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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하늘 아)’는 우리 민족의 특수한 정체성

등록 2020-09-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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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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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훈민정음 해례본(1446) ‘어제훈민정음’ 3장을 보면, 제1번 중성인 ‘•(하늘 아)’자는 그 위치가 맨 앞(=위)였다. 중종 때 최세진이 훈몽자회(1527)에서 임의대로 ‘•’를 맨 아래로 배치하여 ‘아래아’로 왜곡됐다.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해례본 맨 앞 ‘御製訓民正音(어제훈민정음)’은 “國之語音(국지어음), 異乎中國(이호중국)”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어음이 중국과 달라”라는 뜻이다. 이 문장은 “與文字(여문자)로 不相流通(불상유통)할쌔”로 이어진다. ‘유통’은 ‘막힘이 없이 흘러 통함’이니, 전체적으로, “우리나라의 말소리가 중국과 달라, (문자=한자의 자형은 공용하나) 문자의 자음 면에선 서로 소통이 물 흐르듯(流) 원활하지 않기에”로 번역된다.

우리가 위 문장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조선의 한자음은 중국의 한자음과 100% 다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일부가 달랐다. 일부는 같았다. 그 일부 다른 점이 두 나라 간 소통에 큰 애로를 발생시켰다(세종 때 한자음과 지금의 한자음 또한 일부 서로 다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서로 달랐나?

초성에서 일부 달랐고, 중성과 종성(우리의 ‘ㄹ’은 중국은 ‘ㄷ’)에서도 일부 달랐다. 초성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훈민정음 언해본 말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한음(漢音: 중국음) 치성(齒聲: 잇소리)은 치두(齒頭)와 정치(正齒)의 구별이 있나니, ᅎ ᅔ ᅏ ᄼ ᄽ자는 치두에 쓰고, ᅐ ᅕ ᅑ ᄾ ᄿ자는 정치에 쓰나니, (5성 중 나머지) 아·설·순·후의 정음 글자는 한음에 통용하나니라.”

세종의 이 교시에 따라 신숙주 등은 명나라의 ‘홍무정운’(1375)에 적시된 중국 한자음을 훈민정음으로 표기한 ‘홍무정운역훈’(1455)을 완성했다. 이처럼 훈민정음 창제 당시 우리나라와 중국의 초성은 치음 부분이 서로 달랐다. 그 후, 중국 명나라의 말소리에서는 없었던 우리의 ‘ㅈㅊㅅ’ 소리가 청나라를 통해 현대중국어 보통화에 유입된 상황에 대해서는 2019년 4월16일자 <훈민정음으로 현대중국어 j q x와 r 표기> 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우리나라의 말소리는 초성 ‘치음’ 뿐만 아니라 중성 또한 중국과 일부 달랐다. 중성 ‘ㅗ’의 경우, 조선에서 ‘ㅗ’로 발음되는 한자음은 중국 명나라에선 대부분 ‘ㅜ’로 발음됐다. 압록강 하구부 신의주 부근의 ‘丹東’시를 우리는 ‘단동’으로 중국인들은 ‘단둥’으로 발음한다.

중국과 우리나라 간 중성에 있어서 ‘ㅗ’ 외에 특별히 다른 부분은 하늘을 상형한 훈민정음 제1번 중성 ‘•(하늘 아)’이다. ‘ㅏ’ 소리는 중국어에도 있으나 ‘ㅏ’ 보다 입이 더 작게 벌어지는 ‘•’는 ‘홍무정운역훈’에서 확인되듯 중국어에는 없는 소리다. 나아가 일본어에도 우리와 같은 ‘•’ 소리는 존재치 않는다. 더 나아가 세계 모든 언어의 말소리를 정밀하게 표기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국제음성기호(IPA)에서도 ‘•’ 중성이 포함된 모음은 아직 없다.

이와 같이 세계제어 중에서 오직 한국어에만 ‘•’ 소리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치음 ‘ㅈㅊㅅ’ 소리는 청나라를 거쳐 현대중국어에 ‘j q x’로 수용되었고, 우리의 ‘ㅗ’ 소리는 세계 각국의 말소리에도 존재하지만, ‘•(하늘 아)’ 소리만은 예나 지금이나 오직 우리나라의 말소리에만 존재하는 현상을 우린 어떻게 봐야 할까?

세종이 훈민정음 11개 중성 중에서 가장 위에 배치한 ‘•(하늘 아)’ 소리는 조선(朝鮮) 겨레의 특수한 정체성이다. ‘•’는 최세진이 1차로 ‘훈몽자회’(1527)에서 임의대로 맨 아래에 배치함으로써 훗날 세종보다 최세진을 더 따른 자들에 의해 속칭 ‘아래 아’로 왜곡됐고, 2차로 일제 조선총독부에 의해 ‘언문철자법’에서 삭제되는 비운을 겪었다.

그러나 2019년 5월7일자 <훈민정음 ‘•(속칭 아래아)’ 소리, 아직 전국에 살아있다> 등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의 글자 체계에서 ‘•’의 복원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되찾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다. 훈민정음은 ‘천지인(天地人)’의 3극 체계이며, 우리는 하늘 소리(•)를 발하는 천손족임을 명심케 해준 세종대왕께 깊이 감사드린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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