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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분리 완화③]투자금 '회수 난망' 한국 벤처 시장, CVC가 바로잡을까

등록 2020-08-11 06:00:00   최종수정 2020-08-18 14: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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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 시장 부재→초기 투자 기피→벤처기업 고사

현재 투자금 회수 방법, 코스닥 IPO·상환 2가지뿐

VC 투자는 5년, IPO까지는 10년…'불일치 현상' 탓

관련 업계 "세컨더리 펀드·M&A 시장 활발해져야"

정부 "CVC 한국 벤처 투자 시장 문제점 해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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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한국 벤처 투자 시장은 여러모로 미성숙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벤처캐피털(VC)의 투자금 회수(Exit)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는 VC의 초기 벤처기업 투자를 가로막아 벤처 생태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일 뉴시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려우니 VC는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린다는 설명이다. 투자를 받지 못한 초기 벤처기업은 창업자의 자본금을 까먹으며 버티지만, 이내 바닥을 드러낸다. 유망한 벤처기업은 그렇게 말라 죽는다.

현재 VC가 투자금을 회수할 방안은 2가지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VC가 투자해 지분을 보유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장외 증권 시장)에 상장(IPO)하는 것이 하나다. 그러나 IPO를 통해 VC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다. 2019년 한 해 동안 코스닥 IPO에 성공한 VC 투자 기업은 53곳이다. 같은 해 VC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기업은 1608곳이다.

나머지 하나는 상환이다. 벤처기업이 받은 투자금을 VC에 도로 토해내는 것이다. 이때는 대개 받은 투자금에 이자까지 부쳐서 돌려줘야 한다.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지만, 담보로 맡길 자산이 없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힘든 벤처기업에 모험 자본을 공급한다'는 VC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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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 VC는 4조2777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일반 주식(보통주)은 7379억원(17.3%)에 불과하다. 만기에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 등이 옵션으로 딸려오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투자가 주류다. 2조5428억원으로 전체의 59.4%를 차지했다. 사실상 채권인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형태로도 2746억원(6.4%) 투자됐다.

이와 관련해 다른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RCPS의 경우 창업자의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고, 기업 몸값을 매길 때도 유리해 유니콘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곳) 등 잘 나가는 벤처기업은 오히려 선호하기도 한다"면서도 "그렇지 않은 벤처기업은 RCPS로 투자를 받았다가 VC 등이 상환 청구를 요구할 경우 기업 생존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간 회수 시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컨더리(Secondary) 펀드(다른 VC가 보유한 기업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조성한 펀드)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VC의 평균 투자 기간은 5년 안팎이다. 그러나 VC가 투자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상장하기까지는 보통 10년이 넘게 걸린다. VC의 투자 기간과 벤처기업이 IPO 하기까지 걸리는 기간 사이에 불일치 현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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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의 투자 기간(5년)이 지나고, IPO까지 5년이 더 남은 벤처기업 주식은 다른 VC가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받아'주거나, 일반 기업이 M&A 형태로 사들여야 한다. 그러나 벤처 투자 시장 미성숙, 벤처기업 기술력·회계 자료에 관한 신뢰도 부족 등으로 세컨더리 펀드·기업 M&A 시장은 아직 활성화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이런 상황을 타개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세컨더리 펀드 시장 활성화다. CVC는 VC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후발 주자인 만큼, 일반 VC 대비 '옥석 가리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컨더리 펀드를 조성한 뒤 다른 VC가 투자해 일정 궤도에 올려놓은 벤처기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CVC를 설립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해 성공 경험을 쌓은 대기업은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CVC는 또 기존 사업 강화·다각화 등 전략적인 목적으로 벤처기업에 접근하므로 회수를 위한 투자 기간을 따로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VC를 통해 세컨더리 펀드·기업 M&A 시장을 활성화하고, 벤처 생태계에 장기 투자 분위기도 퍼뜨릴 수 있다는 복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국 동향을 보면 최근 CVC 투자금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해당 벤처 투자 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런 장점을 가진 CVC 제도가 한국에도 잘 안착한다면 중간 회수 시장 부재 등 문제점이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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