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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해례본에서 ‘復元’은 ‘복원’이 아니라 ‘부원’

등록 2020-06-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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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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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1> 표준국어대사전에선 ‘復元’을 ‘복원: 원래대로 회복함’이라고만 기재하고 있다. 그러나 훈민정음해례본에 쓰인 ‘復元’은 ‘복원’이 아니라 ‘부원’이며 ‘다시 원이 됨’을 뜻한다.
[서울=뉴시스]  세종대왕은 백성들과 후손들에게 지극한 덕을 베푸신 덕왕이다. ‘德(덕)’자의 정음은 ‘得(얻을 득)’과 같은 ‘득’임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德’은 ‘直(바를 직)’과 ‘心(마음 심)’을 합한 ‘悳(덕)’과 ‘行(행)’의 줄임형인 ‘彳(척)’으로 이루어져, 개인ㆍ가정ㆍ국가 등에 행복을 ‘득’하게 하고 유지시켜주는 바른 마음과 행동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인 ‘훈민정음’은 ‘덕’의 정신과 직통하는 표음문자이다. 

그러나 세종과 훈민정음만으로 김구 선생 등이 염원했던 선진문화국 또는 행복의 나라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종의 가르침에 대한 후손들의 적극적인 반응, 곧 훈민정음을 제대로 배우려는 마음가짐과 노력의 의기투합이 있어야 한다. 동양 문화의 정수인 훈민정음을 왜곡 없이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설명서인 해례본을 공부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존하는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은 총 33장의 내지 중에서 맨 앞 2개장이 소실된 상태다. 그래서 그 부분은 원래대로의 정밀한 ‘복원’을 필요로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복원’을 한자로 써보라 하면 ‘復元’이라 쓸 것이다. 물론 ‘復原’이라 써도 된다. 이와 반대로 ‘復元’을 보여주고 그 독음을 물으면 너나할 것 없이 ‘복원’이라 읽을 것이다. <사진①>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처럼 모든 국어사전들에서 ‘復元’의 음을 ‘복원’으로만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復元’이란 한자어가 훈민정음 해례본에도 쓰여 있는데, 거기서는 음도 다르고 의미도 전혀 다르다는데 있다. <사진①>에서처럼 훈민정음 해례편 9장 앞면 문장 “一元之氣, 周流不窮, 四時之運, 循環無端, 故貞而復元, 冬而復春.” 속의 ‘復元’은 우리가 익히 아는 ‘복원’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읽을 때 주의하라는 표시인 4성 권점이 찍혀있는데, ‘復°’처럼 거성 부위에 권점이 달려 있으므로, 여기의 ‘復°元’은 ‘부원’으로 읽어야 한다. ‘復’자가 거성일 때는 ‘돌아올 복’이 아니라 ‘다시 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례본 내 “貞而復元(정이부원: 貞이 다시 元이 됨)”은 대체 무슨 말인가? ‘貞(정)’과 ‘元(원)’은 주역에 나오는 유명한 용어인 ‘元亨利貞(원형이정)’에서 취한 것이다.

‘원형이정’이란 말을 최초로 쓴 사람은 주나라 문왕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50년 전, 문왕은 주역 64괘 중 건괘·곤괘·둔괘·수괘·임괘·무망괘·혁괘를 설명할 때, 점과 관련된 괘사로써 ‘원형이정’이란 말을 썼다. 그러던 것을 약 2500년 전 공자가 건괘와 곤괘의 ‘원형이정’을 문왕과는 달리 새롭게 4덕(四德)으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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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2> 復(돌아올 복, 다시 부)의 자원. ‘復(복)’의 본자는 ‘复’이며, ‘复’에서 夂(뒤져올 치)를 뺀 나머지 윗부분은 郭(성곽 곽)의 옛글자가 변형․생략된 것.
이를 다시 송나라 유학자 정이(程頤)가 ‘정씨역전(程氏易傳)’ 권1에서, “元은 만물의 시작이요, 亨은 만물의 성장이요, 利는 만물의 이룸이요, 貞은 만물의 종결이다.”라고 하면서, 각각 봄·여름·가을·겨울에 짝지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편집진들은 그것을 근거로 하여 “일원(一元)의 기운은 두루 흘러 다함이 없고, 사시(四時)의 운행은 순환하여 끝이 없는 고로, 貞은 다시 元이 되고, 겨울은 다시 봄이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②>에서 보듯, ‘復(복)’은 본자인 ‘复(복)’과 彳(갈 척)으로 이루어져 있다. ‘复’은 郭(성곽·둘레 곽)의 옛글자에서 변형 생략된 윗부분과 夂(뒤져올 치)의 합자이다. 뒷걸음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復’자에서 ‘夂(치)’는 되돌아옴을 나타내기 위해 쓰였다. 고로 ‘復(복)’은 성곽 주변을 빙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에서, ‘돌아오다, 돌아가다, 회복하다, 다시’ 등을 뜻한다. ‘다시’의 뜻일 때는 거성 ‘부’로 발음한다.(해석: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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