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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입춘일까, 설날일까···황금돼지 기해년 시작일

등록 2019-02-04 06:14:00   최종수정 2019-02-12 10: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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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는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음양력대조표. 아래는 중국과학원 국가수시센터 제공 일사만년력. 2019년 2월 4일 입춘일의 간지가 서로 다르다.
【서울=뉴시스】 박대종의 ‘문화소통’

갑골점의 왕국 은나라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정초만 되면 점집 가고 사주팔자 보는 것이 우리네 오랜 습속이다. 그런데 무술년에서 기해년으로 바뀌는 정확한 시작일에 있어서 이견이 존재한다.

<사진>에서 보듯,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2019년 2월 4일 입춘일은 “무술년 을축월 임신일”로, 2월 5일은 “기해년 병인월 계유일”로 적시하고 있다. 기해년으로 바뀌는 시점을 음력 설날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조선왕조실록에서의 간지 표시와 동일한 방식이다.

한편 <사진> 아래쪽을 보면, 중국에서 시간에 관한 권위기관인 중국과학원 국가수시센터(國家授時中心)가 제공하는 ‘일사만년력(日梭萬年曆)’에서는 2019년 2월 4일 입춘일이 기해년으로 바뀌는 기점으로 되어 있다. 한국천문연구원과는 달리, 중국의 일사만년력에선 2월 4일이 ‘기해년 병인월 임신일’이니 둘은 년도 다르고 월도 다르다. 중국과학원의 이러한 기준은 우리나라 명리학자들의 관념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해년 병인월이 시작되는 기준점의 다름은 일부 사람들의 ‘사주팔자’를 달라지게 하는 등,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60간지로써 연월일시를 표기하는 습속은 본래 중국에서 비롯되었는데, 중국 또한 세수의 기준점이 역대 왕조들에서 변동이 있었던 관계로 그간 적잖은 혼란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중국 정부는 2017년도에 ‘중화인민공화국 국가표준 GB/T33661-2017<농력의 편산과 반포>’를 통해 간지기년과 12동물로써 사람의 띠를 삼는 ‘생초(生肖) 기년’을 음력 정월 초1일 0시로 규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에 한국천문역리학회 이상엽 학술위원장이 그의 저서 ‘명리정의(命理精義)’를 통해 한 해의 시작을 ‘입춘’에서 ‘동지’로 바꿔야 정확한 사주 운세가 나온다는 주장을 제기해 역술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사실, 한 해 시작의 기준점은 고정불변이 아니었다. 그 기준점은 천자국의 제왕이 결정하거나 바꾸었다. ‘춘추’ 은공 원년조 공영달의 소(疏) “하이건인지월위정(夏以建寅之月爲正) 은이건축지월위정(殷以建丑之月爲正) 주이건자지월위정(周以建子之月爲正)”이 그 증거이다. 주나라의 경우 동짓달인 자월, 곧 음력 11월을 새해 정월로 삼았으니 그것은 이상엽의 주장과 유사한 기준이다.

본래 60갑자는 연월일시 중 ‘日’에만 사용됐다. 은나라의 갑골문이 그 증거다. 은나라의 뒤를 이은 주나라도 또한 간지를 ‘日’에만 이용했다. 그러다가 한나라 장제(章帝) 원화 2년(서기85년)에 ‘年’을 간지로 표시하는 간지기년이 공포됐다. ‘月’의 이름에 간지를 넣기 시작한 것은 당대(唐代) 이후 황력(黄曆)에서부터고, 북송 때 간지를 배합하여 ‘時’까지도 표기한 바, 이때에 이르러 연월일시를 간지로써 기록하는 간지력일이 완전하게 되었다.

그러니 간지력이 완성된 북송 시기의 최초 용법과 기준이 대단히 중요하다. 돈황에서 출토된 북송 ‘옹희 3년(986) 丙午歲具注曆日’을 보면, 각월 시작점의 정의는 결코 역법 중의 삭일=초하루가 아니라 각월의 절기를 지칭한 것이었다. 우리가 ‘해=태양’을 써서 ‘새로운 해’, ‘새해’라고 말하듯, 간지력은 본래 태양력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대중국어에서는 ‘춘절(春節)’이 ‘설’을 뜻하지만, 송나라 때는 ‘입춘절’의 준말로 ‘입춘’을 뜻했다.

그러다가 송나라 이후 명나라 때 세수의 기준이 음력 정월 초하루로 바뀌었고, 그 뒤 청나라 때 또 바뀐다. 중화서국에서 발간한 영인본 ‘청실록’ 제17책을 보면 간지기년은 모두 입춘을 분할점으로 하고 있으니, 청나라 때 북송의 간지력으로 되돌아가려했음을 알 수 있다.

한 해의 시작이 입춘이냐 설이냐에 따라 일부 국민들의 사주팔자가 달라질 수 있다. 중국 정부도 통일하여 공포하는데, 대한민국도 위와 같은 역사를 잘 살펴 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간지력을 반포하여 혼란을 종식시킬 필요가 있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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