 미학과 출신으로 작곡 능력은 물론 다양한 콘셉트 등을 아우를 수 있는 프로듀싱 능력도 갖췄다. 자부심이 강한 아티스트로도 유명하다. 2011년 MBC TV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임재범이 방시혁이 작곡하고 백지영과 '2PM' 택연이 부른 '내 귀에 캔디' 리메이크를 요청했지만 '한번도 곡의 리메이크 승인을 해준 전례가 없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에도 방시혁의 자부심과 함께 포부가 드러난다. 방탄은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사회적 편견과 억압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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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성장 공식에 들어맞는 성장담

빅히트와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초반에 이 콘셉트를 충실히 따랐다. 이런 지향점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음악인 힙합으로 앨범을 채운 이유다.

이 장르의 문법에 기반해 '학원 폭력' '입시' '등골 브레이커'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에 호소력을 갖춘 노래를 들려줬다. 점차 이들의 목소리와 메시지에 공감하는 팬들이 늘어갔다. 기초부터 다져진 강력한 팬덤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이 생겨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렇게 '학교 3부작'을 통해 형성한 공감대는 청춘을 다룬 '화양연화' 연작 시리즈에서 발화한다. 이들의 성장담에 팬들의 동질감이 굳건해졌고 팬층은 확대됐다.

RM은 과거 인터뷰에서 "청춘이 거창한 것은 아니잖아요. 엄청난 메시지를 담으려고 하기보다 바로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화양연화 pt1'의 인트로 '화양연화'를 작곡가 슬로래빗과 함께 프로듀싱한 슈가는 성장담과 청춘물의 상징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를 떠올리면서 이 곡을 만들었다.

같은 앨범 수록곡 '이사'는 이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설렘과 불안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러브 레터’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청춘 영화 '4월 이야기'(2000)의 자장이 느껴졌다.

방탄소년단 인기의 분명한 발화점이 된 '윙스'는 이들의 '성장 서사' 콘셉트가 절정에 달한 앨범이다.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인 '데미안'을 모티브로 삼았다.주인공 '싱클레어'가 세계의 균열을 인식하면서 겪는 성장담을 철학적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이 때문에 방탄소년단 팬들 사이에서는 '데미안' 읽기 열풍이 일기도 했다. 이후 '고전문학을 읽게 하는 아이돌'라는 별칭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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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로 소통, K팝 토양 위에 확실히 방점

방탄소년단은 최근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받았다. 2년 연속 수상이다. 주요 부문 상은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통한다. 지난 1년간 앨범 및 디지털 노래 판매량,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횟수, 공연 및 소셜 참여 지수 등의 데이터와 이달 1일부터 진행된 글로벌 팬 투표를 합산해 선정했다.

그간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대통령'으로 불리며 각급 이벤트를 통해 소셜에서 팬들과 꾸준히 교감해왔다.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제치고 70차례나 1위를 차지하며, 소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최다 리트윗된 그룹으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멤버 슈가 생일에 또 다른 멤버 정국이 만든 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한 것, 핼러윈데이에 멤버들이 각자 분장을 하고 노래한 영상을 올린 것 등이 SNS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개별 멤버 계정이 아닌 한 SNS 계정을 일곱 멤버가 나눠서 쓰는 것도 특별하다. 팀워크를 강조한 것이다.

이런 점들로 인해 주로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를 가지고도 세계 팬들과 소통했다. 방시혁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아직은 설익은 고민인데 바로 의미 전달이 안 돼도 해외 팬들이 재미있게 따라 부르는 단어들이 뭐가 있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RM은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받은 뒤 "소셜(SNS)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소셜을 통해 전파되는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2012년 국제가수 싸이(41)가 글로벌 히트를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현 K팝의 위세는 그때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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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싸이는 이례적인 사례로, K팝이 세계 팝 시장의 중심에 선 적은 아직 없다.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서브 컬처로 소화되는 경향이 짙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이 K팝을 세계의 메인 장르로 끌어올렸다. 방탄소년단과 방시혁은 K팝이 쌓아온 토양이 있어 가능하다고 했다. "K팝 고유의 가치를 지킨 것"이 유효했다는 것이다.

방시혁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90년대 중반부터 K팝 음악은 비주얼적으로 아름답고 음악이 총체적으로 작용하고 퍼포먼스가 멋있었다"면서 "이 말 자체가 언어적인 경계를 넘어 한 수단으로 작용했는데 이 고유의 가치를 지키되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한 방탄소년단의 가치를 두고 멤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한 것이 서구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게 한 것 같다"고 짚었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노래 한 곡이 아니라 앨범이 1등을 한 것이니 싸이 때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방탄소년단 만의 사건이라기보다는 K팝의 사건이다. 세계 음악 신에서 한 자리를 차지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어디까지 이룰까, 이후 행보는?

'강남스타일'은 2012년 '핫100'에서 7주 연속 2위를 차지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썼다. 아시아 가수가 5위 안에 든 것은 1977년 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르(64)의 '아나크'가 5위에 오른 지 35년 만이다. '강남스타일'의 후속곡인 '젠틀맨'은 5위, '행오버'는 2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상을 밟지는 못했다.

방탄소년단의 '핫100' 기록으로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의 타이틀곡 '페이크 러브'가 몇 위로 진입할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핫100'에서 '러브 유어셀프 승 '허''의 타이틀곡 'DNA'로 67위, 같은해 12월 발표한 '마이크 드롭' 리믹스는 28위를 차지했다. 싸이를 제외한 K팝 그룹 최고 순위다.

슈가는 24일 앨범 발표 기자회견에서 추가로 달성하고 싶은 목표에 대해 "빌보드 '핫 100' 1위, 그래미상 무대, 스타디움 투어 등을 통해 영향력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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