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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에 오타가 있다?

등록 2020-02-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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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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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의 오자들과 잘못 들어간 글자들.
[서울=뉴시스]  2020년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이해 나라의 번영과 평안을 염원했던 민족의 영원한 스승 세종대왕께 다시금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세종이 신묘한 지혜와 심혈을 기울여 창제한 훈민정음 28자는 우리말소리를 적는 완벽한 체계다. 그렇더라도 음운학·문자학 면에서 세종을 따라가지 못하는 집현전 8학자들이 임금의 명을 받아 훈민정음을 해설한 ‘훈민정음해례’ 편에 1개의 오자와 두 군데 잘못 들어간 단어가 보인다. 당시 세종의 극심한 눈병으로 인해 신하들이 작성한 원고 부분을 직접 교정보기가 곤란한 상태였기 때문이리라.

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완성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표지 외에 내지 3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국보 70호로 지정된 훈민정음 간송본은 원본 중 표지가 없고, 내지는 임금이 지은 맨 앞 ‘어제훈민정음’ 편 두 장이 소실되어 원본 31장만 남은 상태이다.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훈민정음 상주본의 경우, 2008년 7월 안동MBC가 촬영한 바에 의하면 내지가 총 13장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임금이 작성한 ‘어제훈민정음’ 편은 하나도 없고 신하들이 작성한 ‘훈민정음해례’ 편 중 9·10·11·12·13·14·15·16·17·18·30·31·32장만 남아 있다.

현재 간송본에 들어가 있는 맨 앞 첫 두 장은 1940년경, 이용준이 조선왕조실록과 훈민정음 언해본에 남아있는 기록을 보고 복원한 것이다. 컴퓨터가 없어 손으로 직접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당시로선 대단한 모방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그는 ‘耳(이)’자를 써야 할 부분에 ‘矣(의)’자를 써버렸다. 이는 국어학계에 완전히 오자로 판명된 사항이다. ‘易(쉬울 이)’ 또한 중간 가로선이 특징인 ‘昜(陽: 햇볕 양)’ 자로 오기돼 있다. 구두점과 4성 권점 면에서도 많은 오류들이 보인다.

모방작 말고 해례본 진본의 경우, 신하들이 작성한 ‘훈민정음해례’ 편 1장 뒷면의 “牙音ㄱ, 象舌根閉喉之形(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떴다)” 중 ‘ㄱ’은 오자이다. 꼭지 있는 동그라미인 ‘ㆁ’를 적어야 할 자리에 ‘ㄱ’이 잘못 들어갔다. 해례편 4장 앞면의 “ㄱ과 ㅋ, ㄲ은 모두 牙(아)에서 그 글자꼴을 취했다”와 3장~4장의 “아음의 ㆁ은 목구멍 ㅇ에서 그 글꼴을 취한다”고 설명한 대목을 통해 1장 뒷면의 ‘ㄱ’이 ‘ㆁ’의 오자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사항은 2019년 1월15일자 ‘훈민정음 해례본에 오자, ㄱ을 ㆁ으로 정정해야 한다’ 편 또는 ‘한글+한자문화’ 2019년 2월호 ‘훈민정음 자방고전의 실체 및 해례본 內 오자 정정(ㄱ→ㆁ)’ 논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또 하나, <사진>에 보이는 ‘훈민정음해례’ 종성해 편 18장의 “全淸次淸全濁之字, 其聲爲厲, 故用於終則宜於入(전청·차청·전탁의 글자들은 그 소리가 촉급하므로 종성에 쓰면 입성에 알맞다)” 중의 ‘全濁(전탁)’은 잘못 들어간 글자이다. 19장 앞면 종성해의 요약인 ‘訣曰(결왈)’ 부분의 마지막 단어 ‘及全濁(급전탁)도 잘못 들어간 글자이다. 해례편 4장 앞면의 “전청 소리를 천천히 길게 끌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全淸之聲凝則爲全濁也)”가 그 증거이다. 2019년 7월9일자 ‘훈민정음의 흑역사, 된소리(ㅺ)와 긴소리(ㄲ)’ 편 등에서 밝힌 것처럼 전청은 빠르고 짧은 소리며 전탁은 느리고 긴 소리이다.

전탁(ㄲㄸㅃㅉㅆㆅ) 소리는 느리고 긴 초성, 현대용어로는 ‘장자음(長子音)’이다. 훈민정음은 ‘초성+중성+종성=1음’의 구조이기 때문에, 초성에 긴소리 전탁이 쓰이면 나머지 중성 및 종성에도 영향을 미쳐 전체 음이 긴소리가 된다. 훈민정음에서 긴소리는 초성 ㄲㄸㅃㅉㅆㆅ이 담당했다. 그래서 쌍자음 전탁은 종성에 쓸 필요가 없다. 쓰더라도 ㄱㄷㅂㅈㅅ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훈민정음 창제 이후 일제의 언문철자법 이전까지 쌍자음이 우리글에서 종성에 쓰인 적이 결코 없다. 이와 같은 훈민정음의 원리를 모르거나 오해한 상태에서 ‘ㄲ’이 1930년 언문철자법에 처음으로 쓰였고, 뒤이어 ‘ㅆ’이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마춤법통일안’에서 받침에 추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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