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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뮤지컬 '빅 피쉬', 이야기는 현실의 반영

등록 2019-12-08 12:00:47   최종수정 2019-12-17 09: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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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닌 '진실'에 대한 이야기

아날로그적 판타지 극대화

남경주·이창용 호연

내년 2월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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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빅 피쉬' (사진 = CJ ENM 제공) 2019.12.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이야기는 현실의 반영이다. 뮤지컬 '빅 피쉬' 속 '에드워드 블룸'의 거창한 모험담이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세상 곳곳을 누빈 '세일즈 맨' 에드워드의 아들인 기자 '윌'은 하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허풍으로 여긴다. 그는 '사실'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에 대한 '진실'은 보지 못한다.

뮤지컬 '빅 피쉬'는 단편적인 정보가 불필요하게 넘쳐나는 이 시대의 '이야기 찬가'라 할 만하다. 그 이야기는 곧 꿈과 직결된다. 눈 앞 나열된 정보를 손가락으로 흘려 보내는 시대, 장황해보이지만 에드워드의 이야기는 충분히 음미해볼 만하다.

윌은 아버지가 말을 멈췄으면 한다. 자신의 결혼식에서 아버지에게 건배사를 자제해달라고 청할 정도다. 큰 병을 앓고 있던 것을 숨긴 아버지는 윌과 말다툼 중 결국 쓰러진다. 하지만 병상에서도 그의 장광설은 멈추지 않는다.
 
창고에서 아버지의 물품을 정리하면서 윌은 아내 조세핀과 과거로 떠난다. 푸른 빛의 인어, 동굴 속에서 숨어 지내던 거인, 서커스 단장인 늑대 인간 등을 만나면서 아버지에 이어 또 다른 모험을 겪는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어머니 외에 여자가 있었다는 의심을 할 만한 정황이 발견된다. 윌은 그녀를 찾아가고 마침내 진실과 맞닥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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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빅 피쉬' (사진 = CJ ENM 제공) 2019.12.08 [email protected]
에드워드의 공상은 이해하기 힘든 세상의 논리 세계를 공감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의 허풍은 모두 거짓이 아니다. 실제의 일이 싹을 틔워 잭의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렇게 이해하지 못할 세계는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세계가 됐다. 홀로 세상을 떠돌아야 했던 윌의 아버지 에드워드는 그렇게 세상과 교감하며 아내 산드라, 아들을 사랑해왔다. 영웅담이 아니다. 따듯한 기운이 넘치는 판타지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하는 '공상 입문서'다.

아날로그한 무대로 그 효과가 배가 된다. 뮤지컬 '빅 피쉬'는 대니얼 월러스의 원작 소설(1998)과 국내에서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 잘 알려진 작품. 영화의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의 판타지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표현에 한계가 있는 뮤지컬이 그 감동과 여운을 반감시키지 않겠냐고 우려할 수 있다.

하지만 걱정은 접어두시라. 무대 어법에 맞게 치환된 이야기와 무대는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길을 간다. 1부 마지막을 노란 빛으로 물들이는 수선화 밭, 인간과 동물의 특징을 조화시킨 뮤지컬 '라이온킹'의 '휴매니멀'(Humanimal) 마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거인'에 대한 표현력 등 무대라서 더 상상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일품이다. 무대 뒷 공간이 깊숙한 CJ토월극장의 구조를 공감각적으로 사용했다. 에드워드가 그의 큰 이야기와 꿈을 형상화한 큰 물고기, 즉 '빅 피쉬'가 돼 넓은 망망대해로 향하는 장면은 근래 어떤 뮤지컬의 피날레보다 따듯한 압권이었다. 재즈, 컨트리, 펑크를 넘나드는 뮤지컬 넘버는 공연이 끝나도 귓가에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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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빅 피쉬' (사진 = CJ ENM 제공) 2019.12.08 [email protected]
데뷔 30주년을 훌쩍 넘긴 베테랑 남경주는 10대부터 70대까지 에드워드를 폭넓게 연기하며 자신이 쌓아온 공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남경주와 함께 같은 역에 캐스팅된 박호산, 손호준은 각각 '괴짜 에드워드' '감성적 에드워드'를 보여준다고 한다.

윌 역의 이창용은 안정된 발성과 감정 연기로 '좋은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아내 산드라 역의 구원영은 다양한 얼굴, 표정을 보여주며 재발견됐다. 김지우가 산드라 역, 김성철이 윌 역에 각각 더블 캐스팅됐다. 윌의 약혼자 조세핀 역은 눈에 띄는 신예 김환희가 원캐스팅으로 소화한다.

이 작품으로 한국에 진출한 연출가 스캇 슈왈츠은 성공적인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음악을 망가트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전달한 김성수 음악감독의 공도 크다. 대본과 가사 그리고 윤색을 맡은 박천휘 작가의 문장들도 귀를 파고든다. 

뮤지컬 '빅 피쉬'에게 빤한 수식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붙이지 않으련다. 대신 '판타지 찬가'를 부른다. 공상이 미궁에 빠진 우리를 밖으로 안전하게 유도해주는 '아리아드네의 실'이 될 수 있음을 믿게 됐다. '빅 피쉬'를 보고 나면, 모험을 떠나고 싶은 이유다. 

'빅 피쉬'는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일 당시 CJ ENM이 글로벌 공동프로듀서로 나선 작품이다. 2017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도 공연했다. 6년 만인 이번에 국내에서 초연하게 됐다. 내년 2월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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