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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그림을 갖다 써도 되냐고요?"...마리킴 개인전

등록 2020-05-06 16:41:15   최종수정 2020-05-19 09: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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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6일 개막
서양-동양 명화 오마주...눈 큰 '아이돌'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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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리킴 개인전.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0.5.0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가 마리킴의 눈 큰 소녀 ‘아이돌’(Eyedoll)은 물이 닿으면 복제되는 영화 '그렘린'의 '모과이' 같다. 무엇이든, 어떤 모습이든 '아이돌'로 재생한다. 동서양의 명화를 가리지 않는다.

보티첼리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흰 단비를 안은 여인’,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 뿌리개를 든 소녀’는 물론, 불교 예술의 백미(白眉)인 고려 불화 '수월관음도'까지 '아이돌'로 재탄생됐다.

마리킴의 '아이돌'과 접목한 명화와 불화는 눈이 커진 탓인지 인형같기도 하고 외계인 같기도 하다.  전시를 둘러보면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라는 피카소의 말이 떠오른다.

'오마주(Hommage)냐 '베끼기냐'의 경계에서 감상자를 혼란시킨다.

마리킴도 알고 있다. 명화 시리즈를 하면서 '남의 그림을 갖다 써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작가로서 당당했다. "피카소의 말로 굳이 따지자면 원작을 모방했다고 하기에는 이미지의 차용과 기법을 원작과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에 훔친 쪽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술 작품을 훔치지 않았고 예술가는 훔칠 수도 없으니 여기서 내가 훔친 것은 예술"이라는 것.

훔친 것은 예술? 예를 들어 보티첼리의 ‘이상적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young woman’을 오마주한 작품을 들여다보자.

"보티첼리의 예술 즉 예술 행위는 실존했을 그림의 주인공 여자를 형상화하여 캔버스 속에 그려 넣은 것이죠. 하지만 제가 한 예술 행위는 보티첼리가 수백년 전에 그린 그림의 이미지를 구글에서 참고하여 내 작품 특유의 얼굴을 그려 넣어 재생산한 것입니다."

마리킴은 "나는 이 두가지가 전혀 다른 예술, 예술 행위"라면서 "내 작품은 명화의 오마주이며 회화를 되살렸다"고 했다.

"작품속에 작가(예를 들어 다빈치)의 서명까지 있는 그대로 그려 넣어 그의 작품임을 표현했으니 오마주라고 생각합니다.또한 미술관에서만 볼수 있었던 오래 전 죽은 예술가들의 명작들을 이 시대의 기술과 상상력으로 현생하게 만들었으니 회화를 되살렸다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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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리킴 개인전.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0.5.06. photo@newsis.com
6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마리킴 개인전은 4년만의 국내전이다. 지난 2016년 학고재에서 전시에서 작가 자신과 유명 스타를 복제한 현대적이고 SF적인 이전 작품과 달리, 뉴트로 감성도 풍긴다.

원작에 내재하고 있는 아우라(Aura)와 함께 끊임없이 자생하는 그림은 작가의 상상력과 현대기술의 융합의 힘이다.

마리킴은 호주 멜버른 공대에서 멀티미디어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컴퓨터에 의해 가공된 이미지가 갖는 무한한 복제와 자유로운 변형은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도 무한 재생산된다.  ‘아이돌’ 캐릭터에 화장과 옷을 갈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하며 누구든 무엇으로든 변하지만 '아이돌'의 영혼을 살아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디지털 이미지를 그대로 프린트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면, 근래에는 프린트된 화면(畵面) 위에 회화 기법을 덧입혀 예술과 현대기술의 사이에서 제기되는 질문에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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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리킴, 수월관음도 Water-Moon Avalokiteshvara Bodhisattva Genuine gold leaf plated, acrylic color paint on Ultra chrome ink printed canvas 230x107.9cm.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0.5.06. photo@newsis.com

이번 전시는 2019년 LA에서 처음 발표한 ‘Masterpiece’시리즈의 연장선이다. 이전에는 사실적인 묘사 없이 제한된 배경으로 캐릭터에만 집중했다면, 이번 작업은 산드로 보티첼리 등 유명한 서양 명화와 고려 불화를 오마주한 작업방식이 눈길을 끈다.

또 이전에 상반신 그림과 달리 이번 작품은 전신 그림으로 변했다.  마리킴은 "비율보다는 기법의 다양성에 집중하려 했다"며 "이전에 일본 우에노 미술관에서 에도시대 불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보존도와 금박의 화려함에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고려 불화를 선택한 건 명품 중에 명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에서는 보기 어럽다는 점에서 몰입했다. "우리나라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꽃을 피웠던 시대인 고려의 작품들을 골랐어요. 특히 예전에 관람한 전시인 ‘고려불화대전’의 책자를 참고해 작품을 선택했는데,  한국의 불화에는 일본 불화처럼 금박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 매우 아쉬웠어요"

서양의 초상화와는 달리 불화는 실제가 아닌 상상의 세계를 시각화 한 불교 이념의 상징화다. 불교 이념에 따르면 보살을 통해 구제된 중생이 다시 환생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등장하는데, 끊임없이 여러 모습으로 변용하고 영역의 범위를 넓힌다는 점에서 작가의 작업 방식과 그의 ‘아이돌’ 캐릭터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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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리킴, 아미타삼존도 2019 Genuine gold leaf plated, acrylic color paint on Ultra chrome ink printed canvas 193x108cm,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0.5.06. photo@newsis.com

특히 오마주 한 작품들 중에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물방울 모양의 커다란 광배 속에 서있는 '수월관음도'를 오마주한 작품이 주목된다. 이 작품은 현재 일본 도교 센소지(浅草寺)에서 소장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보기 쉽지 않다.

"이번 한국 전시에서 오마주할 작품들을 리서치하면서 일부 한국의 명화들을 재연하려 하였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예술이 꽃피었던 고려시대의 불화들이 대부분 도난당하거나 해외로 팔려나가 있고 훼손상태가 심해 자료를 구하기가 힘들었어요."

기술 복제 시대, 명화와 불화의 아우라를 '예쁨과 귀여움'으로 치환해버린 작가의 용기도 신비한 능력이다.
 
"작품에 내재된 원작에 대한 제 마음의 빚을 즐겁게 바라봐 주었으면 해요. 이러한 시도가 전형적인 팝아트 사조를 이어나간다기보다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품을 시도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해 주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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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마리킴 개인전. 사진=가나아트센터 제공. 2020.5.06. phot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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