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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ㅇㆆ+중성’과 국제음성기호 ‘모음’

등록 2020-09-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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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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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제음성기호 ‘모음사각도’와 훈민정음 비교(2020년 8월 박대종 보정본). [ɪ]의 정음을 ‘으’에서 ‘이’로 정정. ‘long i’의 [i]와 ‘short i’의 [ɪ]를 정음으로써 구분하자면 [i]는 ‘ㆀㅣ’, [ɪ]는 ‘이’가 된다.
[서울=뉴시스]  우리말소리를 외래어로 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리적, 환경적 요소들로 인해 각국의 말소리가 다를 뿐만 아니라, 사용하고 있는 표음문자의 체계와 종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7-14호 ‘외래어 표기법’을 살펴본다. “외래어는 국어의 현용 24 자모만으로 적는다”고 한 제1항에 시선이 멈춰진다.

영어 모음(vowels)을 바르게 표기하자면 반드시 ‘ㆆ’이 필요하다. 영어 자음 ‘s’를 바르게 표기함에 있어서도 지금은 쓰지 않지만 그와 음가가 동일한 반치음 ‘ㅿ’이 필요하다. 28자로도 부족한데 24자로만 제한하면 ‘외래어 표기법’은 불완전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말 ‘중성’을 국제음성기호로 나타낼 때 명심해야 할 사항은, ‘중성’이 서양언어학에서 말하는 ‘모음’과 다르다는 점이다. ‘원자핵’과 ‘전자’가 ‘원자’의 구성요소이듯, ‘목소리 초성’과 ‘중성’은 ‘모음’을 이루는 요소들이다. vocal(목소리의)과 동원어이자 홀로 나는 소리인 vowel(모음)을 서양인들은 더 이상 쪼개지 않지만, 훈민정음에선 목소리 초성 ‘ㅇ, ㆆ’과 준비 상태의 목소리인 ‘중성’으로 분해된다. 바로 이 점에서 훈민정음은 로마자나 국제음성기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표음문자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상세한 사항은 2020년 2월26일자 <로마자 ‘모음’은 ‘중성’이 결합된 목소리다> 편 등을 참고하기 바란다.

2020년 7월15일자 <훈민정음 목소리 ‘ㅇ’과 ‘ㆆ’의 차이> 편에서 밝힌 것처럼, ‘ㅇ’은 전설(前舌) 목소리 초성이고, ‘ㆆ’은 후설성(後舌性: 후설+중설) 목소리 초성이다. 따라서 현용 외래어 표기법의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선 [u]를 ‘우’라 하였는데, [u]는 후설모음이므로, 정확히는 초성에 ‘ㆆ’을 써야 완벽해진다. 후설모음 [o] 또한 <사진>에서처럼 중성 ‘ㅗ’에 초성 ‘ㆆ’을 써야 한다.

국제음성기호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돼가고 있다. 그러나 훈민정음 제1번 중성자인 후설중성 ‘•(하늘 아)’에 해당하는 글자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는 후설 평순 중고모음(Close-mid back unrounded vowel)이나 그 자리의 [ɤ]와는 다른 소리여서, 이해를 돕기 위해 국제음성기호 모음사각도에서 [ɤ]를 지우고 그 밑에 초성 ‘ㆆ’의 ‘•’를 배치했다.

어려운 부분은 ‘아’ 모음이다. 우리말에서 ‘ㅏ’는 중설(中舌) 중성이기 때문에 그것과 맞는 초성은 전설의 ‘ㅇ’이 아니라 중설ㆍ후설초성인 ‘ㆆ’이다. 일반인들에겐 이러한 구별이 어렵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한자어를 제외한 토속어를 적을 때 ‘ㆆ’ 대신 ‘ㅇ’자를 써도 된다고 배려하였다. 그런 까닭에 원칙적으론 ‘ㆆㅏ’라고 써야 할 것을 ‘아’라고 써오고 있지만, 전설·중설·후설을 따지는 국제음성기호와 대조할 때는 정밀하게 전설모음 ‘아’와 중설모음 ‘ㆆㅏ’를 구별해야 한다.

<사진>에서 보듯, 우리말 중설모음 ‘ㆆㅏ’는 국제음성기호로는 [ɐ]이다. 서양의 전설모음 [a]는 정음으론 ‘아’가 된다. 다시 말해, ‘安(안)’의 정음은 ‘ㆆㅏㄴ’이므로, 국제음성기호로는 [an]이 아니라 [ɐn]이다. 

‘어’ 또한 중설모음이므로 정음으로 정확히 적자면 ‘ㆆㅓ’가 된다. 우리말소리 ‘어’와 가장 가까운 국제음성기호는 [ə]이다. 보통 [ə]가 강세를 받으면 [ʌ]가 되므로, 강세 있는 [ʌ]는 훈민정음에서처럼 거성점(․)을 붙여 ‘․ㆆㅓ’로 표기하면 구분이 쉬울 것이다. [ɜ]는 우리말 ‘어’ 발음법과 달리, 영상(youtu.be/Ehn6XixUBKs)의 설명처럼 r과 함께 하는 ‘어’이자(bird[bɜːrd]), 혀의 양 옆 부분이 어금니들에 닿으며 나는 ‘어’소리인 것이 특징이다.     

<사진>의 국제음성기호 ‘모음사각도’와 훈민정음 비교에서 새로 정정된 부분은 [ɪ]이다. [ɪ]의 정음을 ‘으’에서 ‘이’로 정정하였다. ‘淫(음)’의 정음을 [ɪm]으로 본 것은 잘못이다. ‘long i’의 [i]와 ‘short i’의 [ɪ]를 정음으로써 구분하자면 [i]는 ‘ㆀㅣ’, [ɪ]는 ‘이’가 될 것이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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