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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국제음성기호 ‘모음사각도’와 훈민정음 정밀 비교

등록 2020-09-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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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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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제음성기호 ‘모음사각도’와 훈민정음 정밀 비교(2020년 9월 박대종 추가본). 2020년 8월 보정본에 [ɘ]에 대한 사항을 추가하고, 우리나라의 ‘오[o]’ 소리와 유사하되 입이 점점 더 벌어지는 [ɔ]와 [ɒ]에 대해, ɔ를 활용한 새로운 정음 자형을 제안함.
[서울=뉴시스]  말이 있기 이전엔 ‘선’과 ‘악’은 없었다. 갓난아기처럼 문자를 모른다 하여 ‘악인’은 아니며, 문자를 잘 안다고 해서 반드시 ‘선인’인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으로 태어나 사회에서 통용되는 문자를 모르면 사회 생활하기가 불편할 따름이다.

문명과 문화의 핵심은 문자 그대로 ‘文(문)’이다. ‘文’은 ‘문자=글자’와 나아가 글자들로 이루어진 ‘문장=글월’을 뜻한다. 고로 ‘문명인’은 ‘문자를 주축으로 하는 어문(語文)에 밝은(明) 사람’이다. 반대로, 문자를 몰라 어문에 밝지 않은 ‘문암인(文暗人)’은 ‘비(非)문명인’ 또는 ‘미개인’이라 불린다.

한글과 훈민정음은 일부는 같고 일부는 다르다. 한글을 잘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훈민정음 언해본에서 초성을 ‘ㆆ’으로 쓴 ‘音(음)’과 ‘安(안)’자를 보면 매우 당혹해한다. 진동하는 목소리 ‘ㅇ’과 ‘ㆆ’의 차이와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차이에 대해선 2020년 7월15일자 뉴시스 <훈민정음 목소리 ‘ㅇ’과 ‘ㆆ’의 차이> 또는 2020년 8~9월호 ‘한글+한자문화’ <훈민정음 해례본에 쓰인 ‘深淺(심천)’ 관련 ‘ㅇㆆㅎ’과 중성> 편 등을 참고하기 바란다.

현재 세계 각국의 말소리들을 나타내기 위해 국제음성학협회가 1888년 이래 여러 차례 개정해가면서 쓰고 있는 국제음성기호(IPA) 또한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볼 경우,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발달로 나라간 소통이 더욱 절실해진 오늘날 외국어의 효과적인 습득을 위해 국제음성기호의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인류의 말소리를 제대로 적는 국제표준의 음성기호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밀해야 하고 체계적이며 배우기 쉬워야 한다.

그런 점에서 향후 세계인들이 현용 IPA보다 더 쉽고 체계적이며 과학적이라고 느끼기만 한다면, 훈민정음은 세계음성기호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월인석보’ 권1, 석보서 5장에서는 “正音은 正한 소리니, 우리나랏 말을 正히 반드시 옳게 쓰는 글일 쌔, 이름을 正音이라 하느니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세계음성기호로써의 ‘정음’은 ‘훈민정음’을 넘어 ‘훈세정음(訓世正音)’으로 도약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글’은 ‘훈민정음’으로 복원돼야 하며, 세종께서 중국의 치두음 등을 표기하기 위해 새 글자들을 만든 것처럼 보강될 필요가 있다.

<사진>의 국제음성기호 ‘모음사각도’와 훈민정음 정밀 비교는 2020년 9월2일자 <훈민정음 ‘ㅇㆆ+중성’과 국제음성기호 ‘모음’> 편에서 제시한 2020년 8월 박대종 보정본에 [ɘ] 부분이 추가됐다. ‘愛(사랑 애)’와 ‘哀(슬플 애)’의 자음을 현행 한글맞춤법에선 ‘애’라 적지만, 정음으로는 초성이 ‘ㆆ’이요, 중성은 ‘ㅐ’보다 더 입이 작게 벌어지는(중폐모음=중고모음) ‘ㆎ’이다. ‘애로사항’할 때의 ‘隘(좁을 애)’는 ‘愛(애)’보다 더 입을 크게 여는 소리로 정음으론 정확히 ‘ㆆㅐ’로 적는데, 현행 IPA에는 아직 그에 해당하는 모음자가 없다.

지금의 한글 표기에선 개구도(開口度)와 혀의 수축도(收縮度)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세종의 훈민정음과 동국정운의 표기와 달리 ‘愛’나 ‘隘’를 모두 ‘애’로 적는다. 하지만 한글이 국제표준의 세계음성기호, 곧 ‘훈세정음’이 되기 위해선 현행 IPA처럼 정밀하게 개구도를 따지고 또 전설·중설·후설을 구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어에서 ‘아비’, ‘아침’할 때의 ‘아’ 소리는 중설모음이므로 IPA로는 a를 수직으로 뒤집은 [ɐ]이며, 정확한 정음 표기로는 ‘ㆆㅏ’가 된다. ‘오리’, ‘오전’할 때의 ‘오’는 IPA에선 [o]이며, 후설모음이므로 정음으론 ‘ㆆㅗ’이다. [o]보다 입이 조금 더 벌어지는 ‘후설 원순 중개모음’인 [ɔ]와 입이 가장 크게 벌어지는 ‘후설 원순 개모음’ [ɒ]에 대한 새로운 정음 자형을, 벌어짐의 정도가 시각적으로 느껴지게끔 [ɔ]의 자형을 활용해 <사진>처럼 제안해본다. 마치 구강(ㅇ)이 벌어진 것 같은 모양의 ‘ɔ’로써 개구도의 다름을 나타낸 국제음성학회의 기발한 상형적 착상은 훈민정음의 상형적 제자방식과 일맥상통한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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