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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한글맞춤법 ‘사이시옷 규정’ 문제 있다

등록 2019-07-02 06:01:00   최종수정 2019-07-09 09: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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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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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모름지기 한 나라의 어문 규정은 합리적이고 국민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사람들마다 쉽게 익혀 날로 씀에 편안케 하고져 할 따름이니라”하신 것처럼. 그런데 현행 한글맞춤법 제30항 ‘사이시옷’ 규정을 보면,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실제 우리말 발음과 일치하지 않을뿐더러 불합리한 부분들이 있어 매우 불편하다.

‘사이시옷’ 규정은 된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가’라는 말에서의 ‘가’는 된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내(川)’와 ‘가’ 사이에 ‘ㅅ’을 붙인 ‘냇가’라는 말에서 ‘가’는 된소리로 발음된다. 그 앞의 사이시옷 때문에 그것과 융합(ㅺ)하여 된소리로 변하는 것이다.

‘戶(집 호)’가 들어간 ‘戶數(호수)’는 ‘집의 수’를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강물, 호수’할 때의 ‘호수’와 구분하고 또 어떤 수(數)인지 명확히 소통하기 위해 말로 할 때는 관습 상 ‘호(戶)’와 ‘수(數)’ 사이에 ‘ㅅ’을 붙여 ‘홋수’라고 된소리 발음한다.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한 각종 국어사전에는 ‘횟수’는 나와 있어도 ‘홋수’는 찾아볼 수 없다. 현행 한글맞춤법 규정에서 ‘한자어’의 경우 2음절인 ①곳간(庫間), ②셋방(貰房), ③숫자(數字), ④찻간(車間), ⑤툇간(退間), ⑥횟수(回數)의 여섯 단어만 사이시옷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사진>에서와 같이 한글맞춤법 이전의 ‘한글맞춤법 통일안’에서는 한자어에 있어 이와 같은 강요적 제한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다. 1958년 한글학회가 마련한 ‘개정한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30항 규정을 보면, 한자어 복합명사의 경우 ‘잇과(理科)’, ‘갓법(加法)’, ‘홋수(戶數)’, ‘섯자(書字)’를 예로 들며, 윗말의 끝소리가 모음으로 끝나는 한자어에는 언문일치되게 사이시옷을 붙이도록 하였다. 그 때는 분명히 ‘홋수(戶數)’를 인정했는데, 1988년 문교부 고시 ‘한글맞춤법’에선 왜 ‘홋수’가 사라졌을까? 

“안경 돗수”할 때의 2음절어 ‘돗수(度數)’ 또한 표준국어대사전 등에서 찾아볼 수 없다. 곳간, 찻간, 툇간처럼 뒤에 ‘간’이 붙은 ‘헛간(虛間)’은 달리 취급된다. 국립국어원에선 “‘이유 없는’, ‘보람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헛-’에 ‘간(間)’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단어”(2018. 11. 8)라고 설명하지만, 잘못이다. 헛간은 ‘이유와 보람 없는 간’이 아니라 문짝이 없이 한 면이 터져 있는 광으로, 헛간의 ‘허’는 접두사가 아닌 ‘문짝이 없어 트인’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특정한 글자의 앞 또는 뒤에 사이시옷을 붙여 발음하는 방식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언어관습으로, 넓은 의미에서 ‘구결(口訣: 입겻)’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뒤에 ‘字(글자 자)’가 들어간 1958년 한글맞춤법 통일안 규정의 ‘섯자(書字)’는 눈여겨볼만하다. 우리는 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말할 땐 ‘자(字)’를 된소리로 발음하지 않지만, “해(解)라는 글자”를 뜻하는 ‘解字’를 말할 때는 전통적으로 사이시옷을 붙여 ‘햇자→해짜’라고 발음한다.

현행 한글맞춤법에서 ‘셋방(貰房)’은 2음절이어서 맞는데, ‘월셋방(月貰房)’이나 ‘전셋방(傳貰房)’은 3음절이어서 틀린 표기라는 데서는 황당한 느낌마저 든다. 표기는 ‘월세방’이 맞고 말로 할 때는 ‘ㅅ’ 융합된 된소리의 ‘월세빵’이 맞다니, 이는 불편부당한 언문불일치의 극치다.

또 ‘찻잔(茶盞)’과 ‘찻종(茶鍾)’의 ‘차(茶)’는 그 훈과 음이 ‘차 다’이므로, 한자어 ‘다(茶)’와 구별하기 위해 ‘차’를 순우리말로 본다는 답변은 땜질식 임시방편적 답변이다. ‘차’는 ‘홍차(紅茶)’에서처럼 분명 한자음이며, ‘차 다’는 제2 한자음으로써 제1 한자음을 훈한 예이다. “토착음화 또는 귀화어(우리말 속에 들어온 지 오래되어 외래어 느낌이 없이 우리말처럼 쓰이는 말)화했기 때문에 ‘차’를 고유어로 간주한 것”이라는 국립국어원의 시각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중국 및 일본과는 다른 우리나라 한자음들은 모두 뿌리내린 지 매우 오래된 우리만의 고유한 역사적 토착음들이기 때문에, ‘차(茶)’처럼 일괄 고유어로 보고 비한자어와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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