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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중성은 ‘홀소리’가 아니다

등록 2020-02-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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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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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훈민정음 해례본(1446)에 기재된 음의 법칙에 따르면 ‘중성’은 홀로 나는 소리, 곧 영어의 모음이 아니다. 동국정운(1447)에선 초성을 ‘자모(字母)’, 곧 ‘글자의 모음’이라 했다.
[서울=뉴시스]  19세기 서세동점의 전환기 무렵, 서구의 언어학 또한 한중일 삼국에 물밀듯 밀려들어왔다. 그때 vowel(모음)과 consonant(자음)라는 용어도 함께 들어왔다.

2019년 6월18일자 <‘ㆆ’ 소리도 살아있다…후설모음의 목구멍소리②> 등에서 언급한 것처럼, 엄밀히 말해 서양의 ‘모음’은 훈민정음의 ‘중성’과 다르다. 그럼에도 오늘날 국어학계에선 그 둘을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교육한다. 그 바람에 우리가 훈민정음을 바르게 이해하는데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한(韓)’이라는 음에서 ‘ㅎ’은 처음 발해지는 소리다. 그래서 세종께서는 그것을 ‘초성’이라 이름 지었다. 초성에는 ‘아·설·순·치·후·반설·반치’의 7음이 있다. 고대 중국 성운학에서는 ‘초성’을 ‘성모(聲母)’ 또는 ‘字(글자 자)’를 쓴 ‘자모(字母)’라 불렀다. 그에 따라 동국정운(1447)에서도 초성을 ‘자모(字母)’라 칭했다. ‘중성’의 경우 고대 중국에선 ‘종성’을 포괄하는 ‘운(韻)’의 한 요소로써 현대용어 ‘운복(韻腹)’이 나오기 전까진 별다른 명칭이 없었다.
 
이상에서와 같이 훈민정음 및 중국 전통 음운학에선 ‘초성’이 ‘母(어미 모)’자를 쓴 모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초성’을 ‘子(아들 자)’의 ‘자음(子音)’이라 하고, ‘중성’을 ‘모음’이라 하니 훈민정음과 동국정운 등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구한말의 국어학자 주시경 또한 그랬다. 그는 ‘가뎡잡지(家庭雜誌)’ 1907년 1월호 ‘자모음의 대강 이야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에는 자음이던지 모음이던지 통칭하여 ‘자모(字母)’라 하엿고, 스스로 발하는 음을 모음(母音)이라 하고 스스로 발하는 음을 의지한 후에야 발하는 음을 자음(子音)이라 하는 이름은 근 백년 래로 흔히 쓰는 말인데 이는 아마 청나라에 구쥬(유럽)의 교통이 열린 후로 구쥬에서 스스로 발하는 음을 바웰(vowel)이라 하는 말을 한문(漢文) 자로 모음이라 하고 스스로 발하는 음을 의지한 후에야 발하는 음을 칸숀낸트(consonant)라 하는 말을 한문 자로 ‘자음’이라 이름하여 부르는 것인가 보도다.”

주시경의 이와 같은 인식에는 두 가지 오류가 보인다. 첫째, 위에서 밝힌 것처럼 전에는 초성자음만 ‘자모(字母)’라 하였지 중성의 운복은 ‘자모(字母)’라 하지 않았다. 둘째, 서구의 vowel을 ‘모음’으로, consonant를 ‘자음’으로 번역한 것은 청나라가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의 철학자이자 교육가인 니시 아마네(西周: 1829~1897)가 ‘백학연환(百學連環: 1870~71)’에서 영어 consonants의 역어로 ‘子音(자음)’을, vowels의 역어로 ‘母音(모음)’이란 말을 사용했다. 그렇더라도 니시 아마네가 번역한 ‘자음’과 ‘모음’은 영어의 consonant와 vowel에 관한 것이지, 결코 훈민정음의 ‘초성’과 ‘중성’을 번역한 말이 아니다.

영어에서의 ‘모음’은 훈민정음 ‘중성’과 그 기능이 다르다. 로마자 모음은 단독으로 쓰일 때는 일본 가나문자처럼 ‘음절문자’로서의 기능을 하고 그 앞에 자음이 붙어 자음과 함께 할 때는 훈민정음 중성처럼 ‘음소문자’로서의 기능을 한다. 예를 들어, 훈민정음 중성 ‘ㅏ’와 ‘ㅗ’는 단독으로든, 초성과 함께 쓰든 ‘음소’이지만, 국제음성기호 [ɑ]와 [o]는 단독으로써는 일본 가나문자 ‘あ[아]’와 ‘お[오]’처럼 통째로 하나의 음절문자이지 ‘음소’가 아니다.

그래서 국제음성기호 [ɑ]와 [o]는 단독으로 쓰일 때 ‘아’와 ‘오’로 발음하기 때문에, 주시경이 작명한 ‘홀소리(홀로 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처럼 훈민정음 해례본은 “무릇 훈민정음 글자는 반드시 초성·중성·종성을 합쳐 써야만 하나의 음을 이룬다” “중성이란 것은 자운(字韻)의 안에 위치하며 초성·종성과 합하여 하나의 음을 이룬다”고 밝혔다. 고로 중성 그 자체만으론 결코 ‘홀소리’가 아니다. 훈민정음에선 ‘초성’이 ‘자모’ 곧 ‘글자의 모음’이다. 물론 초성만으로도 하나의 음이 될 수 없으니 초성 또한 ‘홀소리’가 아니다. <계속>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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