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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영화같은 드라마, 드라마같은 영화···경계 무너지고 있다

등록 2019-01-29 06:05:00   최종수정 2019-01-29 10: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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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요즘 TV드라마는 수백억원대 제작비를 투입,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면, 영화는 수백억원을 들여도 극장에서 1개월을 채 걸지 못한 채 내려오는 경우가 많다. 안방극장을 공략, IPTV·VOD 동시 공개 등으로 손실을 메꾸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장르로 변용·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원소스 멀티유스’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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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쏟아지는 안방극장 

지상파 방송사들은 앞 다퉈 제작비 수백억원을 투입한 대작을 준비 중이다. 5월 방송 예정인 SBS 새 수목극 ‘배가본드’는 상반기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다.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다. 제작비 250억원이 투입됐으며, 톱스타 이승기(32)와 배수지(25)가 주연으로 나선다. 이미 제작사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할리우드 대표 스튜디오인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과 글로벌 배급 관련 업무 협약식을 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지에서 함께 방송해 드라마 시장의 새 지평을 연다는 각오다.

MBC는 ‘드라마 왕국’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배가본드’와 비슷한 시기에 건국 100주년 기념 드라마 ‘이몽’을 내놓는다. 일본인에게 양육된 조선인 외과의사 ‘이영진’(이요원)과 비밀결사 의열단 단장 ‘김원봉’(유지태)이 상하이 임시정부 첩보 요원이 되는 내용이다. 제작비 250억원이 들어가며 몽골, 상하지 등지서 로케이션 촬영한다. 애초 여주인공으로 한류스타 이영애(48)를 내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었지만 스케줄 문제로 하차했다. MBC는 ‘이몽’을 토요극으로 편성, 주말 황금시간대 시청자부터 끌어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전역을 비롯해 미주, 이란과 중동 등지에서도 판권 문의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S는 역사드라마를 부활한다. 하반기 2TV에서 안중근(1879~1910) 의사의 일대기를 담은 ‘의군-푸른 영웅의 시대’를 방송한다. ‘이몽’과 마찬가지로 건국 100주년 기념으로 기획됐다. 철부지 금수저 도련님 ‘안응칠’이 일본 제국주의에 가장 큰 타격을 남기며 대한의군 참모장 ‘안중근 장군’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한창 캐스팅이 진행 중이며 총 300억원대 제작비와 중국 로케이션 촬영으로 진행되는만큼 기존의 역사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스케일을 자랑할 전망이다. 하얼빈시를 비롯해 상하이, 베이지 등지의 미디어회사들이 한·중 공동투자와 중국 내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북아메리카의 글로벌 플랫폼 회사도 아시아·북미 판권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작 드라마들이 쏟아지는 이유는 중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일부 작용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어느 지상파의 CP는 “중국 내 한한령이 점점 수그러들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갈수록 치솟는 제작비와 스타들의 높은 몸값으로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꼭 대작 드라마가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도 “수백억대 제작비를 투입하고 톱스타들을 내세우면 넷플릭스 등 온라인 영상 서비스가 확대된만큼 해외 판매에 안정적”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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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영화는 안방극장으로
 
한국영화는 극장에서 채 한 달을 채 걸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톱스타와 수백억대 제작비, 스타 감독을 내세워도 흥행성공이 보장되지 않는다. 제작·배급사들이 안방극장으로 눈길을 돌려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달 19일 나란히 개봉한 대작 ‘마약왕’(감독 우민호)과 ‘스윙키즈’(감독 강형철)는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마약왕’은 1972년부터 1980년 봄까지 독재 정권의 혼란 속에 있던 대한민국에서 마약으로 백색 황금시대를 누린 이들의 삶을 담았다. 총제작비 160여억원이 들었으며, 메인카드로 영화배우 송강호(52)를 내세웠다. 여기에 ‘내부자들’로 누적 관객수 900만명 이상(확장판 포함)을 모은 우 감독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누적 관객수 186만2506만명으로 손익분기점 400만명에 한참 못 미쳤다. 개봉 한 달도 안 된 지난 11일부터 안방극장을 공략 중이다. IPTV(KT 올레TV·SK Btv·LG U+TV)와 네이버N스토어, 곰TV, 티빙, 원스토어, 카카오페이지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VOD 서비스를 오픈했다.

‘스윙키즈’도 150억대가 투입된 대작이다. 1951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오직 춤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오합지졸 댄스단의 탄생기다. 그룹 ‘엑소’의 도경수와 ‘과속 스캔들’(2008) ‘써니’(2011)의 강형철 감독이 의기투합했지만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누적 관객수 146만여명을 기록, 손익분기점 370만명을 넘지 못했다. 결국 개봉 한 달도 못 돼 지난 17일부터 극장동시 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은 대규모 제작비와 톱스타들을 내세운 기대작들의 부진 속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친구 집들이에서 시작한 게임으로 촉발된 웃지 못할 해프닝을 그렸다. 유해진(49), 조진웅(43), 이서진(48), 염정아(47) 등이 주연했다. 누적 관객수 529만명을 넘으며 인기 몰이했다. 제작비는 58억원이며 손익분기점은 180만명이다.

 관객몰이 중인 영화 ‘내안의 그놈’(감독 강효진)도 총제작비가 45억원으로 개봉 12일 만인 지난 20일 손익분기점(15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첫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다. 옥상에서 떨어진 고등학생 ‘동현’(진영)과 40대 엘리트 조폭 아저씨 ‘판수’(박성웅)의 몸이 서로 뒤바뀌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영일 평론가는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며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2015) ‘밀정’(감독 김지운·2016)이 흥행한 후 작년에 비슷한 장르의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나오지 않았느냐. 드라마도 막장, 가족극 등이 히트 하니까 ‘이런 스토리텔링이 대중들에게 먹힌다’는 인식이 생겼다. 드라마 같은 영화의 대표적인 예가 ‘완벽한 타인’이다. JTBC 드라마 ‘SKY캐슬’과도 스토리 라인 등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웹툰, 게임, 드라마, 영화 등의 경계를 허무는 원소스 멀티유스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영화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도 국내 원소스 멀티유스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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