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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아래아(•) 음, 제주도 방언에만 남아있을리가

등록 2019-05-14 06:03:00   최종수정 2019-05-20 09:3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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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훈민정음 해례본 5장에선 중성 ‘•, ㅗ, ㅏ, ㅜ, ㅡ, ㅓ’ 등에 대해 ‘개구도’와 ‘입술의 오므려짐 여부’를 기준으로 차이점을 설명함. •는 평순이니 제주도 방언에서의 원순음은 변음임이 입증됨.
【서울=뉴시스】 박대종의 ‘문화소통’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는 최세진, 주시경과 마찬가지로 살아생전 훈민정음 해례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뇌피셜’ 상태에서 그는 훈민정음과 관련하여 ‘청장관전서’ 제54권에서 그 당시의 소문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바에 의하면, 세종 장헌대왕이 일찍이 왕의 변소에서 측주(廁籌: 용변을 보고난 뒤 밑을 닦는데 쓰는 대나무로 만든 박편)를 배열해보다가 홀연히 깨닫고 성삼문 등에게 명하여 창제하였다고 한다.”

이 설은 ‘창틀’ 설로 변화돼 일본인들에게까지 전해져 일제 치하 시엔 “세종이 창살과 문고리를 보고 한글을 만들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오늘날 많은 국어학자들은 훈민정음 해례본 발견 이후 그 이전에 제기됐던 모든 억측들이 깨끗이 정리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분만 불식됐을 뿐, 훈민정음 관련 억설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가 제주도에만 속칭 ‘아래아(•)’의 원음이 보존돼있다는 설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17년 발행한 ‘개정증보 제주어사전’에서는 ‘해변, 해녀’는 ‘해벤, 해녀’로, 해녀의 동의어인 ‘잠녀(潛女)’는 훈민정음 1번 중성자를 써서 ‘ㅈ•ㅁ녜’라 기록하였다. 전통적으로 제주도에서는 ‘잠녀’를 ‘좀녀’ 또는 ‘좀녜’라고 발음해왔다. 그 같은 예들에서처럼, ‘•’에 대한 제주도 발음은 [ɒ] 또는 [ɔ]로 후설원순(後舌圓脣) 모음이다. ‘원순’은 발음할 때에 둥글게 오므리는 입술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제주도의 ‘후설원순’ 소리가 훈민정음의 원음인지 아닌지를 훈민정음 해례본으로써 가려낼 수 있을까? 당연히 있다.

<사진>에서처럼 훈민정음해례 5장에서는 중성 ‘•, ㅗ, ㅏ, ㅜ, ㅡ, ㅓ’ 등에 대해 ‘개구도(開口度: 발음 시 입을 벌리는 정도)’와 ‘입술의 오므려짐 여부’ 두 가지 사항을 기준으로 하여 두 글자씩 상호 비교를 통해 그 차이점을 설명해놓았다. “①ㅗ與•同而口蹙, ②ㅏ與•同而口張, ③ㅜ與ㅡ同而口蹙, ④ㅓ與ㅡ同而口張”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장들에서의 접속사 ‘而(이)’는 순접이 아니라 역접의 의미로 쓰였다. 번역 시 주의할 점은, 위 네 문구를 반드시 함께 전체적으로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축자식 단순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①ㅗ는 •와 같지만 입이 오므라진다. ②ㅏ는 •와 같지만 입이 열린다=벌어진다. ③ㅜ는 ㅡ와 같지만 입이 오므라진다. ④ㅓ는 ㅡ와 같지만 입이 벌어진다.

이를 언급된 사항인 ‘개구도’와 ‘원순 여부’를 기준으로 생략사항들을 추출하여 정밀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사진>의 도표와 함께 보기 바란다. ①ㅗ는 •와 같은 반폐음(半閉音)이나 입을 오므리는 것이 다르다. 즉, ㅗ는 원순음이고 •는 평순음이다. ②ㅏ는 •와 같은 평순음이나 •에 비해 입이 더 벌어지는 개음(開音)이다. ③ㅜ는 ㅡ와 같은 폐음(閉音)이나 입을 오므리는 것이 다르다. 즉, ㅜ는 원순음이고 ㅡ는 평순음이다. ④ㅓ는 ㅡ와 같은 평순음이나 ㅡ에 비해 입이 더 벌어지는 반개음(半開音)이다. (번역: 박대종)

훈민정음 해례본의 설명에서 빠진 사항은 다음과 같다. ⑤ㅏ與ㅓ同而口張: ㅏ는 ㅓ와 같은 평순음이나 ㅓ보다 입이 더 벌어진다. ㅏ는 ‘개음’이고 ㅓ는 ‘반개음’이다. ⑥ㅓ與•同而口張: ㅓ는 •와 같은 평순음이나 •에 비해 입이 더 벌어진다. •는 ‘반폐음’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훈민정음 제1번 중성인 ‘•’는 입을 오므리지 않는 ‘평순음’이다. 그러나 제주도 방언에서의 해당 발음은 입을 오므리는 ‘원순음’이니 제주도 ‘아래아’ 설은 오해임이 판명된다. ‘•’를 ‘ㅗ’ 소리로 발음하면 ‘•’가 들어간 ‘ㆎ’도 ‘외’로 발음해야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제주도 방언에선 정음이 ‘ㅎㆎ’인 ‘해(海)’를 ‘회’가 아닌 ‘해’로 발음하니 여러 면에서 억설임이 증명된다. 물론, 제주도에도 다른 곳들처럼 ‘•’의 본음이 확실히 남아 있다. “훈민정음 ‘•(속칭 아래아)’ 소리, 아직 전국에 살아있다” 편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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