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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기업 오너가 직접 뛴다⑤]신동빈 롯데회장 "과거 롯데 버려라"

등록 2020-02-02 08:30:00   최종수정 2020-02-10 09:4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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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숨기지 않고 임직원에 쓴소리
창업주 떠난 롯데, 진정한 '뉴롯데' 시대
"적당주의 안 버리면 생존마저 위태로워"
구내식당서 소통하고 현장에도 자주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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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그룹 제공)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롯데그룹은 전례에 없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룹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이 부진할 뿐 아니라 기타 부문의 성장도 둔화되고 있다.

유통사업의 경우 대부분 계열사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부드러워지면서 훈풍이 부는 듯 했으나, 우한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리스크가 들이닥치면서 경기가 급격하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신격호 명예회장마저 최근 별세했다. 99세로 세상을 떠난 신 명예회장은 경영에는 손을 뗀 상태였지만, 창업주의 별세로 신동빈 회장 체제는 본격적인 평가대에 올랐다.

신 회장은 올 초부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상반기 VCM (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는 못 하겠다"며 경영성과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함께 변화에 대한 의지를 촉구했다. 신 회장은 "현재와 같은 변화의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위기 극복 사례, 관성적인 업무 등은 모두 버리고 우리 스스로 새로운 시장의 판을 짜는 게임 체인저가 되자"고 말했다.

사장단 회의를 하면 으레 함께 식사를 하곤 했지만 올해는 그런 절차마저 건너뛰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신 회장의 심기가 편치 않았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변화를 위한 인사 대수술에 들어갔다. 조직개편을 통한 의사결정구조 효율화가 핵심이다.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사업부문별 역량 강화를 위해 지주를 비롯해 유통, 화학 등 그룹 주요 사업부문을 손봤다.

유통BU의 경우 조직이 비대해 빠르게 변하는 유통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기존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던 백화점, 마트, 슈퍼 등 부문을 롯데쇼핑 통합법인의 사업부로 전환했다. 강희태 유통BU장(부회장)이 롯데쇼핑 통합법인의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했다.

'소통'도 신 회장의 주요 관심사다. 올해 신년사에선 유독 '공감', '공생', '소통', '개방' 등의 키워드가 눈에 띄었다. 롯데로서는 뼈아픈 지점이기도 하다. 롯데는 덩치가 크고 보수적인 그룹이라 경쟁사들에 비해 의사결정과정이 복잡하고, 트렌드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룹 안팎의 지적이다.

신 회장은 여러 차례 '유연하고 개방적인 기업문화 조성'을 주문했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기업문화와 관성적 업무 습관을 모두 버려야 할 것"이라며 "직급, 나이, 부서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업문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했다.

경직된 조직문화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 회장은 관성적으로 행하던 업무와 적당주의 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성장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존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래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새해 첫 행보는 구내식당이었다. 해외출장 등의 일정으로 지난 7일 첫 출근한 신 회장은 직원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건네는가 하면 사진 촬영에도 응하는 등 권위를 내려놓는 소통 행보를 보였다. 신 회장은 평소에도 외부 약속이 없으면 개방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과의 소통에도 애쓰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팔고 사는 관계가 아니라,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신 회장은 집무실을 떠나 자주 현장경영에 나서는 편이다. 새해 첫 출근을 한 7일 전자제품 체험매장 '메가스토어' 잠실점을 깜짝 방문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제품을 체험해 보는 등 20분 가량 머물렀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현장 경영을 상당히 중시하는 편"이라며 "알려진 것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주말에도 조용히 사업장을 방문해 고객이 모이는 곳을 둘러보시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한편 롯데는 사회와 공생을 추구하는 '좋은 기업'이 돼야 한다는 점을 뼈 저리게 느끼고 있다.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롯데는 일제불매운동의 간접 영향권에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지배구조 개편의 호텔롯데의 상장이 시급하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마지막 퍼즐로 평가된다. 상장에 성공하면 일본 롯데의 지분율을 낮추고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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