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종 문화소통]해례본에서 ‘復元’은 ‘복원’이 아니라 ‘부원’
박대종의 ‘문화소통’
그러나 세종과 훈민정음만으로 김구 선생 등이 염원했던 선진문화국 또는 행복의 나라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종의 가르침에 대한 후손들의 적극적인 반응, 곧 훈민정음을 제대로 배우려는 마음가짐과 노력의 의기투합이 있어야 한다. 동양 문화의 정수인 훈민정음을 왜곡 없이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설명서인 해례본을 공부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존하는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은 총 33장의 내지 중에서 맨 앞 2개장이 소실된 상태다. 그래서 그 부분은 원래대로의 정밀한 ‘복원’을 필요로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복원’을 한자로 써보라 하면 ‘復元’이라 쓸 것이다. 물론 ‘復原’이라 써도 된다. 이와 반대로 ‘復元’을 보여주고 그 독음을 물으면 너나할 것 없이 ‘복원’이라 읽을 것이다. <사진①>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처럼 모든 국어사전들에서 ‘復元’의 음을 ‘복원’으로만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復元’이란 한자어가 훈민정음 해례본에도 쓰여 있는데, 거기서는 음도 다르고 의미도 전혀 다르다는데 있다. <사진①>에서처럼 훈민정음 해례편 9장 앞면 문장 “一元之氣, 周流不窮, 四時之運, 循環無端, 故貞而復元, 冬而復春.” 속의 ‘復元’은 우리가 익히 아는 ‘복원’이 아니다. 자세히 보면 읽을 때 주의하라는 표시인 4성 권점이 찍혀있는데, ‘復°’처럼 거성 부위에 권점이 달려 있으므로, 여기의 ‘復°元’은 ‘부원’으로 읽어야 한다. ‘復’자가 거성일 때는 ‘돌아올 복’이 아니라 ‘다시 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례본 내 “貞而復元(정이부원: 貞이 다시 元이 됨)”은 대체 무슨 말인가? ‘貞(정)’과 ‘元(원)’은 주역에 나오는 유명한 용어인 ‘元亨利貞(원형이정)’에서 취한 것이다. ‘원형이정’이란 말을 최초로 쓴 사람은 주나라 문왕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50년 전, 문왕은 주역 64괘 중 건괘·곤괘·둔괘·수괘·임괘·무망괘·혁괘를 설명할 때, 점과 관련된 괘사로써 ‘원형이정’이란 말을 썼다. 그러던 것을 약 2500년 전 공자가 건괘와 곤괘의 ‘원형이정’을 문왕과는 달리 새롭게 4덕(四德)으로 나누었다.
<사진②>에서 보듯, ‘復(복)’은 본자인 ‘复(복)’과 彳(갈 척)으로 이루어져 있다. ‘复’은 郭(성곽·둘레 곽)의 옛글자에서 변형 생략된 윗부분과 夂(뒤져올 치)의 합자이다. 뒷걸음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니, ‘復’자에서 ‘夂(치)’는 되돌아옴을 나타내기 위해 쓰였다. 고로 ‘復(복)’은 성곽 주변을 빙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에서, ‘돌아오다, 돌아가다, 회복하다, 다시’ 등을 뜻한다. ‘다시’의 뜻일 때는 거성 ‘부’로 발음한다.(해석: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